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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Apr 18. 2025

육아는 카지노 게임 아닌 다스림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

Out of Control. 카지노 게임권 밖의 일을 뜻하는 표현이다. 삶에는 내 카지노 게임권 밖의 일이 많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나 조차도 카지노 게임할 수 없는 게 인간의 나약함인데 하물며 무엇을 카지노 게임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인간의 본성 가운데에는 타인을 카지노 게임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 자신을 '평화주의자'라고 여기며 살았을 만큼 딱히 남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이 얘기를 들었을 때 '그런가?' 하며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생각은 아주 쉽게 무너졌다. 아이에게 윽박지르는 나를 보면서 말이다.


나는 아이와의 관계에서 강자이며 아이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훈육'이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내뱉었던 강한 어조와 힘이 서린 말투의 이면엔 아이의 행동을 카지노 게임하고 싶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때론 필요하지만 많은 경우 인내와 관용으로 상황을 넘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순간에는 언제나 '인내와 관용'이 부족하다.


드라마에서 보면 아이를 무척 인격적으로 대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얼마 전에 인기를 끌며 종영한 '폭싹 속았어요'에서도 애순과 관식의 첫째인 금명 이를 보면 누가 봐도 잘 컸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부모의 사랑과 존중 가운데 자랐다는 걸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드라마인걸 알면서도 이런 장면을 볼 때면 나의 모자람이 더 선명한 빛을 발산하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아이가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더라면 "아빠는 나한테 왜 저렇게 대해주지 않아?"라고 물을 것만 같아 혼자 눈치 없는 눈칫밥을 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내, '드라마에선 모든 일상을 다 보여주지 않으니까'라며 만약 실제였으면 저들도 이런 시간을 거쳤겠지 생각하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푹 쉰 덕분에 아이는 열이 내렸고 오늘 유치원에 등원했다. 오랜만에 아내와 여유로운 오전 시간을 보냈다. 가벼운 끼니를 먹으며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를 보고 난 뒤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그동안 읽지 못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데, 이게 뭐라고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드는 걸까. 그러면서 또 한 편으론 이런 기분이 느껴지는 게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아이가 아픈 것 또한 카지노 게임 밖의 상황이었다. 아내와 나, 그리고 아이까지 우린 이 상황이 호전되기만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오늘 내 마음속에 드는 홀가분함은 그 이면에 마치 '이 상황을 빨리 끝내버리고 내 시간을 갖고 싶다'는이기적인 바람이 있었음을 들춰 버리는 기분이었다. 카지노 게임 밖의 상황을 카지노 게임하려 했으니 지난 3일간 답답함이 안개처럼 마음 한 편 깔려 있었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아이에게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듯 나와 아내에게도 무엇인지 모를 어떤 것으로부터의 쉼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자신의 의지로는 도저히 카지노 게임할 수 없는 무언가를 조절하기 위한 상황이 주어진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는 건 어쨌거나 지난 3일간평소 보다 일찍 잠들었고, 일찍 잠들지 않았을 땐 밤늦은 시간 딴짓이 아닌 해야 할 일에 더 몰입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이처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난다. 그 정도와 강도에 따라 감당하기 위한 에너지의 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 빠르게 해결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약 흘러가게 둬야만 하는 경우라면 억지로 힘을 쓰기보다 흘러가도록 두는 것도 필요함을 느꼈다.


요즘 내 아이는별 것 아닌 말에도 전보다 더 거센 저항을 한다. 소리를 지를 때도 있고손지검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잘못된 행동이라고 혼을 내기도 한다. 가르쳐야 할 것 가르치는 게 부모의 역할이지만 또 한 편으론그럴만한 시기에 그럴만한 행동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또한 카지노 게임 아닌 존중과 관용이 더 필요한 시기일 수도 있을 테니.


매번 느끼지만 아이를 기른다는 건 아이를 통해 내가 더 성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면에선 '내가 이렇게 별로인 사람이었나'싶어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지만 성찰을 통해 다시 성장하게 되니 아이가 인생의 스승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난 3일, 아이는 아이대로 성장하는 시기였고 나는 나대로 나에게 깊어지는 시기였던 것 같다. 덕분에 카지노 게임 아닌 다스림의 지혜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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