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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May 14. 2023

위로

내려가는안에서눈물을뚝뚝흘리는나를보고좌석에서말없이휴지를건내어주셨다.

슬픔에 잠긴 상황에서 문자 한 통에 친구들이 달려와 주었다.

각자의 생활에도 충분히 바쁠 친구들이 와 같이 울어 주었다. 눈 비비며 하루를 꼬박 같이 있어 주었다.

멀리서 LA에서까지 온 삼촌까지 모든 친척들은 말없이 나를 꼬옥 안아 주었다.

세상은 참 단단하고 강하고 열심히 밝게 살아라하는데 그게 가끔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버팀목들이 나에게 너무도 값비싼 위로를 해준다.


5.4. 직원들과 점심을 먹은 뒤 산책을 하던 중 그 사실을 들었다. 세상이 무너진다면 그런 기분일까. 정신없이 고향으로 내려가는 가장 빠른 버스를 잡으려했다. 5.5.어린이날로 당일 버스 잡기가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냥 터미널에서 공석이 날 때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믿기지 않았다. 도대체 왜. 내가 얼마나 더 세상을 위해 감사하고 착하게 살아야하는 것인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가. 비는 또 왜 그렇게 억수같이 내리는지.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리도 멀쩡하던 날씨가. 모든 것이 슬펐다. 아니 슬픔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아팠다. 쓰라리고 멍했다. 허망했다. 고향은 거의 퇴근 시간 무렵에 도착했다. 식장으로 가는 택시는 또 왜 이리도 안 잡히는지. 화가 치밀었다. 택시를 겨우 잡아 가는데 그냥 눈물이 수도꼭지마냥 흘렀다.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식장에 도착했을 때 그 큰 식장에 너무도 사랑스럽고 아픈 이름이 딱 하나 붙어 있었다. 아빠였다. 너무도 공허했다. 세상에 마치 혼자 남겨진 느낌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비까지 오는데 텅 빈 건물에 울음 소리만 빼곡했다. 영정 사진이 보였다. 그냥 주저 앉아 미친 사람마냥 울었다. 왜. 이해가 안 되었다. 아니 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빠랑 친구 같았다. 1987 드라마에 나오는 정은지외 성동일 같았다. 개딸. 아빠한테 잔소리도 참 많이했다. 허리 펴고 걸으라는 말부터 주름 생긴다고 고개들어라. 밥 먹고 바로 눕지마라. 아빠는 나에게 집 청소 좀 해라. 외출하고 나면 옷 좀 제자리에 둬라. 서로 잔소리꾼이었다. 그런데 난 아빠 잔소리가 좋았다. 아빠의 잘생긴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나는 것이 싫었다. 젊을 때처럼 호되게 날 더 꾸짖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옛날같이 않을 때는 오히려 더 슬펐다. 아빠는 마라톤을 좋아해 주말마다 전국에서 하는 마라톤에 가족과 함께 참여한다고 우리를 이리 저리 데리고 다녔다. 성인이 되어 지인들과 어딜 가면 아빠 덕분에 대부분 그곳은 내가 가본 곳일 정도이니 말이다. 잡에 가면 아빠랑 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밖에서는 못할 이야기들을 나눴는데 아빠랑 이야기 하면 항상 내가 더 성장한다는 깨어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빠는 이번에 내가 감기가 들었다고 해서 한약을 지어서 서울에 보내 주셨다. 5.4.반차를 쓰고 이비인후과를 가려고 했는데 감기가 감쪽같이 다 나아 버렸다. 아빠는 내 정신적 지주였다. 첫 사회생활을 하며 이 블로그에도 수없이 많이 썼듯 쉽지 않았다. 그런데 공직의 길을 걸었던 아빠가 항상 조언을 옆에서 해주었다. 퇴근하고 나면 일 생각 하지마. 둥글궁글하게 살아. 너무 남 생각하지마. 정말 너무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이었다. 아직 부족한데 아직 아빠한테 어리광 부리고 싶은데. 아직 아빠랑 같이 볼 것들 누릴 것들이 얼마나 수없이 많은데. 아빠는 항상 베푸는 사람이었다. 스스로에게 투자는 않고 직원들에게 친척들에게 마음이 썪어 문드러져도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사람이었다.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몇 번을 태어나도 아빠 딸로 태어나고 싶을 정도로. 너무도 아빠가 아깝고 안타깝고 왜 데려갔는지 너무도 분노에 치민다. 매일 아빠랑 통화했는데 이젠 그 목소리를 못 듣는 것도 화가 난다. 통화할 때 왜 더 좋은 말을 안 했지하는 나에게 분노가 치민다. 왜 일 얘기만 했지하는 나에게 분노가 치민다. 왜 지방직에 있을 것이지 멀리 와서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치민다. 항상 큰 결정을 할 땐 아빠가 너무 든든했다. 어렸을 때 아빠가 스킨을 바르며 입으로 앞머리에 바람을 불어넣던 추억들도 기억이 난다. 동요를 부르고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보며 입이 귀에 걸렸던 아빠가 생각이 난다. 딸랑구하며 지인들에게 직장에 들어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아빠가 기억이 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다. 아빠. 아빠를 이제 못 부른다는 것에 너무 서럽다. 흔들릴 때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아빠가 사무치게 보고 싶다. 한 달에 한 번씩 집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일 때문에 몇 달을 못 내려갔다. 직장이 원망스럽다. 아빠 옆에 있었으면 아빠가 더 살 수 있었을텐데. 아빠가 무지하게 보고싶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아빠는 어느 누구에게도 좋은 사람이었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

발인할 때 아빠를 봤다. 괴성을 지르며 눈물 범벅이 된 채 아빠의 두 볼을 만졌다. 차가웠다. 너무도 치가웠다. 얼굴 아래는 모두 하얀 것으로 쌓여 있었는데 너무 작았다. 아빠가.

카지노 게임 추천야.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맛있는 많이 먹고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해. 카지노 게임 추천만 그러면 돼. 난 너무 너무 행복할 거야. 난 그게 꿈이야. 내 가장 0순위 희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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