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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mihr Mar 04.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사용법"

La vie mode d'emploi


누군가 "카페에 책을 키핑 해두고, 그곳에 갈 때마다 읽었다"고 했다. 책이 워낙 두텁고 무거워서, 게다가 소설이지만 앞서 읽은 내용을 모조리 잊어버려도 별 상관없는 책이라 그랬다고. 그런 경험이 없었던 나는, 매우 의아했다. 그리하여, 읽고 싶은 마음보다는, 나도 '책 키핑'같은 걸 한 번 해보자는 마음에 일단 책을 사버리고(!) 말았다. 어디에 키핑을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우선 책을 펼쳤는데, 다짜고짜 퍼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퍼즐은 혼자 온라인 카지노 게임 놀이가 아니다. 퍼즐을 맞추는 이가 수행온라인 카지노 게임 각각의 행위는 퍼즐을 제작한 이가 이미 행한 행위다. 그가 몇 번이고 손에 쥐어보면서 검토하고 어루만지는 각각의 조각, 그가 시험하고 또 시험온라인 카지노 게임 각각의 조합, 각각의 모색, 각각의 직관, 각각의 희망, 각각의 절망은 타인에 의해 이미 결정되고 계산되고 연구되었던 것들이다."


뭐지? 책이 퍼즐처럼 쓰였다는 것일까? 과연 예상대로, 책 속에선 각 장들이 퍼즐조각처럼 던져져 있다. 그렇다면 퍼즐 제작자인 작가는 (책을 읽어나가려는) 나에게 그 퍼즐을, 그가 이미 어루만지고 시험하고 조합하고, 희망했거나 절망했던 그 시공간을, 다시 재현해 내기를 촉구하고 있는 것인가? (사람말은 잘 안 들어도) 책의 말을 잘 듣는 나는, 당장 노트와 연필을 준비했고, 뒤죽박죽 등장하는 아파트-소설의 주요 무대- 거주자들의 위치와 신상 정보와 관계도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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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그리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에서는 단지 이 아파트 거주자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과거와 현재에 연결된 다른 수많은 인물들, 또한 그들 이전에 그 방에 살았던 인물들, 그 방들에 걸린 그림이나 놓여진 사물에 연결된 다른 (실제 혹은 상상의) 사건과 인물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2차원-종이 위에는 도저히 그려낼 재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육백 오십여 페이지가 넘어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꽤 긴 시간을 들여 읽다 보면 누가 몇 층 몇 번째 집에 살았던가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염려마시라. 친절하게도 책의 뒷장에 (나보다 훨씬 더) 깔끔하게 정리해 둔 표가 있었다! 이는 독자에게 퍼즐 맞추기를 재촉하는 책의 저자 조르주 페릭이 그린 것은 아닐 것이고, 아마도 출판사에서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그려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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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의 역자 해설을 보면, 페렉은 자신의 습작 노트에 아래와 같은 그림을 그려두었다고 한다. 머리말을 제외하면, 총 99장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에필로그를 합쳐 100개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물-공간의 조각들을 이어갈, '임의적'인 방식을 연구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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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복잡한 거미줄을 짜낸 페렉은, 퍼즐을 풀어나갈 독자를 위해(?) 약 오십여 페이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부록을 첨부해 놓았다. 깨알만 한 글자가 촘촘하게 들어찬 찾아보기(인물, 책, 그림 등)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에서 들려줬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의 색인과, 위에 그려진 아파트 거주민들 생몰 연표. 이 모든 것들이 내게는, 흥미로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체만큼이나, 또 '책을 키핑 한다'는 생각만큼이나, 새롭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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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0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 속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바로 '계단'이다.


"계단으로, 언젠가 그곳에 있었던 모든 것들의 그림자가 슬그머니 지나간다... 그사이 이사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람들은 계단을 통해 피아노, 궤짝, 말아 감은 양탄자, 식기 상자, 커다란 촛대, 어항, 새장, 오래된 벽시계, 기름때가 눌어붙은 거무스레한 조리대, 보조판이 딸린 테이블, 의자 여섯 개, 얼음통, 커다란 가족사진 등을 끌어내렸다. 그에게 계단은, 각 층마다 얽혀 있는 하나의 추억을, 하나의 감동을, 이제는 낡아서 감지할 수 없는 어떤 것을, 그러나 기억의 희미한 빛 속 어디에선가 고동치고 있는 그 무엇을 간직한 곳이었다."


나는 모르지만, 계단은 알 것이다. 누가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짊어지고 혹은 무엇을 떨구고, 내 주변에서 혹은 이전에 혹은 미래에서, 자신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사용하고-살아가고 있는지를.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니 읽는 중에라도 벌써, 내가 앉아 있는 공간과 나를 둘러싼 사물들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까지를 자꾸만 그려보게 된다. 아, 그러느라고 '책을 키핑하는' 경험은 아직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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