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갑자기 눈을 떴어.
꿈이 아니였나봐. 언니가 옆에 있었어.
다 거짓말이었어. 책에서, 드라마에서 많이 봤는데...
그렇게 사랑하는 둘째딸도 못보고 급하게 가놓고, 왜 나를 만나러 오지 않는걸까.
꿈에서 카지노 게임를 볼 줄알았는데...
왜 카지노 게임가 항상 그랬잖아. 할매가 왜 꿈에도 나오지 않느냐고. 그렇게 할매를 기다려놓고 나한테와보지 않는거야...
머리도 감고, 얼굴에 비비크림도 발랐어. 항상 얼굴어 뭐 발랐냐고 물어봤잖아. 머리에 파마기가 없으면 언제 파마를 할 거냐고도 물어봤잖아. 돈아낀다고 미용실도 안 갈까봐 걱정했잖아. 그래서 카지노 게임가 또 안쓰러워할까봐 얼굴도 희게 바르고, 웨이브가 잘 보이게 머리도 말렸어.
아직 밖은 깜깜했어. 아직 완연한 봄이 시작되지 않았는지 몸이 절로 웅크려질만큼 춥더라. 걸음이 잘 걸어지지않았어. 다리가 바위로 변했는지 너무 무거워.
그런데 고개를 돌리니까 커다랗게 밝은 달이 나를 비추고 있었어. 어찌나 크고 달빛이 환한지 달이 내 볼을 부비는 것 같았지. 카지노 게임같았어.
그때부터 눈앞이 흐려졌어. 온세상이 흐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어. 제법 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계단이 잘 보이지 않는거야.
손을 주머니에 넣으면 위험해
계단을 잘 보고 내려가야지
꼭 잡아라...
자꾸만 주저앉는 나에게 카지노 게임는 속삭였어
눈을 감지 않아도 카지노 게임가 보여. 손을 허공에 내저으면 카지노 게임가 투박하고 따뜻한 손이 잡힐 것 같아.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손을 뻗어봐.
버스안에서 카지노 게임를 닮은 사람을 봤어.
예의바르고 공손한 말투
돌돌이로 말아서 여기저기 동그래진 파마머리
어깨에 둘러멘 가방까지
거제도에 놀러간다는 아줌마는 이 나이에도 놀러간다면 설렌다고 좋아했어
버스 뒷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그만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어
버스안에서 엉엉울던 나를 위해 아저씨가 음악을 틀어준 것 같아
버스에서 내리니깐
길건너 파티마 병원이 보이더라
응급센터에 붉은 글씨가 보였어.
어제 였나. 그제 였나. 카지노 게임가 저기로 실려왔던 것이.
숨을 쉴 수 없었어. 다리가 무너지고 있었어
하지만 가야지. 카지노 게임한테 가야지.
카지노 게임가 무섭지 않게.
내가 있어야지
안치실 복도에서 카지노 게임를 기다렸어.
파란담요로 꽁꽁싸여진 카지노 게임를 뒷자리에 싣는 걸 보고 차에 탔어.
다행히 기사님이 좋아보였어. 카지노 게임가 봤다면 안도했을거야. 왠지 마음이 든든하데.
카지노 게임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책에서 본거 얘기 좀 해봐라'
카지노 게임 기억나? 내가 해줬던 이야기들 말이야.
신도 없고, 영혼도 없다고 했던거.
그러니까 나에게 카지노 게임의 몸이 곧 카지노 게임야.
기능은 멈췄지만, 40년 넘에 보던 얼굴과 내가 자주 쓸어주던 머리카락, 마주잡았던 손과 쓸어주던 다리. 나에게는 그 모두가 카지노 게임야. 진짜 카지노 게임는 영혼이 되어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카지노 게임 몸에 칼을 대게해서 많이 미안해.
하지만 내가 가까이 있을께.
우리가 이야기 했던 대로라면, 카지노 게임의 세계는 이제 끝이나고 더 이상 아프지않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을테니까...
그래서 내가 여기서 카지노 게임를 기다리고 있어.
기사님이 커피를 한잔 건네셨어. 뜨거운 커피를 입에 넣으니까 단맛이 확 느껴지더라. 살아있다는 건 이런건가봐.
카지노 게임는 이제 이런 걸 느낄 수 없는 곳에 있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