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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영 Apr 25. 2025

카지노 게임와 함께

mbc여성시대 신춘편지쇼 -2025 특별상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와 함께




어릴 때부터 자주 아팠던 저는, 부모님의 걱정거리였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아

선천적인 약골로 태어난 것이, 늘 불만이었죠.


그랬던 제가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 후로, 건강해졌습니다.


매일 20층 계단을 올랐고, 수시로 산에 올랐습니다.

약했던 폐활량이 좋아지더군요.

근육이 생기고 몸이 단단해졌지요.


그런데 바쁘다는 이유로, 몇 년 소홀하며 노력하지 않았더니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그리곤 큰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2021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었어요.

눕기가 힘들 정도로 통증이 왔습니다.

전조 증세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석 달 전부터 손이 아팠고, 그때마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곤 했습니다.

또 동네 병원에서 통증을 가라앉히는 주사도 맞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병만 키운 꼴이 되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이라는 난치병에 걸렸다 하더군요.

염증 수치가 최고조에 달해, 걷기도 힘들고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통증에 시달리다 잠들면, 깨어나지 않기를 바랄 정도였습니다.

남편과는 각자의 일 때문에 떨어져 살고 있어서,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1남 1녀 아이들은 모두 출가해서

아들은 캐나다에, 딸은 멀리 인천에 살고 있기에

혼자 사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2남 2녀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소도시에서 혼자 사는 카지노 게임가

급기야 부산 우리 집으로 오셨습니다. 그때 우리 카지노 게임 나이 85세.


카지노 게임는 긍정적이고 참 강한 분입니다.

그 연세에도 복지관에서 시행하는 <노인 일자리에 참여해

학생들 등교 시간에 교통정리를 하셨습니다.

저는 ‘교통순경 카지노 게임’라 부르며, 카지노 게임를 자랑스러워했어요.

백발의 인상 좋은 카지노 게임를, 사람들은 ‘천사’라 부르기도 합니다.


카지노 게임는 하던 일을 모두 정리하고, 제게 와 주셨어요.

하지만 입맛이 없어진 저는, 어떤 것도 먹을 수 없어서

살이 쭉쭉 빠졌고, 근육이 다 사라진 듯했습니다.

근육이 사라지니 소변이 줄줄 샜고,

혼자서는 일어날 수도, 바닥에 앉기도, 눕기도 힘들었습니다.

택시 문을 열지 못해 기사님이 열어주기도 했지요.


카지노 게임는 그런 딸을 보며, 안타까워 눈물만 흘리셨습니다.

음식도 못 먹고, 성격은 예민해져만 갔고,

짜증과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여서, 카지노 게임를 속상하게 했지요.


카지노 게임의 성화 때문에 억지로 밥을 먹고

염증에 좋다는 생레몬 두세 개를 갈아서 배를 채웠습니다.

카지노 게임는 녹즙을 갈고 레몬을 갈아, 저를 먹이고

먹지 않으려는 음식도 억지로 먹이셨지요.

혼자서는 걸음도 서툴어,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는데,

카지노 게임의 보살핌으로, 점점 병세가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퉁퉁 부었던 발과 손이 많이 가라앉고, 살도 붙기 시작했습니다.

카지노 게임는 다시 카지노 게임 집으로 가셨습니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제는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고

집안일도 웬만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지노 게임는 ‘복지관 노인 일자리’ 일을 신청해서

다시 ‘교통정리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교통순경 울카지노 게임 파이팅!”


우리 자식들은, 카지노 게임의 봉사 일을 지지하고 응원했습니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가 어느 날부터, 운동 삼아 하던 그 일을,

힘들어서 안 되겠다며 그만두시겠다 했습니다.


그때부터 카지노 게임는 집에서 두문불출하셨나 봅니다.

카지노 게임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밥을 혼자 대충 드셨고, 그나마 안 드실 때도 많아

위가 너무 많이 헐었다는 것을, 나중에 병원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놀면 뭐 하니, 일할 수만 있으면 해야지!"


늘 이렇게 말씀하던 당신이라, 언제나 강한 줄만 알았습니다.

88세 카지노 게임가 늘 대단하게만 보였는데

너무 어지럽다며 수화기 너머로 호소하실 땐 가슴이 덜컥 했어요.

카지노 게임 집 가까이에 형제들이 살아서

크게 걱정하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카지노 게임 집을 방문한 저는, 한없이 나약해진 카지노 게임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고

그 길로 저희집으로 모셔왔습니다.

“카지노 게임, 이제는 제가 함께 있을게요.”


카지노 게임는 인지능력이 많이 떨어진 듯했습니다.

함께 목욕탕에 갔는데, 어느 순간 카지노 게임가 안 보여서 찾으니,

다른 사람 자리에 앉아, 당신 자리라고 고집을 부리고 계셨습니다.

원래 자리 주인은, 절대 안 비키는 할머니에게 화가 나 있었고요.

황당할 만도 하지요.

저는 연신 죄송하다며 카지노 게임를 모셔 왔고,

옷 입을 기운도 없으셔서, 제가 입혀 드려야 했습니다.


너무 가벼워진 카지노 게임가, 깃털이 되어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아플 때, 지인들이 보내준 건강식품을 드시게 했더니

조금씩 기운을 차리시더군요.

제게 그런 선물을 보내준 분들이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카지노 게임와 함께 산 지 일 년이 지난 지금,

카지노 게임는 89세가 되셨습니다.

이제 어지럼증은 사라졌고, 웬만한 집안일도 하실 만큼 회복하셨어요.

목욕탕에서의 해프닝 같은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파트 호수 입구를 잘못 찾아 헤매는 일도, 이제는 거의 없습니다.


일찍 남편을 잃고 자식만 바라보고 사신 카지노 게임,

어느 날 카지노 게임는, 아픈 과거를 풀어놓으며 슬픔을 삼키셨지요.

일찍 여의어 얼굴도 모르는 카지노 게임의 아버지,

어릴 적에 친척 집에 얹혀살며 구박받은 얘기,

떨어져 사는 카지노 게임가 보고 싶어서

카지노 게임 따라가느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며 울먹이셨어요.


그렇지만 우리 카지노 게임는, 2남 2녀 자식들을 잘 키우셨고

자존심을 굽히지 않은 분입니다.


못 배우고 못난 카지노 게임라고 자책하며 우시는 울 카지노 게임,

그런 카지노 게임를 저는 사랑합니다.


친구도 없고 노인정에도 가지 않는 카지노 게임를 위해

뜨개질과 쉬운 핸드폰 게임을 가르쳐 드리고 있습니다.

돌아서면 잊어버려, 결국은 제 몫이 되고 말지만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가르쳐 드립니다.

요즘은 카지노 게임의 버킷리스트도 만들어봅니다.


첫 번째가, ‘그동안 안 먹어 본 음식 함께 먹기’입니다.

맛집을 검색해서, 유명하다는 식당을 적어놓고 다닙니다.

회전초밥, 장어, 향어회, 솥밥, 국밥집, 보리밥집, 수육, 족발, 파스타 등

다양합니다.

분명 드셔봤을 텐데도 카지노 게임는, 한 번도 안 먹어 봤다 하십니다.

기억이 안 나시는 거죠. 마음이 아픕니다.


잘 드시는 카지노 게임 모습이 좋아서

sns에 인증 사진을 남기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카지노 게임와 함께 여행 가기’입니다.

제주도, 포항, 영광, 해운대, 송정, 인천 등

그동안 여러 곳을 다녀왔습니다. 해외도 가고 싶어 여권도 만들었어요.

가까운 동남아라도 가서, 카지노 게임와 추억을 쌓고 싶습니다.


살갑지 못한 딸이라 죄송할 때가 많은데

저를 바라보는 카지노 게임의 눈길에는, 늘 사랑이 넘칩니다.


카지노 게임의 남은 생이, 외롭지 않았으면 합니다.


카지노 게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 해요!

카지노 게임, 우리 함께 오래도록 즐겁게 살아요!”


카지노 게임와 함께라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

mbc라디오 여성시대 <신춘편지쇼 공모에 3,500여 편이 응모되었고 그 중 22 편이 당선되었다.

50주년을 맞아 당당이님들 50 명이 뽑은 특별상에 내 글이 뽑혔다.

함께라는 주제로 쓴 글

오늘 시상식이 있는 날인데 가지 않아서 양희은. 김일중 사회자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내가 쓴 글을 양희은 진행자가 낭독하는데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떻게 얘기하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도 울지 않고 인터뷰를 잘 마쳤다.


다른 분들의 사연을 들으며 내 삶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힘들게 살아온 사람, 살아낸 사람들, 그들의 삶이 아프고도 처절해서 눈을 감고 듣는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내 삶이 힘들다고 징징거렸는데 그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구나!

드라마 같은 소설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었구나!

나도 많은 일들을 겪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삶은 깜깜한 동굴 속에 붙어 있는 종유석,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고드름처럼 달려 있었구나!


그들 삶을 응원하며 미비한 글에 도장을 찍어준 당당이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글: 벼리영



카지노 게임

https://www.imbc.com/broad/radio/fm/womenera/podcast/index.html


다시듣기날짜25일 1부 클릭하면 사연과 인터뷰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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