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올 스톱돼버렸다
"어라? 어째 미열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엄마의 촉이란 거의 99.9% 정확하다. 어쩐지 얼굴이 피곤해 보이는 카지노 게임를 보더니 아내는 바로 이마에 손을 짚어 보았다. 애매하긴 했지만 느낌상 미열이 있음을 직감했다. 그렇다고 몸이 처지는 건 아니었기에 일단 자고 일어나 다시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월요일 밤, 카지노 게임는 자는 내내 뒤척였다. 코가 막히는지 입으로 숨을 쉬었고, 몸이 편치 않은지 평소보다 잠꼬대도 잦았다. 전날 일찍 잔 카지노 게임는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어제보다 열감이 더 느껴지긴 했지만 체온계로 재봐도 여전히 애매한 상태였다. 일단 유치원에 보낼 생각으로 죽을 먹이고 시간이 남아 소파에 기대어 앉혔는데, 그새 잠이 들었다. 웬만해선 낮잠도 안 자는 녀석이 아침부터 잠이 들었다는 건 분명 뭔가가 있긴 있다는 소리다.
아무래도 등원 버스를 태우는 건 무리일 듯싶어 좀 더 재우기로 했다. 피로가 누적되어 그런 걸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며 카지노 게임를 그대로 소파에 눕혔다. 한참을 자던 카지노 게임가 갑자기 깨더니, "아빠, 쉬!"라며 발을 동동 구르길래 얼른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옆에서 대충 누워 자던 나도 비몽사몽으로 카지노 게임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볼일을 보고 나온 카지노 게임는 방으로 들어가 다시 누웠다. 밤새 뒤척인 카지노 게임 옆에서 편히 자지 못한 아내 옆에 누워 다시 잠들었다. 유치원은 그냥 쉬기로 했다.
아내와 카지노 게임가 잠든 시간, 방에서 얼른 글을 썼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답답할 것 같아서 피곤했지만 글이라도 썼다. 생각보다 카지노 게임가 오래 잠든 덕분에 글쓰기는 마칠 수 있었다. 카지노 게임가 깬 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는데 37.3도 정도의 미열이라 일단 항생제 처방은 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에서 나오는데 날씨도 좋고, 카지노 게임의 컨디션도 나빠 보이지 않아 근처 카페로 갔다. 작은 어항이 있는 카페여서 카지노 게임가 물고기를 볼 수도 있고, 뒷 뜰에 나가면 얕은 연못과 징검다리를 만들어놔 카지노 게임가 재밌어하는 곳이었다.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니 기분전환도 되고 괜찮았는데, 문제는 해가 질 무렵부터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카페에 다녀온 게 실수였을까. 화요일 밤, 카지노 게임는 전날보다 더 열이 올랐다.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재웠는데,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이 끝나니 다시 39도까지 열이 올랐다. 아침에 다시 해열제를 먹이고 나니 좀 나아졌는지 카지노 게임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수요일 아침. 아내는 오늘 출근을 미뤘다. 나는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해열제 덕에 좀 나아진 카지노 게임는 다시 잠들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내가 쉴 수 있게 카지노 게임를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일단 죽을 먹이고, 그 사이 나도 요기를 한 뒤 카지노 게임와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바닥에서 노는 건 허리가 좋지 않은 나에겐 고역이었지만 카지노 게임가 재밌어하니 그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시간을 보냈다.
하루가 지나 저녁이 되었다. 오늘 뭐 했더라, 생각해 보니 딱히 한 게 없다. 그냥 카지노 게임랑 놀고, 중간에 잠깐 커뮤니티 관련 통화 좀 하고, 점심 먹으며 대충 드라마 한 편 보는 둥 마는 둥 하다 카지노 게임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온 게 전부다. 혹시나 싶어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동시에 진행해 봤지만 다행히 둘 다 아니다. 초기라서 반응이 안 나온 걸 수도 있다고는 했지만 어쨌든 다행이다.
날이 저무니 카지노 게임는 다시 몸이 처지나 보다. 원래 밤에 더 아픈 법인데, 어째 또 열이 오르는 듯하다.
카지노 게임가 아프면 모든 게 올 스톱 된다. 계획했던 시간을 지킨다는 마음 자체가 무리수를 두는 것이니 그저 흘러가는 하루를 흘러가게 두는 수밖에 없다. 카지노 게임가 잠든 틈을 타 몇 글자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은 그저 카지노 게임가 잘 회복되길 바라며 최대한 카지노 게임와 시간을 함께 하는 게 아빠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렇다고 또 마냥 시간을 흘려보낼 수만은 없지 않겠나. 틈틈이 이것저것 생각이라도 하며 원하는 삶을 향한 흐름은 이어가 본다.
인생은 역시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또 그저 흘러가게 두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비록 상황은 나의 통제권 밖에 있을지라도 일어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틈을 만들어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러면서 또 허투루 보낸 시간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그때 미리 좀 해둘걸' 하는.
후회한들 뭐 하겠냐만 부디 후회하는데서 끝나지 말고 내일부터라도 하루를 알차게 살아갈 계획을 세우는데 까지 행동이 이어지길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바라본다. 그나저나, 카지노 게임가 내일은좀 괜찮아져야 할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