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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Apr 01. 2025

카지노 게임, 대한민국 프리젠테이션?

다시 쓰는 뒤죽박죽 세계여행기

우리가 흔히 이상적이라고 부러워하는 카지노 게임 아이들을 예로 들어볼까요? 카지노 게임에서는 청소년이 되면 준 성인의 특권을 누려요. 이 아이들에게 한국의 청소년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교실에 붙잡혀 있다는 얘기를 하면 깜짝 놀라서 물어요.

"근데 왜 걔네들은 가만히 있어요?"(엄마의 20년/오소희/p75)


아이의 뉴질랜드 학교에서 얼마 전 ‘Cultural week’이 열렸다. 30개국이 넘는 국가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기독교 학교라 다양한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주간이었다. 담임선생님은 매주 금요일 학부모에게 공지사항을 이메일로 보낸다. 일주일간 진행되는 행사에서 화요일에는 각자의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고 행진을 한다는 정보도 있었고, 자신이 속한 나라에 카지노 게임 소개를 짧은 비디오를 만들어 보내줘도 된다는 정보가 있었다. 아이의 한복은 다행히 행진이 열리는 화요일 전날 우체국에서 픽업할 수 있었는데, 뭔가 아쉬웠다. 담임선생님에게 늦지 않았다면, Cultural week에 한국에 대해 짧은 비디오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 짧은 비디오를 만들어서 보내도 되지만, 엄마인 내가 직접 학급으로 와서 20분가량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건 어떻겠냐고 답변이 왔다. 답변이 온 건 수요일 오전이었는데, 다음날인 목요일 오전, 혹은 금요일 오후에 오라며 아주 쉽고 간단하다고 했다. 순간 머리를 굴렸다. 결코, 쉽고 간단하지 않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할 시간도 필요하고, 그걸 영어로 표현할 문장과 자료도 만들어야 하며, 연습도 필요했다. 못해서 나만 창피한 시간이 아니라, 아이의 자부심도 걸려있는 문제였다. 무엇보다 아이의 성장이 필요한 학교의 과제를 엄마가 해주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바로 답변을 하지 않고 하루를 고민했다.


20년 전 카지노 게임에서의 경험이 생각났다. 안성에 있는 첫 직장이었던 자동차 사출 금형 제조 회사의 해외영업사원으로 근무했던 시절, 카지노 게임에서 3개월간 근무할 기회가 있었다. 카지노 게임 파트너 회사였던 이사님인 예스가 본인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손님방에서 머물 수 있게 해 주었다. 좀처럼 웃지 않는 아내인 레나, 지체 장애가 있는 성인아들, 앤더슨과 고등학생 딸, 앤이 함께 사는 예스의 집은 첫인상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엄마와 딸이 담배를 종이에 돌돌 말아 사이좋게 맞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당황스러웠지만 편견을 만들지는 않았다. 당시에 딸인 앤은 마음의 병을 안고 있었는데, 중학교 때 영국 보딩 스쿨에서 왕따를 당한 후 트라우마로 카지노 게임에 다시 돌아와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했다.

어느 날 손님방에서 거실에 물을 마시러 나갔는데 앤은 상담사와 상담치료 중이었다. 상담사는 나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앤이 본인의 집에 ‘코리안 걸’이 있다고 상담사에게 이야기했는데, 상담사는 앤의 말을 믿지 않고, 망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스의 집은 카지노 게임 빌런드 공항 (카지노 게임 레고랜드가 있는 곳)에서도 한 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시골이었기에, 한국인이 있을 리가 없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나를 보고 놀라는 상담사의 얼굴을 보고 앤은 한참 웃었고, 그 이후 앤과 나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기세를 몰아 앤은 나를 활용해 (?) 일상의 즐거움을 더하고 싶었는지 본인의 학급에 ‘코리안 걸’에 대해 이야기했다. 급기야 교실로 끌려가 ‘카지노 게임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외국에서는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했다. 유럽인들은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 자주 들어봤어도,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시절이었다. 카지노 게임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다. 지금이라면 BTS, 블랙핑크, 로제의 노래 ‘아파트’에 대해 소개했을 텐데 그때는 음식, 한복, 그리고 한국의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에 대한 주제를 만들고 앤의 학교에 가서 발표했다. 특히, 카지노 게임 아이들이 대학입시를 위해 자정까지 학교에 남아서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는 반 아이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아이 학급에서 한국을 소개해야 한다면, 한국의 입시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어야 했다. 초등학생의 수준에서 한국을 잘 알릴 수 있는 주제 선정을 고심한 후 영상을 만들어 보내겠다고 선생님께 답장했다. 아이의 과제이지만 하루 만에 완성해야 해서 주제는 ‘한글’로 정하고 스크립트와 편집은 엄마인 내가 했다. 20년 전 카지노 게임로 돌아가 준비하는 기분이었다. 스크립트를 짜고 아이에게 간단하게 설명한 후 여러 번 스크립트 읽기를 연습한 아이와 촬영을 시작했다. 한복을 입고 휴대폰 카메라 위에 내가 들고 있는 스크립트를 또박또박 읽는 아이의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영상 속 아이는 꽤 잘 해냈다. 영상 편집을 하면서 BTS의 뮤직비디오도 짧게 넣어주어, 반 아이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마감 몇 시간 전에 전달된 영상은 무사히 반 아이들 앞에서 상영(?)되었고, 수줍음 많고 영어 말하기에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 많은 힘이 되어 준듯하다. 반 친구들의 갈채와 담임선생님의 폭풍 칭찬을 받은 아이는 그날 오후 내내 신이 났다.


20년 전 카지노 게임 프리젠테이션을 카지노 게임 학생들 앞에서 했던 ‘나’, 한국의 아름다운 문자 ‘한글’을 여러 나라에서 온 학급 친구들 앞에서 영상으로 전달한 나의 아이가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자라서 한국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기회가 온다면, 지금의 경험으로 또 다른 의미를 만들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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