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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Oct 13. 2022

[EP.06] '애매함'이라 쓰고 '카지노 게임'이라 말한다.

생각을 바꾸면 애매함은 오히려 축복이 된다. 가능성의 축복 말이다.

애매함들로 가득한 나. 뭐라도 특별한 카지노 게임이 있으면 좋겠는데, 뚜렷한 것 하나 없이 그저 세월이 흘러가는 데로 살아온 것 같은 인생. 그런 나에게도 이제야 발견한 카지노 게임이 있으니 그것이 글쓰기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다.


'너 책카지노 게임도 출간했어? 출간 제안을 받았다던가, 출판사랑 계약카지노 게임도 해봤어?'
'아님, 인세라도 받고 있어?'
'네 글이 언제 올라오나 기다리는 열성 구독자라도 있어?'
'글을 썼다 하면 포털 메인에 걸리고, 조회수가 떡상을 기록하기라도 하는 거야?'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난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글쓰기가 나의 카지노 게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남들과 비교우위에 있는 것만이 카지노 게임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들 중에 탁월한 것 또한 나의 카지노 게임이기 때문이다.


사실 위에서와 같이 반문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권위자의 반열에 있어야만 카지노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는 제대로 학위 과정을 밟아 해당 분야로 정평이 나있는 외국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던가, 아니면 적어도 김영하 작가님 같은 분의 문하생이라도 되어야 납득이 되려나 싶다. 또는 글쓰기로돈벌이라도 하고 있어야 겨우 인정해줄까 말까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람 치고 정작 본인의 카지노 게임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자기 오류에 빠지기 쉬우니 말이다.


이런 밉상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야속한 것이 있다면,‘나 이거 잘해요’라고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한국 사회에서는 참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나 역시 여전히 쉽지만은 않다. 그나마 알게 된 글쓰기라도 있으니 참 다행이다 싶다.


도대체 나의 카지노 게임을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카지노 게임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내 안에 어떤 재료들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재료를 파악하는 데 있어 MBTI, 애니어그램, 태니지먼트, 갤럽의 스트렝스 파인더와 같은 다양한 전문적인 분석 툴을 이용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분석해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래서, '난 뭘 하면 좋을까'라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밥벌이를 할 수 있는 무기는 뭔데'라는 것이다.


전문적인 분석 도구와 전문가의 도움은, 그동안 평면적으로만 이해하던'나'라는 우주를 입체적으로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 까지라고 생각한다. 그 우주에 어떤 행성이 있고 어떤 은하계가 존재하는지를 찾는 건 내 몫이다.


다시 말해 내 안에 무엇이 채워져 있고 그 채워진 것들 중에 또 어떤 것이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또한밥벌이의 무기가 될지는 내가 찾아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돌고 돌아 이렇게 결국 또다시 '자기 발견'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이것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쯤에서 지난 세월에 대한 한 가지 큰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삶을 기록하는 것이 애초에 필수 교육 과정으로 정해져 있었으면 어땠을까.' '자신의 삶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만큼 나를 탐구하기에 좋은 자료가 또 있을까.'혼자만의 생각을 표현해 볼 뿐이다.


내가 이처럼 기록에 대한 깊은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것은 나야말로 기록을 통해 카지노 게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학원 논문을 쓰면서 학을 떼었던 글쓰기다. 다시는 내 인생에 글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 여겼던 그것이 지금은 나의 삶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되었다. 아니, 더 나아가 이제는 작가로 활동 중이다.


논문을 쓰던 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만난다면 아마 기가 찰 노릇인지도 모르겠다.


글쓰기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도 일전에 생각을 거듭하며 기록해둔 나의 역사연표 덕분이다. 거기에는 이런 기록이 있었다. 군대에서 글짓기 대회에 입상하여 포상 휴가를 받았던 기억. 그러고 보면 논문이라는 글쓰기 형태가 안 맞았을 뿐 ‘나’라는 우주에 ‘글쓰기’라는 원석이 이미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원석을 계속 정제시켜가며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은가.


돌아보면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1년이 넘는 시간 꾸준히 하는 나를 보면서다. 한 사람이 습관을 형성하는 데에 66일이 걸린다는 말이 있는데 아무렴 1년 넘도록 유지한 것을 보면 그만큼 자발적 동기부여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지 않을까.








'카지노 게임이 돈이 되는 시대!'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버는 삶!'


너무나 가슴 떨리는 솔깃한 문장이다. 그러나 이 문장을 곡해하면 자칫 '돈'이 되지 않으면 '카지노 게임'이 아니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태 내 안에 이 생각이 존재했음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온라인상에서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진입 장벽이 워낙 낮아진 요즘 시대에 생각해보면 우리도 돈을 벌 수 있는 카지노 게임이 이미 한가득 이었는지도모른다.단지 스스로 애매함카지노 게임는 폴더를 만들어 계속 하위 폴더만 늘려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면 가능성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꾸준히 개발하여스스로 납득이 될 한계를넘어설 수만 있다면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 사람보다야 빠르게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소리다. 생각을 바꾸니 오히려 애매함이 축복이지 않은가 싶다.


가장 먼저 기록을 시작해보자. 숱한 강의에 혹하지 말고, 빠르게 가는 기술이나 방법에 대한 카피에 후킹 당하지 말고 기록부터 시작해보자. 결국 '나' 자신이 본질이고 본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다음 방법은 빛을 발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 시작은 '기록'이다.


한 가지를 보태어 보자면 기록에 감정을 더해주면 더 효과적이다.예를 들어 '글을 다 쓰고 발행 버튼을 눌렀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좋다'라든가 '1일 1독을 마치고 나면 마치 세상의 이치를 깨우친 듯 맑아지는 기분이다'라든가. 혹은 '아침 루틴에 실패하고 난 뒤 글쓰기를 하면 하루 종일 뇌가 엉켜있는 기분이다'라는 식으로 좋고 나쁨의구분 없이 솔직한 감정을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지속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선명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깨닫게 될 것이다.'나의 애매한 것들이 사실 나의 카지노 게임이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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