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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소설가 안톤 체호프는 '달이 빛난다고 말하지 말고 깨진 유리조각 위의 반짝임을 보여주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하 우빛상)은 유리조각 위의 반짝임을 보여주는 영화다.
솔직히 말하면 내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다. 서사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서 지금 내가 어디쯤 와있고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개연성이 느슨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스스로 화면을 붙들어야 한다. 등장하는 인물이 적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아서 초반에는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느라 바쁘다. 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이렇게 내가 불호하는 스타일의 영화인지 알았다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맛있는 음식이 있다. 내가 찾아서 할 일은 아니지만 어쩌다 해보니 재미있는 일도 있다. <우빛상도 나에게 그런 영화였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배우들이지만 주연 삼인방의 연기는 대단히 안정적이다. 뭄바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서울에서의 그것과도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아 사뭇 공감이 된다.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감정을 조금씩 건드리고 윤슬처럼 흔들리는 빛들은 퍽 아름다웠다.
결론적으로 <우빛상은 내가 선호하는 유형의 영화는 아니지만 일단 본다면 118분이 아까운 영화도 아니다. 누군가 그 영화 어떠냐고 물어볼 때 꼭 봐야 한다고 말하긴 힘들겠지만 한 번쯤 관람해도 좋을 영화라고 말해줄 순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