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중요하다. 이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가진 것이 많다면 풍족한 생활이 가능하다. 내가 하고싶은 것, 가고싶은 곳, 사고싶은 것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한국은 너무나도 이것이 잘 드러나는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돈 버는 방법에 대해 큰 관심을 주고 있는 듯하다. 서점 베스트셀러에는 경제나 주식 관련 책들이 꼭 섞여 있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대한 강의를 올리는 유튜버들이 흘러넘친다. 이외에도 부업이나 경제관념, 자산을 늘리는 방법 등에 대한 책, 강연, 노하우들이 각종 채널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 소비 문화를 생각하면 내 월급으로는 택도 없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면에서 한국 사람들이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20대 때부터 일찍이 경제 공부를 시작해 효율적으로 자산을 늘린 사람들이 꽤 많다. 자본주의의 현실을 빠르게 깨닫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한국에 있는 직장인 친구들도 모두 무언가를 하고 있더라. 해외에 살고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돈 버는일에 관심이 많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지가 잘 보인다.
스위스는 어떨까. 스위스 밖의 사람들은 그저 스위스의 엄청난 물가에 놀란다. 그렇기에 스위스 사람들은 다들 부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가가 비싼 건 사실이다. 하지만 평균 연봉 역시 그만큼 높기 때문에 스위스 사람들은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스위스는 통화가 안정적이라 유럽이 인플레이션으로 앓고 있을 때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했다. 물가가 비싸긴 하지만 주로 사람 손을 거치는 외식이나 서비스업이 비싼 것이기 때문에, 집에서 요리해 먹으면 크게 돈이 들지 않는다. 매일 저녁을 요리해 먹는다고 가정하면 일주일에 10만원 내외로 괜찮은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물건을 소비하는 문화가 크지 않다.좋은 차, 좋은 옷을 사서 과시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며 대부분이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다.
집 역시 마찬가지. 이곳 카지노 게임은 부동산을 반드시 '소유'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위스에서는 전 연령대에서 과반수 이상의 사람들이 월세로 평생을 살아간다. 이곳에서는 세입자의 권리가 꽤 잘 보장되어 있어, 한번 계약하면 집주인이 함부로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한다. 원한다면 평생 살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스위스 사람들은 자가를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이는 다른 유럽에서도 마찬가지. 경제관념이 트인 소수의 사람들만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나는 이곳 사람들이 집을 사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러한 특징들 덕분인지 스위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돈에 대한 걱정이 덜하고 자산을 불려야 한다는 생각을 크게 가지지 않는 것 같다. swissinfo.ch에서 실시한 2023년 한 조사에 따르면, 약 80%의 스위스인들이 자신의 월급을 일반 계좌에 저축한다고 답했다. 또한 자산을 불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사람들은 11%밖에 되지 않았다. 매달 들어오는 급여를 저축하는 것으로 경제생활을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스위스 사람들의 연봉이 높으니 저축만 해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소리를 할 수도 있다. 최소한의 생활만 하며 저축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는 정도를 보면, 절대 월급의 대부분을 저축하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부동산 값은 여기도 비싸다. 집을 꼭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스위스 사람들이 투자에 관심이 없는 제일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당장 내 스위스인 직장 동료만 해도 주식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으며, 오히려 자신은 근로시간을 줄이고 휴가를 더 받고 싶다고 했다(20대 싱글이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물가가 비싼 스위스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은 소비 심리를 줄인다. 한국에 있을 때는 뭔가를 자꾸 사야 할 것 같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자꾸 보이고,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스위스에서는 슬프게도 내 관심을 끄는 물건이 별로 없다. 있더라도 한국에서는 반값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쁘게 차려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드물기 때문에 새로운 옷을 사고 싶은 욕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외식 역시 밖에서 사먹으면 비싸고 맛없기만 했으며집에서 해먹는 음식이 더 맛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마디로 '이 돈 주고 이걸 살 바에야 안 사고 말지' 라는 것이다. 스위스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확실한 건 이곳의 소비 문화가 덜 발달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나는 꽤나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면, 내가 사는 곳의 라이프스타일이나 분위기가 어떤지가 소비 심리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분명히 보인다.
직장인이 되기 전까지는 나 역시 자산을 늘리는 일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스위스 사람들처럼 마음을 먹는다면 굳이 투자에 관심 가질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더 많은 기회를 찾아 낯선 땅으로 온 한국인이며, 경제 공부를 통해 효율적으로 자산을 관리하고 확대하는 일은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얼마 전부터 주식 관련 책을 읽고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고 있다. 한국어로 편히 주식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수많은 경제 관련 책 저자들과컨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감사하다. 한국 주식 유튜버들만큼 이해가 잘 되고 눈에 쏙쏙 들어오는동영상을 만드는 스위스 유튜버들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그쪽이 아니기 때문에 유튜브도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살면서 느끼는 것은스위스 사람들이 '돈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에 대한 범위가 한국 사람들보다 좁다는 생각이다.한국은 이미 소비 중심 문화가 너무도 깊게 자리잡아 더 많은 돈을 내면 더 좋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너무도 극명하다. 스위스에서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국에 비해 확실히 한정적이며, 접근성 또한 떨어진다.무엇이 누구에게 더 좋은 사회인지는 모른다. 적어도 나는 한국인으로서 자산의 중요성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자유에 대해 너무도 잘 알기에, 스위스에 살고 있지만 경제 공부를 지속할 생각이다. 치열하게 돈을 공부하는 직장인 모두에게 응원의 말을 해주고 싶다.
사진 출처: photo by Marga Santos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