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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름 May 12. 2025

아...... 카지노 게임랑 안 맞는데요?

1인 출판사 대표의 카지노 게임 시작기

카지노 게임

다들 카지노 게임 잘하고 계신가요?

저는 개인 카지노 게임를 하지 않습니다. 일상을 기록하려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잠시 운영한 적은 있었지만, 사진 하나, 문장 하나, 심지어는 스토리 하나 올리는 데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종일 휴대폰을 쥐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아, 나는 카지노 게임랑 안 맞는구나. 차라리 그 시간에 그냥 일상에 집중하자.’


카지노 게임를 하지 않는 삶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카지노 게임용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되니 순간의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남과 비교하며 땅굴을 파는 일도 줄었지요. 물론 공식적으로 기록하지 않으니 일상이 휘발된다는 느낌, 지인들에게 일일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답해야 하는 건 아쉬웠지만요. 그래도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들 아시다시피 얼떨결에 출판사를 차리고 말았는데요. 출판사 계정은 필요하겠더라고요. 안 맞는 게 어딨어요, 뭐든 해야죠. 그렇게 4년 만에 다시 카지노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어떤 카지노 게임를 시작해야 할까?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레드, 페이스북, X, 블로그, 카지노 게임... 다 하면 좋겠지만, 일꾼이 하나뿐인 1인출판사이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우선 모든 채널의 계정을 만들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로 했어요.


1) 스레드

메타에서 밀고 있다고 해서 가장 먼저 도전! 반말 모드 + 화제성 따라 우르르 댓글이 몰리는 분위기가 적응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알고리즘이 깨끗한(?) 편이라 비슷한 관심사에 잘 노출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기록보다는 진정성 있는 정보('카더라'가 아닌 자기 경험에 기반한 정보)가 반응이 좋고, 소통을 중심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해 눈팅만 하고 있습니다.


2) 인스타그램

요즘은 인스타그램을 잘 안 본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기 좋은 채널인 것 같아요. 정작 저부터도 무언가를 찾을 땐 가장 먼저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게 되더라고요. 특히 작은 브랜드, 1인출판사, 독립서점, 프리랜서 창작자 등은 인스타그램을 메인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가 많고 팔로워 늘리기가 어마어마하게 어렵게 느껴집니다만, 이름서재의 메인 카지노 게임도 인스타그램으로 정했어요.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는 뒤에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3) 블로그

블로그를 홈페이지처럼 활용하는 출판사가 꽤 있는데요. 한동안 시들하더니 다시 블로그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인스타그램이 이미지 중심이라면, 블로그는 이미지와 글을 조합해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 시작을 못했다는 것이 함정... 계정은 만들어두었고, 조만간 시작해보려 합니다.


4) 카지노 게임

유일하게 기존 계정을 활용하기로 한 채널입니다. 2021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었기에 기존 계정이 있었어요. 편집자로 일할 때도 자주 들어와서 살펴보고, 투고와 출간에 관심 있는 예비 작가님들에게 연재를 권하곤 했는데요. 긴 글이 중심이 되고, 텍스트 기반의 독자와 작가가 모여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지금 읽고 계신 《얼떨결에 출판사를 차리다니》를 연재하며, 혼자 일하는 출판사의 서사를 천천히 축적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해요.


5) 그 외

페이스북과 X는 출판 관계자와 저자 분들이 많이 쓰는 카지노 게임이지만, 이미 지나간 느낌이라 새로 시작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고요, 유튜브는 영상 다룰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유튜브와 팟캐스트에 도전해 보려고요, 언젠가는...!



그래서, 잘 진행하고 있냐고요?

책 만들기보다 어려운 게 카지노 게임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입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브랜딩 관련 책과 영상을 찾아보고 있는데요. 하나같이 ‘초기 세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초기 세팅은 계정의 화자를 정하는 것입니다. 누가 말하는지에 따라 무엇을 말할지가 달라지니까요. 이 계정이 이름서재라는 출판사 자체인지(공식적인 게시글 중심), 출판사 대표의 운영 일지인지, 편집자의 업무 일지인지, 작가의 일기장인지... 말투와 콘텐츠 톤도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죠. 특히 첫 책이 제 책이라 더 고민이 컸습니다. 어떤 입장에서 이야기를 건넬 때 책이 궁금하고 매력적 일지 생각해봐야 했어요.

이름서재의 카지노 게임 활용법(2025.5 ver.)

메인 채널: 인스타그램(포트폴리오), 브런치(브랜드 서사 축적)
서브 채널: 스레드(소통)

화자: 이름서재에서 책 만드는 김이름(대표이자 편집자)
말투: 다정한 존댓말
콘셉트: 느리지만 꾸준하게 / 일기(diary)가 아니라 '일'기(work journal) / 1인출판사의 하루


여러 가지 역할과 모습 중에서 '이름서재 대표이자 편집자'가 운영하는 계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일상을 공유할 때도, 개인의 일상이 아니라 출판사 대표의 하루로 보이기를 바랐어요. 기준을 정하니, 길이 보이더라고요.


1) ‘그때그때, 느낌대로’ 금지

오롤리데이 마케터의 인터뷰를 보다가 ‘일주일치, 한 달치 콘텐츠를 미리 기획하고 총알처럼 준비해 둔다’는 대목에서 이마를 탁 쳤습니다. 그 정도는 못 하더라도, 계정에 올릴 콘텐츠의 카테고리를 미리 정해두는 정도는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하여 이름서재 인스타그램은 아래 다섯 가지 콘텐츠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브런치 연재 알림

책 속 문장

1인출판사의 하루

공지사항 및 이벤트

전시 리뷰


이 사이클대로 올리면 주 5일 콘텐츠가 마련되는데,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올릴 내용을 미리 정해두니 효율적이기도 하고 부담도 훨씬 덜해요!


2) 꾸준함은 시스템으로부터

업로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개인 카지노 게임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앞에서 했는데요.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콘텐츠 제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계속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꾸준함은 시스템에서 나온다’는 말을 듣고 또 또 이마를 탁 쳤습니다.(아이고 내 이마) 어느 정도 포맷을 정해놓으면 작업 속도도 빨라지고 통일감도 생깁니다. 위에서 정한 다섯 가지 콘텐츠 중 브런치 연재 알림과 책 속 문장은 템플릿을 만들어두었어요.


3) 완벽보다 완성

이런 문장을 볼 때마다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이며 “그래, 그냥 올려! 일단 올려! 빨리 올려!!!!!” 하면서도 결국 못 올리는 사람이 바로 저예요. 심지어 나중에 보면 그냥 올릴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일도 많습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뭐든 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알면서도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월요일 연재, 주중 게시물 3개 이상 같은 식으로 마감과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완성’하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지금 읽고 계신 이 글도 그런 시도 중 하나이고요.



<백억짜리 아침식사라는 프로그램에 런던베이글뮤지엄 대표님이 나와서 '휴지 하나도 최선을 다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가만히 듣던 오은영 박사님이 이렇게 답해요.

“괜찮아요. 어차피 남들이 상관없다고 해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냥 최선을 다하세요. 대신 일의 가지 수를 줄이면 돼요.”

그 말이 괜히 위로가 되었어요.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적게, 느리게, 하지만 반드시 내 기준의 최선을 다해서, 꾸준하게.저만의 기준을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계속 말을 걸다 보면 그 안에서 어떤 일이든 벌어지겠지요. 열심히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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