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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생 Dec 17. 2024

배추 70 포기, 카지노 쿠폰하기


수요일부터 눈이 내린다 하고 주말에 영하 4도까지 내려간다니 일기예보를 확인하자마자 일요일에 계획한 카지노 쿠폰을 지금 당장 하기로 합니다. 그게 화창한 월요일입니다.


조금 일찍 퇴근한 남편과 카지노 쿠폰 뽑아 절이고 무, 갓, 쪽파, 양파, 대파 손질해서 씻어 물이 잘빠진 바구니에 담아 탁자에 주욱 늘어놓으니 흐뭇했습니다. 카지노 쿠폰 밑동을 자르는 등에 쏟아지는 햇살이 기분 좋은 날씨였고, 손끝이 야무진 언니가 합세하고 엄마는 파를 다듬어주시니 예상외로 월요일 하루는 수월했습니다.

직접 기른 배추로 카지노 쿠폰을 담가 형제들과 나눌 생각에 70 포기가 어렵지 않은, 오히려 마음이 넉넉해지는 하루였지요.


12시간 절여진 카지노 쿠폰를 화요일 아침 8시부터 혼자 씻기 시작합니다. 언니는 10시쯤 올 거라 했고, 남편은 당연히 일찍 조퇴하고 오려니 생각했는데 연락이 없습니다. 어제는 가볍던 카지노 쿠폰가 천근만근입니다. 신발이 젖어 두 번 갈아 신어도 씻어야 할 카지노 쿠폰는 아직 한다라이나 남아있습니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왜 안 오냐’ 하니 ‘왜 일하는 사람 오라 가라 하냐’ 합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카지노 쿠폰을 하기로 했으니 남편이 조퇴라도 하고 와야 한다 생각했고 그는 퇴근 후에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아차 대화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걸, 인상을 쓸 대로 쓰고 짜증 실은 소리를 쏟을 때로 쏟고야 알아차립니다. 각자 그러하다 여긴 만큼 화가 났던 겁니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생각이 편견인 것을 직시하고 늘 남의 말에 귀 기울일 것 자기 생각이 옳다고 하는 순간 늙고 있음을 알아챌 것.’

노희경 작가가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서 한 말이 언뜻 스치며 남편에게 미안해집니다. 부족한 양념을 급조하고 양념해 놓은 카지노 쿠폰매트에 발을 담가 고춧가루 범벅인 알콩(진돗개)이 뒷발 닦으려 수건 들고 쫓고 도망치고 이런 수선이 놀이인 줄 아는지 올리(쉽독)와 사랑이(레트리버)까지 털북숭이 꼬리를 흔들며 뛰는 통에 양념 담긴 매트를 사수하며 어찌어찌, 밤 10시쯤 열한 개의 김치통을 가득 채웠습니다.


내년에는 하지 않겠다 하는 남편의 불편한 마음을 ‘알겠다. 당신을 힘들게 해 미안하다’고 다독여주고 긴 하루를 마쳤습니다.

‘내’ 마음의 괴로움의 시작은 ‘내’ 생각이 옳다 여기는 순간임을 어렴풋이 짐작하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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