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부산 하면 광안대교 마린시티 야간관광 등을 떠올리지만 '그때'는 달랐습니다. 자갈치시장, 그리고 자갈치아지매가 단연 으뜸이었죠.자갈치아지매의 화끈한 사투리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는 부산이 손님을 맞을 때 사용한 '공식 환영 인사'나 다름없었습니다.
자갈치시장은 1945년 해방 이후 어민들이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고 합니다.시장이 자리한 부산남항은 어선이 드나드는 항구. 그러니 자연스럽게 시장이 생겼고, 아지매들은 좌판을 깔았습니다.
시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좌판은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억척같은 삶' 그 자체였습니다.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은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생선을 다듬고 팔았습니다. 온몸에 밴 생선 비린내쯤 가족의 생계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겁니다.
아지매들은 가족만 먹여 살린 게 아닙니다. 격동기 부산 경제를 일으켰습니다. 이뿐일까요. 자갈치시장을 사람과 문화가 공존하는 부산의 명물로 만들었습니다.자갈치시장을 빼고 부산의 현대사를 말할 수 있을까요.자갈치아지매,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억척같은 삶이 이룬 결실입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또다시 '격동기'를 맞습니다. 수십 년 생선·해산물 팔던 좌판을 접고 '신식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부산 현대사 한 페이지를 새로 쓰는 일인데, 쉽지는 않겠죠. 이미 새로 단장한 자갈치현대화시장 건물 옆 물양장 땅에 자갈치아지매시장이 들어서는 겁니다. 210여 명의 아지매가 이곳으로 옮깁니다. 시장은 오는 6월 말 문을 열 예정입니다.
자갈치아지매시장은 2022년 1단계, 2024년 2단계 건물을 각각 완공했지만 입주·개장이 계속 미뤄집니다.235억 원을 들였습니다. 어지러운 노점을 정리하고, 대신 일대 도로를 넓혀 기능을 되찾으며, 생선·수산물 다듬는 '악취'를 없애 환경을 정비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관광 활성화 목적도 있습니다. 1단계 건물 준공을 기준으로 3년, '자갈치 수산 명소화 사업' 시작 시점부터 따지면 무려 13년. 애초 부산시가 입주 규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건물 누수 등 안전사고 위험까지 제기되면서 차일피일 늦춰졌습니다.
많은 혼란과 갈등 끝에 입주가 이뤄지나 했지만, 또 말썽입니다. 16일 진행하려던 자갈치아지매시장 현장 점포 추첨이 취소됐습니다. 노점상 대부분이 가입한 상인회가 보이콧했습니다.상인회는 관리비를 포함한 사용료가 너무 비싼 데다, 화장실 등 부대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해수 사용을 원활히 할 수 없는 것 등도 문제로 제기합니다.
이에 시는 개장 일정을 재검토하고 상인회와 소통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자갈치아지매시장 개장은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시는 행여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의 요구를 '무리하다'거나 '합의를 무시했다'며 몰아세워선 안 되겠습니다.말 그대로 '행정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환경 정비나 관광 활성화 등은 나중 일입니다. 아지매들의 만족, 그리고 문화와 역사의 지속성을 최우선 고려하길 바랍니다. 격변의 세월,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부산과 가족을 먹여 살린 '삶의 터전'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