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소근 Apr 02. 2025

내 카지노 게임


-"약은?"

"방금 먹었어"

-"물은?"

"머리맡에 뒀어"

-"물 더 떠나 줄까?"

"아니 충분히 있어"

-"화장실은 어떻게 간다고?"

"기어서 간다"

-"오케이 잘 자 사랑해 우리 자기"

"오빠도 잘 자 사랑해"


이게 무슨 카지노 게임일까 싶을 거다.

물은 왜 머리맡에 두며 화장실은 왜 기어가는지

일반적인 부부의 카지노 게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카지노 게임는 자기 전 우리가 하는 필수의 카지노 게임이며

내가 우울증을 겪기 전과 후로 확연하게 많아진 카지노 게임 내용이다.


처음은 화장실이었다.

몇 번의 낙상 사고 후 카지노 게임의 내용은 더욱 늘어났다.

저녁 약을 먹은 후 새벽에 움직이게 될 때에

기립성 저혈압처럼 갑작스럽게 어지러움이 되는데

그때 종종 낙상 사고가 발생하여

여기저기 부딪히여 긁히곤 했던 것이다.


약을 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물을 먹으러 갈 때도 발생을 했다.

그때는 주방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안방보다 더 위험한 요소들이 많았다.


몇 번의 낙상 사고를 경험한 후

어떻게 하는 게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

카지노 게임과 다양한 시도를 한 끝에

저 카지노 게임로 모든 걸 끝낼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로 카지노 게임은 늘 침대 머리맡에

텀블러에 물을 가득 담아 내 곁에 두었으며

혹시라도 새벽에 걸어서 화장실에 갈까 봐

늘 한결 같이 기어서 간다는 내 대답을 들어야지만

편안하게 잠을 청하게 되었다.


출장이 잦은 카지노 게임은 곁에 없을 때에도

자기 전 전화로 저 카지노 게임를 통해

내가 머리맡에 물은 넉넉히 떠 놓았는지

저녁약은 제때 잘 챙겨 먹었는지

화장실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확답을 들어야만

전화를 끊게 되었다.


아내가 우울증을 겪으며 걱정이 많아진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카지노 게임이었다.

또한 귀찮아진 사람 역시도 카지노 게임이었다.

귀찮고 피곤할 텐데도 늘 내 머리맡 텀블러를 확인하며

새벽에 화장실 가기 위해 바스락 움직이면

내가 잘 가는지 종종 깨어나 확인을 한다.


별거 아닌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나는 이러한 카지노 게임의 행동과 대화 속에서

내가 건강하게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으며

또한 보다 빠르게 회복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듬직하고 든든한 카지노 게임의 배려와 사랑 덕분에.


벌써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카지노 게임은 나의 일상과

나의 불편함은 없는지에 대해

꾸준히 물어보는 중이다.

변함없이 여전히


너무나 고맙고 또 고마운 내 카지노 게임

사랑하고 또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