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소 Feb 02. 2025

못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침부터 아주 못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잠에서 깼다.

전 날 동료가 쓴 메일에 팀장님이 뭐랬더라… ‘벌처럼 빠르게 핵심을 톡 쏘았다’며 칭찬한 메일이 계속 나를 불편하게 한다.

뭘 이런 시적인 표현까지 갖다 붙이며 칭찬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팀장 눈에는 이 사람이 제대로 든 것 같고, 그래서 내가 뭘 하든 나는 별로인가 보다. 근데 사실 팀장 앞에서 내가 말아먹은 게 몇 번이나 되는지. 아니지. 사실 그건 내 탓이라기보다 내 밑에 똥멍청이가 제대로 안 해서 나까지 피해를 본 거다. 아, 무능한 부하 직원 때문에 나도 같이 무능해지는구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아차차 싶었다.

질투에서 시작해서 스스로를 폄하하다가 결국에는 남 탓에 분노를 한다.

이 아름다운 주말 아침 내내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좀 아니다 싶다.


사실 지난 1월도 온통 이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가득 찬 한 달이었다.

남이 좀 망해서 내가 더 잘나 보였으면 하고, 내가 망쳤을 때는 스스로를 가차 없이 몰아넣고, 안되면 남탓하고 아주 난리였다.

그래서 지난 한 달은 정말 피곤했다.

더 놀라운 것은 1월 내내 이렇게 질투와 자책과 분노로 인생을 채워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말했는데도

막상 그 순간에는 못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활활 불타 버렸다는 것이다.


나 좀 더 멋진 인생을 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오글거리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희미해진다.

이제 2월이다.

남은 시간도 질투하고 자책하고 남탓하면서 인생을 채우고 싶진 않다.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못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밀어 넣으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다잡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