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습니다.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은 기각 5명, 인용 1명, 각하 2명. 기각이 우세했습니다.
헌재 결정을 토대로 한 총리 탄핵 심판 쟁점의 대략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국회가 선출한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은 위헌으로 판단됐습니다.그러나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5명 중 4명은 파면할 사유까지는 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5명 중 1명은 재판관을 즉시 임명할 의무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다음, 한 카지노 게임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다는 국회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기각 의견을 내 5명뿐 아니라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도 "한 카지노 게임가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쟁점.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를 꾸리려 시도하고 윤 대통령 관련 특검법에 거부권 행사를 조장·방치했다는 탄핵소추 사유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재판관 1명만 한 총리가 이른바 '내란 특검' 후보자 추천을 제때 의뢰하지 않은 것이 특검법·헌법·국가공무원법 등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며 파면할 만큼의 잘못이라고 판단했지만, 소수 의견에 그쳤습니다.
마지막.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기준(200석) 의결 정족수가 적용돼야 하는데 총리 기준(151석)을 근거로 했으므로 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한 총리 측 주장 역시 다수의 재판관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재판관 6명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에는 본래 신분상 지위에 따른 의결 정족수를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각하 의견을 낸 2명의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며 반대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네, 헌재의 결론은 이렇습니다.▷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불임명은 위헌, 그러나 파면할 만큼의 잘못은 아님 ▷12·3비상계엄 공모·묵인·방조는 증거 없음 ▷여당 대표와의 '공동 국정' 시도 및 특검 후보 추천 의뢰 방기는 증거가 없거나 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음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는 본래 지위(국무총리)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함.
헌재는 이 같은 다수 의견을 종합해 한 총리를 탄핵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정부 들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 중 현재까지 선고된 9건은 모두 기각됐습니다.야당의 전적으로 따지면 '0 대 9' 완패.
하지만 쟁점별 재판관 의견이 나뉜 만큼 한 총리 탄핵 심판 결정 선고 이후 여론은 또 갈립니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즉각 환영하며 "사법부가 민주당의 입법 폭거에 경고했다" "민주당의 탄핵 남발이 악의적 정치 공세임이 입증됐다" "한 총리는 직무 복귀 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된다. 불임명이 헌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 총리 탄핵 기각이 대통령 사건에도 이어질 것으로 믿고 기대감을 키웁니다.
야당은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민주당 측은 "한 총리 탄핵 기각은 윤 대통령 탄핵에 앞서 국정을 안정화하려는 조처" "한 총리는 (헌재 결정에 따라) 즉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 "헌재는 내일 당장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선고하라” “헌재 결정은 존중하지만 국민이 납득하겠나" 등의 논평을 냈습니다.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해온 시민사회는 '아직 최종전 단판 승부가 남았다'는 태세로 벼르고 나섰습니다.
또다시 혼란스럽습니다. 특히 헌재의 한 총리 탄핵 심판 결정이 윤 대통령 사건 결론에 중요한 '힌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오히려 더 오리무중입니다. 헌재는 한 총리 사건 결정을 선고하면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 여부에 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예측을 벗어난 겁니다.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헌재가 아직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한지 결론짓지 못했거나, 윤 대통령 사건 선고를 앞두고 사회 분열·갈등을 최소화하려 일부러 숨겼거나.
어쨌든 또 정치권이든 국민이든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그리고 '최종전' 승부가 결정되면, 찬탄 반탄 할 것 없이 '저항'보다는 '통합'에 힘 쏟을 일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