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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지노 쿠폰 박도순 Apr 14. 2025

낯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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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봄


게다가 포자(胞子, spore)까지 잿더미가 되었으니 뭐. 어린 소나무가 송이버섯을 내려면 적어도 30년 정도 걸린대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네요. 나무들이 홀랑 다 타버렸잖아요. 그나저나 우리, 그때까지 살아 있기는 할까(웃음). 주왕산까지 덮친 의성 산불 뉴스를 보고 청송군에 근무하는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엇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 몸은 괜찮은지 물었다. 건물 피해는 없는지 물었다. 카지노 쿠폰 지역 주민들 상황도 물었다. 심 소장은 한숨만 길게 내리 쉬더니, 무엇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나둘 전해주는 말이 마음 깊은 곳을 찌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어머나, 세상에! 그랬군요, 저런! 감탄 섞은 비탄만 쏟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숲에서 마냥 평화롭던 동물들은 어땠을까요. 날벼락 같은 뜨거움을 피하여 민가 쪽으로 도망치다 미처 피하지 못한 녀석들. 불탄 사체를 보아야 하는 끔찍함. 말로 다 못 해. 비참한 현실인데 이것이 너무나 지극한 현실이라는 게 더 믿기지 않았죠. 봄이 와서 나무들은 물을 올리고 새싹은 참새 혀 같은 움을 틔우는 중인데, 꽃 피는 춘삼월이 최악의 산불로 붕괴하다니. 울타리에 심은 사철나무는 얼었다가 타기도 했다고 한다. 날씨가 도깨비 같아서 사나흘은 서리가 내리고 하루는 눈이 내리니 어쩌란 말인가. 화마가 핥고 지나간 자리는 타카지노 쿠폰고, 옆으로는 누렇게 익은 이파리들이 화상 흉터처럼 남았다. 뿌리는 살아있을 것이니 베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심 소장.


보건카지노 쿠폰 건물은 괜찮아요. 여기저기 그을렸지만, 아무 문제 아니에요. 앞산도 까맣고, 옆 산도 까맣고, 뒷산도 새까맣게 변해버렸어. 그저 헛웃음만 나와요. 30분 만에 세상이 완전하게 달라져 버렸다니까요. 시커먼 연기가 태양을 삼켜버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나요?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으니 햇살 좋은 오후 3시가 캄캄한 밤이 되더라고. 한낮인데 온 동네가 적막했어요. 한밤중처럼 등불을 잡고 다녀야 할 정도였으니까. 비화(飛火) 속도가 사람 걸음 속도보다 빨라서 대피할 겨를도 없더라고요. 이런 일을 본 적도 없고, 겪은 적도 없어. 앞으로 또다시 이런 일을 만나면 어쩌나, 그게 너무 두렵습니다.


경북에서만 3,500채 집이 불탔다고 해요. 45,000ha가 탔는데 서울 면적 70%니 80%가 재가 된 셈이라고 하더군.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노. 규모가 상상이나 가세요? 아무리 잔혹한 영화라도 이런 장면은 결코 묘사할 수 없을 겁니다. 6·25 겪은 어르신들이 그러시는데, 전쟁 중인 그때도 이러지는 않았다고 해요. 지난 일이니까 잊어서? 아니에요, 정말이래요.


폐쇄된 고속도로 출입이 열린다길래 일부러 돌아서 출근했어요. 달리면서 보던 풍경을 잊을 수 없어요. 길도 까맣고 양쪽으로 산도 까맣고, 집들은 불타서 한쪽이 꺼져있고, 공장 패널은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고요. 보건카지노 쿠폰에 들어서면서 하염없이 울었어요. 마을 전체가 사라질 위기랍니다. 이게 지금 꿈인가, 현실인가. 게다가 외갓집, 친정집, 고모네, 이모네, 외숙모 댁, 큰집, 작은집. 친인척이 근처에 살고 계시거든요. 일가친척이 모두 재난민이 되었으니.


건물이 무사한 곳은 대피소로 활용 중인데 전기가 들어와야 밥이라도 하죠. 목욕은 고사하고 물이라도 끓여야 마시는데. 전기가 안 오면 난방을 못 하니까. 불씨 하나가 이렇게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다니. 난국이 해결될 방법이 있기는 할까? 국민 성금? 세금? 나라님도 못 하실 것 같아요. 국정이 멈춰서 자기들 앞가림도 바쁜데 재난 지역을 언제 어떻게 돌보겠어요.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내년 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내후년에는 또 어떠할까. 진화 작업에 9천 명이 넘는 사람, 130대 넘는 헬기가 투입되었다던데 건조한 강풍이 맹수보다 무섭더라고요. 사람 목숨도 데려가고 유적지도 삼켜카지노 쿠폰으니. 유독 바람이 많이 부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무주는 별일 없어요?


3월 27일 밤에는 부남면에서, 28일 저녁에는 설천면에서, 4월 1일에는 적상면에서, 4월 2일에는 장백리에서 긴박한 문자가 날아왔다. 산이 불타고 있을 때 지인들의 전화가 10분이 멀다고 벨을 울렸다. 진달래도 수상한 시절 눈치 보느라 개화가 늦다. 개나리가, 수선화가 피었노라고 꽃 자랑해야 할 봄 아니던가. 출근길 차창으로 들어오는 불탄 냄새와 자욱한 공기가 간밤의 흉흉함을 가늠케 한다.


그날 오후 부남면 산불 현장 자원봉사자가 보건카지노 쿠폰에 오셨다. 소장님! 안 아픈 곳이 없어요. 약 좀 주세요. 첫날에는 500명 정도였는데 불길을 못 잡아서 다음날 군인들까지 왔잖아요. 한꺼번에 600명 정도 식사하니까 반찬 배식에 설거지하느라 종일 찬물 옆에 있었어요. 허리는 아프지, 공중에서 헬리콥터는 막 날아다니지, 사람들은 쫓아다니지, 와, 정말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더라고요. 후원품은 엄청나게 들어오더라고요. 예전에 무슨 단체에서 고지서 날아오면 이런 걸 왜 내야 하나, 이 돈은 누가 다 쓰나 하면서 안 냈거든요. 현장에서 보니까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아무리 심란해도 질서는 있는 법이잖아요. 겨울 지나면 봄이 오는 것처럼. 송이버섯 씨앗이 잿더미가 되었다고 해도 포자들은 반드시 날아올 겁니다. 불안이 파면되듯! 시간은 걸리겠지만.


저는 그걸 믿어요.


카지노 쿠폰@무주읍,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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