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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Aug 06. 2022

수필) 어느 토요일의 우리 집 카지노 게임

음식은 한가정의 역사

오랜만에 집사람과 마주하는 저녁 카지노 게임이 기다려졌다. 50줄에 들어서자 토요일이면 모임도 많고 집안 대소사도 많아 집사람과 같이 카지노 게임 앞에 앉을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특히 몇 해 전부터 숲해설가란 직업을 가진 후에는 토, 일요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줄어들게 됐다. 이날도 오랜만에 함께하는 카지노 게임이라 내심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많이 만들지 않았을까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차린 카지노 게임을 본 순간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졌다.

집사람과는 24년 전 한 건물 다른 직장에서 만나 연애를 했다. 1년여간 남들이 알까 봐 숨바꼭질을 하며 데이트를 즐기던 카지노 게임는 혼기가 찬 때문인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하는 줄로 알고 그 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내 고향이 경북 포항이고 집사람의 친정집은 대전이었으니 주위에서는 드문 충청도 처녀와 경상도 총각의 만남이었다. 그런 까닭에 집사람 부모님은 물론 친구들도 기대 반 걱정 반인 반응들이었다.

어느 겨울날 주말, 나는 카지노 게임 부모님께 집사람을 인사시키려 데려가겠다고 연락을 했다.

혼기가 찬 외동아들이 며느리 감을 인사시키려 데려간다니 부모님은 일주일 내내 기다리는 눈치였다. 수요일부터는 매일 전화를 해 인사 오는 것을 재확인했다.

고속버스로 4시간여를 달려가는 동안 집사람도 긴장이 됐는지 “아직 멀었어요”라는 말만 수십 번도 더 되풀이했다.

인사를 드리려고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은 여러 차례 며느리 감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탓인지, 아니면 아들의 안목을 믿은 것인지 이미 마음속으로는 ‘각오’를 하신 듯했다.

저녁 8시가 다 돼서야 도착한 집에는 어머니가 손수 차려놓으신 저녁상이 놓여 있었다. 오랜 군 생활이 몸에 밴 아버지도 저녁 6시만 되면 어김없이 식사를 해야 하지만 그날은 예비 며느리가 인사 온다는 말에 2시간 넘게 아무 불평 없이 기다리고 계셨다.

큰절을 하고 이것저것 물으시던 부모님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며느리 감이라 그런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자꾸나”

안방에 차려진 저녁식사는 말 그대로 진수성찬이었다. 반찬 3,4가지가 대부분인 친정집 식탁과는 완전히 딴판이어서 인지 놀라는 눈치가 역역 했다. 언젠가 평소에도 10가지가 넘는 찬을 만들어 상에 올린다는 말을 들은 탓인지 그날만큼은 의문이 들어도 물어볼 엄두를 못 내는 것 같았다.

“혹시 어머님의 고향이 전라도 지방이에요”라고 물은 기억이 났다.

그날 집사람은 요것조것 챙겨주시는 반찬을 받아먹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분명한 것은 이날 집사람이 먹어본 반찬 중에 평소 접했던 반찬은 한 가지도 없었다는 점이다.

훗날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날 저녁 반찬으로 맛보았던 반찬은 생전 먹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고 했다. 우선 신기한 것이 ‘콩잎’이었단다. 대전과 충청지방에서는 깻잎은 장아찌로 담아먹기도 하지만 콩잎을 장아찌(멸치 젓갈을 넣은)로 담은 것은 처음 보았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친정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소나 염소도 아닌데 콩잎을 어떻게 먹냐 는 반응이 돌아와 웃었단다)

또 ‘개(골) 복치’라는 생선은 충격을 줬다고 했다. 접시에 담긴 모양새는 도토리묵과 같이 생겼고 식감도 비슷한데 생선의 한 부위라는 말을 듣고 카지노 게임나라가 결코 좁은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얼핏 기억나지만 대게를 보는 순간 탄식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솥뚜껑 같은 접시에 가득 찰 정도로 큰 놈은 봤으니...

그밖에 소고기 대신 미역치라는 생선을 넣고 끓인 미역국, 꽁치를 말려서 만든 과메기 등은 당시로는 신기하기만 했단다.

신기한 것은 결혼 후, 대전에 살 때도, 경주에 살 때도 집사람은 수시로 어머니를 졸라 어머니의 음식들을 전수받았다. 이제 세월 탓인지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셨다. 하지만 명절날이면 멀리서 들리시는 이모님, 외삼촌들은 물론 은퇴 후 강원도 양구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작은 아버지도 그때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다며 집사람에게 어머니의 음식들을 청하신다. 혹자는 어머니의 포항 음식이 충청도 며느리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아이러니를 느낄지 모르지만 집사람은 어느새 경상도, 포항 음식에 달인이 돼 나를 깜짝 놀라게 할 때가 많다.

충청도 사람이 차린 카지노 게임이 온통 해산물 천지다. 오래간만에 딸 집을 찾으신 장인, 장모님은 ‘카지노 게임에 동해가 다 올라왔다’고 말씀하신다.

청춘 남녀가 있어 결혼을 하고 특히 집사람처럼 몇 백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사랑에 눈이 멀어 시집을 오는 용감한(?)이가 있다면 음식도 한가정의 역사가 되어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내 마음속에는 오늘도 두말 않고 경상도 며느리로 변해준 집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

우리 집 카지노 게임에는 오늘도 동해가 가득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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