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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봄 Apr 13. 2025

아직, 온라인 카지노 게임커밍아웃을 하지 못했다

100일 글쓰기 챌린지 - 7일차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하고 몇달간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았다. 얼마나 걱정하실지 눈에 선했기 때문에 말씀 드릴 수 없었고 그때까지만해도 곧 다른 일로 자리를 잡고 당당하게 '회사 생활 더는 비전이 없어서 그만뒀어, 나 이제 내 일해. 그리고 회사 다닐때보다 돈도 더 많이 벌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끔 본가에 갔을때회사 이야기가 나오면대충 둘러대면서 여전히 잘 다니고 있는 척을 했다. 상상했던 일은 아직 현실이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꽤나 흘렀고 더 이상은 부모님을 속이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어서 뒤늦게 고백을 했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했어' 고백은 했지만 여전히 나를 걱정하실 그들이 걱정되어 적당히 포장해서 마무리를 했다. '다른일도 찾아보면서 당분간 남자친구가 하는 일 나도 같이 하기로했어. 걱정하지마'


부모님에게도 커밍아웃을 했지만, 아직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실을 알리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주말마다 테니스를 함께 치는 테니스 클럽 사람들이다. 가족, 친구, 친척들보다 가장 자주 정기적으로 보는 사람들. 테니스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고 같이 땀흘리며 운동하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감정이 드는 좋은 언니,오빠,동생들이다.주말마다 모이니 이런저런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된다. 당연히 일, 회사 이야기도 종종하게 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했다고 하면 쏟아질 질문과 관심들이 생각만해도 부담스러워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사실을 숨기기로 했다.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커밍아웃한다면'왜?', ' 뭐할껀데?' 라는 질문이 쏟아질것이고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알아보고 있어?', '뭐하면서 지내?'라는 질문이 매주 반복될 것 같아서 말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하지 않았을 뿐인데, 본의아니게 거짓말을 해야하는 상황들이 생긴다. 회사에 대해서 물어보면 계속 다니는 척, 둘러대면서 이야기하는데 당연히 기분이썩 좋지가 않다.


어느날은 클럽의 한 멤버가 우리회사 (전직장) 할인 쿠폰을 줄 수 있냐고 카톡을 보내왔다. 전직장 동료에게 부탁해서 쿠폰을 받아서 보내주기도 했다. 아 자꾸 달라고 하면 어쩌지? 쿠폰때문에 커밍아웃을 해야하나?


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한 것이 그들에게 중요하지도 않고, 관심사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중요하지도, 관심사도 아닌 것에 대해 가볍게 하는 질문들에 내가 상처를 받을 것 같아서 방어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싫기도하고 짠하기도 하다. 회사원이라는 흔하디 흔한 타이틀 하나 없어졌다고 이렇게 위축되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내가 참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000'입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때하는 자기소개가 심플했는데, 요즘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고 온라인에서 작게 자영업을 하고 있어요..'굳이 '작게'라는 말을 강조해서 한다. 혹시 온라인 사업을 크게 하는 사람으로 오해할까봐 별걸 다 신경쓰면서 자신감없이 우물쭈물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후속 질문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자신에 대해 뭔가 숨기듯이 지낼 수 있을까. 커밍아웃을 하던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던지. 쉽지 않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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