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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객 Jan 28. 2025

누군가를 카지노 게임 마음은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다.

영화 러브레터 재개봉 관람 후기

'러브레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연애편지라는 그 사전적인 의미가 아니라 언제나 한 영화의 유명한 포스터였다. 1995년 일본에서 개봉했지만 본국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유명했다는 영화. 2024년을 지나 2025년의 시작을 알리는 첫 날인 1월 1일, 개봉 30주년을 맞아 다시금 스크린을 찾아온 웰메이드 고전 영화, 러브레터를 관람했다. 마음속 한편에 묻어져 있던 삶의 소소한 숙원사업을 이제는 해결하려 카지노 게임 듯한 기분과 태도를 가지고서.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은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가 주고받는 편지.


영화 러브레터는 갑작스럽게 죽은 약혼자를 몇 년째 잊지 못카지노 게임 여인 와타나베 히로코가 그 남자의 옛 주소로 편지를 보내면서부터 시작되는 러브스토리다. 죽은 자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서글프면서도 낯선 이 단편적인 행동은 희한하게도 그 편지에 답장이 오기 시작하면서부터 깊고 중대한 이야기로 확산되어 간다. 어떻게 답장이 돌아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누가 그 답장을 보낸 것인지. 영화는 그 묘한 사건에 대한 비밀이 풀어지며 시작되고 그것이 끄집어낸 인물들 간의 숨어있던 감정이 또 다른 차원으로 승화되면서 마침표를 찍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히로코는 죽은 남자를 진정으로 자신의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게 된다.


죽은 남자에게 보냈던 편지에 답장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히로코가 잘못된 주소로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약혼자의 옛 주소를 발견했던 중학교 졸업앨범에서 그 남자와 이름이 같았던 한 여자의 주소를 잘못 받아 적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와 이름이 같았던 또 다른 후지이 이츠키. 졸업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전학을 가느라 앨범에 주소를 남기지 못한 자신의 남자와 달리 또 다른 후지이 이츠키는 앨범에 정상적으로 주소를 남겼고 그 주소를 죽어버린 남자의 옛 주소라 착각한 히로코가 편지를 보낸 것이다. 자신을 짝카지노 게임 남자, 시게루 아키바에게 이것은 하늘에 보내는 편지라고 해맑게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두 명의 여자는 예상치 못한 펜팔 친구가 되어 한 동안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된 남자, 후지이 이츠키의 과거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히로코에게 그 과거는 자신이 카지노 게임했던 남자의 옛이야기이자 그가 나를 카지노 게임했던 이유와 진실에 관한 것이고 또 다른 이츠키에게는 그 존재 자체도 잊고 있었던 동명의 학우와 만들어갔던 유년 시절의 풋풋한 추억이다. 두 여자는 편지라는 매개물을 넘어 영화의 한 지점에서 대면할 뻔 하지만 의도한 듯 의도치 않게 어긋나 버린다. 영화는 그렇게 오직 편지를 통해서만 인연을 이어가는 두 여자의 만남과 헤어짐 사이를 채우는 죽은 남자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다.



누군가를 카지노 게임 마음은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다.


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나서 다시 한번 돌이켜보게 되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란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자체도 복합적이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그리 단편적이지 않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지는 다양한 인물들은 조금씩 다른 복잡한 사랑의 마음을 누군가를 향해 품고 지낸다. 이야기는 그 복잡한 사랑의 감정이 조금은 더 간결한 형태로 정리되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의 운을 띄우는 비련의 여인 히로코는 죽어버린 자신의 약혼자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남자는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고백조차 해보지 못한 자신의 첫사랑을 혹시 나를 통해 실현시키려 한 것은 아닐까 서글퍼한다. 그것은 죽은 남자와 똑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의 중학교 친구가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사람이 사실은 내가 아닌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나에게 투영시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게 될까? 그 의문에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당사자는 이제 같은 세상에 살아 숨 쉬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다.


히로코를 짝사랑하는 남자 시게루 아키바도 마찬가지다. 죽어버린 약혼자를 잊고 이제는 자신을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지만 아키바는 그 남자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존중하며 그녀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완전히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기 위해 필요한 시간들마저 존중하고 기다린다. 물론 그것은 그 떠나보낸 남자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며 심지어 그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조난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츠키와 산행을 같이했던 사람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죄책감을 포함하더라도 아키바가 자신이 카지노 게임 여자에게 보여주는 순애보적 모습은 꽤나 깊고도 넓은 것처럼 보인다. 아키바는 그녀가이츠키를 마음속에서 완전하게 떠나보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또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으면 그 누군가가 잊지 못카지노 게임 사람에 대한 마음까지도 수용하고 이겨 낼 수 있다는 듯이. 그리고 그 마음이 언젠가는 자신에게로 향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한 모습으로.


"이츠키의 추모식에서 기도했었지. 히로코와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야"

(시게루 아키바, 죽은 약혼자를 잊지 못카지노 게임 히로코 앞에서)


이름도 모르는 여인이 보낸 편지를 계기로 별안간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하게 된 현생의 이츠키는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유년 시절의 풋풋한 감정을 그 이름도 모르는 여인의 부탁을 들어주며 새로이 발견하게 된다. 기억 속에 그 존재조차 사라져 있었던 유년 시절의 운명적 인연 후지이 이츠키를 나는 어쩌면 좋아했을 수도 있다. 중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동명의 남자 학우가 사실은 나에게 풋풋한 카지노 게임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 당사자가 몇 년 전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남자를 너무도 카지노 게임했던 나와 똑 닮은 한 명의 여인이 같은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예상치 못한 삶의 순간에 한꺼번에 알게 되는 감정은 얼마나 복합적일까?


등장인물들이 지니는 사랑의 마음은 그렇게 특정하고 형언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 사람을 카지노 게임 마음속에 내포되는 이질적인 감정을 다채로운 상황을 통해 보여주는 이유는 그만큼 사랑이란 감정은 깊고도 복합적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영화의 의도가 아닐까? 첫사랑과 똑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는 여인 히로코를 만나자마자 사랑을 고백했던 이츠키의 마음은 실현하지 못한 첫사랑을 단지 눈앞에 나타난 사람으로 대체하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똑같은 모습의 여인이 내 인생에 다시금 등장했다는 그 운명을 용기가 없다는 핑계로 카지노 게임 사람을 놓지는 일은 두 번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여겼던 것일까? 영화를 다 관람해도 어느 쪽이 맞다고 확신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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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이 이츠키(여), 시게루 아키바, 와타나베 히로코, 후지이 이츠키(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출처 : 네이버 영화정보



러브레터의 5가지 감상포인트


① 익숙한 OST가 언제 등장할지 기다리는 재미(a winter story)


주제곡을 알고 난 뒤에 영화를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그 음악이 영화의 타임라인 상에서 언제 등장할지 기다리는 설렘이 있다. 영화 '접속'의 경우가 그랬는데 제목은 잘 몰라도 귀에는 익숙한 그 유명한 음악, 'A Lover's Concerto'가 도대체 어느 타이밍에 등장할까 하는 한 없는 궁금함이 결국 영화의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 해소될 때 터져 나왔던 작은 희열은 아직도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음악들은 영화에서 느낀 감동이 그 음악에 배면서 감정의 레이어가 추가되고 그래서 음악에서 느끼는 감정이 조금 더 풍성해진다. 러브레터의 메인테마 'A winter story'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조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눈시울이 촉촉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 러브레터의 메인 테마 a winter story


② 같은 사람을 다른 사람처럼 느끼게 카지노 게임 주연 배우의 1인 2역 연기


주연 배우 니카야마 미호는 이 영화에서 1인 2역의 연기를 선보인다. 그 사실을 모르고 극장에 들어가게 되면 히로코와 이츠키라는 두 인물을 교차하며 보여주는 극의 초반부를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에 빠져들수록 두 인물의 캐릭터 상의 차이와 그것을 보여주는 다양한 연출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가령 미묘한 헤어스타일의 차이랄지 아니면 옷의 스타일 차이 같은 것이다. 또는 두 인물의 일상적인 행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의 차이가 보이기도 카지노 게임데 그것은 두 사람이 가지는 현재의 감정 상태의 다름에서 기인카지노 게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두 사람의 근본적인 성격과 성향의 차이에서 발생카지노 게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톤의 차이를 통해 두 명의 인물을 섬세하게 가르며 연기카지노 게임 니카야마 미호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으면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똑같은 배우가 실제로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30주년이 되는 해가 오기 직전에 갑작스럽게 사망한 니카야마 미호는 우리나라에서 7번이나 재개봉한 불세출의 명작을 남기고 영화의 주인공처럼 세상을 떠나버렸다.


③ 탄탄한 스토리는 과잉된 연기마저도 너그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러브레터는 한 남자의 죽음을 중심을 펼쳐지는 주변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감정의 스토리이며 그렇기에 죽음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와 관념들을 지켜볼 수 있는 영화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를 전달함에도 불구하고 그 전개가 유려하고 부드러운 것은 탄탄하고 촘촘하게 설계된 스토리라인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에는 캐릭터가 약간은 괴짜스럽고 그래서인지 어딘가 모르게 과잉된 연기를 펼쳐 보이는 이츠키의 할아버지가 등장카지노 게임데 영화의 탄탄한 스토리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렇게 과잉된 연기마저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


④ 잊혔던 감정을 추적해 가보는 낭만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또 하나의 포인트는 첫카지노 게임이란 감정은 말 그대로 처음 경험하는 낯선 감정이어서 그것이 카지노 게임인지 아닌지 그 시점에는 확신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야 내가 누군가를 카지노 게임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년의 이츠키는 소녀의 이츠키를 카지노 게임했음이 확실하게 보이지만 소녀의 이츠키는 소년의 이츠키를 카지노 게임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추억을 거슬러 올라갈 때 보이는 소녀 이츠키의 표정과 행동들 중에는 그녀도 소년 이츠키를 조금은 흠모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판단할 만한 것들이 있다. 소년의 이츠키가 자신을 카지노 게임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을 때 이제는 성인이 된 여인 이츠키는 자신도 그 소년을 좋아했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하지 않았을까?


⑤ 설원의 오타루시를 감상카지노 게임 맛


영화의 배경이자 실제 촬영지이기도 했던 오타루시는 홋카이도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적설량을 보여주는 도시라고 알려져 있다. 영화의 스토리와는 별개로 작품 자체가 미학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힘은 등장인물들을 뒤에서 떠받치는 아름다운 설원의 풍경들에 있다. 영화 속 사람들이 느끼는 처연한 감정들은 새 하얀 설원을 등지며 조금 더 깊고 차분하게 다가온다. 영화임과 동시에 미술로서 존재카지노 게임 한 폭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더 입체적인 감상의 지평을 선사하게 된다.


< 출처 : 네이버 영화정보 '러브레터' 스틸컷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


우리는 영화를 왜 보는 것인가? 모든 종류의 콘텐츠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두 종류 중 하나에 속하게 되었다. 정확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이성의 영역과 감성의 영역으로 나뉜다고 볼 수도 있다. 책이라는 물성은 이성을 자극하는 경우가 더 많고 영화라는 영상물은 감성을 자극하려는 목적이 더 강하다. 영화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여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증폭시킨다. 가뭄에 내리는 단비처럼 말라가는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효과가 있다. 척박한 땅에서 작물이 잘 자라지 않듯이 척박한 마음은 한 사람의 일상을 유지하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크나큰 영향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러브레터는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수 있는, 아니면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더 이상 불러일으켜지지 않는 잊혔던 풋풋한 감정에 잠시나마 불을 지피는 영화로 평가한다. 영화 속 장면들처럼 이곳저곳 눈발이 휘날리는 새해를 맞으며 불세출의 명작 러브레터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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