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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반짝 Apr 19. 2025

거기서 조금 더 알면 카지노 게임 된다.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 이문재 엮음

카지노 게임


거의 모든 시를 두 번 읽었다. 피곤함에 찌든 일상이 버거웠고, 맘 편히 책 한 권 읽지 못하는 가난한 마음이 서글펐다. 시간을 내려고 마음먹으면 언제든 낼 수 있는 시간 들이 항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나를 좀 먹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분량은 짧지만 짧은 시간에 나를 가장 빨리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시집을 꺼내 들었다. 항상 머리맡에 있었고, 언제든 읽어달라고 나를 아련히 내려다보는 시집에는 내 마음을 ‘쿵’ 내려놓는 듯한 시들이 많았다.


조금 알면 오만해지고/조금 더 알면 질문하게 된다./거기서 조금 더 알면 카지노 게임 된다. 「무엇을 조금 알면」


나는 누구를 위해 카지노 게임해 보았던가. 나를 위해 카지노 게임하지 않았던 나 자신과 오만하게 굴었던 수많은 시간 들과 잘난 척 질문했던 시간 들이 스쳐 지나면서 부끄러웠다. 진정 누군가를 위해 카지노 게임했던 시간 들이 까마득했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더 까마득히 멀어져갔다.


뒤로 물러서 있기/땅에 몸을 대고//남에게/그림자 드리우지 않기//남들의 그림자 속에서/빛나기 「은엉겅퀴」 _라이너 쿤체


그간 나는 누구의 그림자에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타인의 그림자에 머무르며 기대어 있었는지, 그림자에 숨어 기대어 살았는지, 아니면 그림자를 핑계 삼아 내 능력 밖의 삶을 살고 있었는지를 말이다.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경지인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 빛나기’가 과연 가능할까? 이 시집을 엮은 이문재 시인의 말처럼 이 시는 종결어미를 바꿔 ‘남들의 그림자 안에서 내가 빛나게 하소서’라고 평생 카지노 게임해야 할지도 모를 시다. 지금까지의 삶이 남들의 그림자 안에서 이런저런 방황을 하고 횡포를 부렸다면 앞으로의 삶은 남들에게 내가 그런 그림자가 되어줄 수 있길 바랐다. 마더 테레사의 카지노 게임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듣’는 카지노 게임를 할 수 있기를!


아이들이 잘한 일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마음을 다해 칭찬하게 하여 주소서.

「어버이의 카지노 게임」 중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하지 마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우루과이 한 성당 벽에 쓰인 카지노 게임문」 중


나를 비난으로 몰아가지 않고, 반성은 하면서 부디 이렇게 되길 바랐다. 아이들을 서슴없이 칭찬하고, 습관처럼 읊조리는 카지노 게임문이 아니라 누구에겐가 품은 앙심을 털어버리길 원했다. 시를 읽는 이 짧은 순간에도 이 시가 나의 카지노 게임가 되어 신이 듣고만 있는 카지노 게임가 될지라도, 내 카지노 게임가 세상으로 나오길 바랐다.


이 카지노 게임에는 욕망을 줄여 마음과 몸을 간소하게 살고 싶다는 뜻도 있지만 ‘아무것도 빌지 않아도 될 만큼 평온한 일들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큰 욕심도 있습니다. 「카지노 게임에게」 박준


시를 읽고 나니 감사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피곤할 일상, 시 한 줄 읽을 틈 없이 가난한 마음들이 분명 휘몰아치고 있었는데, 시를 읽고 나니 내 마음이 부자가 되었다. 과거는 어땠는지, 미래는 어떨지 알지 못하지만, 현재의 나는 신께 무릎 꿇고 카지노 게임해야 할 만큼 깊은 어려움이 없다. 찾으면 분명 나올 테지만 일시적인 평안함일지라도 이 시집의 모든 카지노 게임가 내 카지노 게임가 되어 세상으로 흩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 모두 빛나기를. 그 빛들이 모여 밝은 그림자가 되기를. 서로에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외롭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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