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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Feb 27. 2025

장르의 다양성을 위한 YB의 몸부림

<Odyssey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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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종종 이성을 가로막는다. 헤비메탈은 시끄럽고 반지성적인 장르라는 생각은 헤비메탈에 대한 한국 대중의 오랜 편견이었다. ‘악마의 음악’이라는 종교적 왜곡까지 갈 것도 없다. 메탈 음악에 대한 부당한 편견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 사람들이 음악을 듣지 않고도 그 음악에 관해 판단해 버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헤비메탈은 그런 장르가 아니다. 되레 메탈은 사람마다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공격성과 분노를 생산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 음악이다. 또 좌절한 사람에겐 힘을 주고, 의지를 지닌 이의 열정은 북돋운다. 때론 무심코 지나친 내 주변을 함께 돌아봐줄 때도 있다. 헤비메탈은 만연한 편견과 달리 건강한 이성과 따뜻한 응원, 위로가 공존하는 장르다. 이번에 메탈 앨범을 들고 온 YB의 리더 윤도현은 밴드 공식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앨범은 한 사람이 외부의 고통, 억압을 돌파해 내고 스스로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콘셉트 앨범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이야기, 여러분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윤도현은지난217열린앨범음감회에서이번작품을단지메탈을하고싶다는마음으로냈다고했다. 그는헤비메탈을안에잠자던꿈의음악이라고표현했다. 하고싶었지만여건상없었던음악이라는얘기겠다. 헤비메탈에대한부정적인편견이보편적인나라에서고달픈여건을추측하는일은그리어렵지않다. 그래서였을까. 윤도현은이번프로젝트를홀로진행하려했다. 하지만부담스러워할알았던멤버들이의외로따라주었고, 결국YB 이름으로내게됐다.




윤도현은 어릴 때 듣던 클래식 메탈에 흥미를 잃어 한동안 이 장르를 멀리 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부류엔 아마도 자신이 출연한 영화 ‘정글스토리’에서 언급한 디오(Dio)나 YB가 ‘Sad But True’라는 곡을 공식 헌정한 80년대 메탈리카 등이 포함될 것이다. 그는 왜 올드 메탈을 끊었을까. 말 그대로 너무 ‘올드’하게 들려서? 아니면 이미 너무 많은 관련 거장들이 있고,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저들을 넘어설 수 없으리란 판단에? 나는 전자 쪽에 가능성을 둔다. 3년여 전 ‘Sad But True’에 가미된 브라스 세션이 대변하듯, 아무래도 윤도현의 성향은 AC/DC나 슬레이어처럼 한 가지 스타일만 추구하는 부류보단 90년대 이후 메탈리카처럼 진화와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쪽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그런 성향을 펼칠 만한 캔버스를 2000년대부터 무주공산이 된 하위 메탈 장르들에서 발견한 것일지 모른다. 국내 언론들은 그걸 '하이브리드 모던 메탈'이라 부르고 있다.


사실 윤도현의 헤비 록 사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가리지 좀 마’ 같은 곡에서 그는 고등학생 때 스래시/데스 메탈을 좋아했던 메탈키드로서 장르에 대한 사랑을 부분적으로 표현한 바 있고, 99년작 ‘한국 Rock 다시 부르기’에선 당시 유행했던 뉴 메탈 스타일을 힘껏 인용하기도 했다. 신해철처럼 헤비메탈이 목적지는 아니었을지언정, 적어도 “현실에서 벗어나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르여서” 좋아한다는 윤도현에게 헤비메탈이 ‘그냥 한 번 건드려보는’ 장르가 아닌 건 분명하다. 그가 이번 앨범에 ‘도전’이라는 전제를 붙인 건 한국인들의 헤비메탈에 대한 지나친 거부반응과 냉소 때문이지, 자신과 상관없는 장르에 뛰어들어보겠다는 초보자로서 의지 표현이 아니었던 것이다. 윤도현은 누구보다 메탈 음악의 속성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자신감도 있었던 듯 보인다. 이는 첫 트랙 ‘Voyeurist’와 마지막 트랙 ‘Daydream’에 숨어 있는 그루비한 기타 리프 훅과 타이틀 트랙 ‘Orchid’처럼 7분짜리 메탈 곡 하나를 짜임새 있게 뽑아낼 줄 아는 솜씨 등을 통해 촘촘히 증명되고 있다. 교실 헤드뱅잉 시퀀스가 정점을 찍는 ‘Rebellion’의 후련한 뮤직비디오에서도 윤도현의 메탈 사랑이 아낌없이 과시된 건 물론이다.



한국에서 헤비메탈은 변방의 장르다.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소수이고, 소수의 관심 아래 장르는 겨우 숨만 쉬며 버티고 있다. 작금 가요계에서 대중의 관심이란 오직 ‘빌보드 차트에 올라가는 아이돌 그룹’과 자기들끼리 경연하는 미스터/미스 트로트 가수들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장르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장르들 사이 뚜렷한 양극화가 건강한 음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내일,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미키 17’이 개봉한다. 봉 감독의 데뷔작은 32년 전 단편영화 ‘백색인’이다. ‘백색인’은 요즘말로 ‘다양성’ 영화였다. 예술적 다양성의 보장이 세계 거장을 낳은 셈이다. 음악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 다양성 확보에 일조하려 몸부림이라도 쳐준 윤도현과 YB에게 고마운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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