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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별 Mar 17. 2025

카지노 쿠폰 용기

뒤늦게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취학 통지서를 접수하러 처음 초등학교에 방문한 날이었다. 인도 위에는 소보록하게 눈이 쌓여 있어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었다. 넘어지지 않게 한 발 한 발 찬찬하게.


교문을 통과하고 건물에 들어서니 여러개의 이젤 위에 무언가 올려져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문득 궁금해진 첫째가 저게 뭐냐고 질문을 했다. 전교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었는지 회장후보자들의 공약들이 하드보드에 잘 정리되어 있었고, 그것들이 이젤 위에 올려져 있던 것이었다. 열정 가득한 후보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던 일까, 그들의 간절함이 치열하게 사투를 벌였던 결과였을까. 텅 빈 그 공간엔온기가 돌았다. 눈 쌓인 바깥의 온도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엄마, 나도 저거 하고 싶어."


내 대답을 들은 첫째의 입에서 '나도'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꽤나 즉흥적인 카지노 쿠폰였기에 동경의 마음으로 가벼이 내뱉은 말이겠거니 하고 픽 웃으며 넘겼다.



첫째는 어느새 3학년이 되었다. 사회, 과학, 영어, 미술, 체육 등 배우는 과목도 많아졌고, 숙제도 매일 받아왔다.배움의 깊이와 너비가 제법 깊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고, 지식 확장의 시간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았다. 3학년이 되니 제법 형님 티가 났다.


개학 후 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첫째가 퇴근한 나를 붙들고 질문을 해왔다. 내일 학급 임원 선거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당선이 되는 거냐고. 회장이든 부회장이든 해 보고 싶은데 카지노 쿠폰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친구들이 한표도 주지 않을까봐.카지노 쿠폰에게 상황을 들어보니 아는 친구가 단 두 명 밖에 없다고 했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남자카지노 쿠폰 두 명. 자신의 좁은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선거에 나가봤자 몇 표 받지 못한 채 떨어질 게 빤하다고 했다.


"혹시 생각 나니? 학교에 처음 서류 제출하러 온 날, 일 층에 회장 후보자들의 공약이 놓여 있었잖아. 그걸 보고서 '엄마 나도 학생회장 하고 싶어요.' 라고 했던 그 말을 엄만 여전히 기억해."


카지노 쿠폰는 문득 생각에 잠기더니 눈이 번쩍 뜨였고 이어 생글거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인생이 어떻게 다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겠니. 맞아, 네 말처럼 후보에만 그칠 수 있어. 그치만 엄만 네가 카지노 쿠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거든. 하고 싶다는 마음이 섰다면 일단 해 봐. 회장/부회장에 선출되지 않아도 엄만 네가 정말로 자랑스러울 거야. 두려움을 이겨내고 카지노 쿠폰 용기를 냈으니까."


엄마의 말 한마디에 쉽게 카지노 쿠폰가 날 리 만무했다. 그러나 조금의 자신감은 심어진 듯 보였다. 공약은 어떤 걸 준비하면 되냐는 질문을 해왔다. 그 말에 아이에게 반문했다. 너의 반이 어떤 학급이 되길 바라느냐고. 욕설이 오가지 않는 반, 따돌림 없는 반, 책 읽는 반을 만들고 싶다며 일목요연하게 대답했다. 작년부터 생각해 봤던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마냥 어리게만 보던 아이가 이런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꽤 경탄스러웠다. 엄마의 피드백에 카지노 쿠폰를 얻은 첫째는 온 가족들을 다 불러다 소파에 앉혀 놓고 소견 및 공약 발표를 두어 번 연습했다. 좀 전의 주저하던 기색은 온데간데없었다. 카지노 쿠폰의 표정은 제법 진지했고 목소리는 적잖이 또렷했다. 그 날의 밤은 그렇게 여물어갔다.



다음 날 야심차게 두 주먹을 꽉 쥐고 등교한 카지노 쿠폰와는 달리, 혹여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속상할 카지노 쿠폰를 어떻게 위로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카지노 쿠폰 앞에서 내뱉었던 '엄마 언어'와는 달리 사회는 꽤 혹독한 곳이니까.


한창 바쁘게 일을 하다 잠시 화장실을 가려 일어섰을 때 첫째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급 부회장이 되었단다. 그것도 1표 차이로.회장 선거부터 치렀는데 차마 손을 들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진 부회장 선거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지금 이 순간이 지나버리면 분명 난 후회할 거야.' 뒤늦은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 손을 들려던 찰나, 회장으로 당선된 아이가 첫째를 부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했다. (잠시 잠깐 그건 공정하지 않은 후보 등록 방식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과하지 않은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전화를 끊고서야 벅찬 감동이 몸을 타고 흘렀다.



난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이런 짓까지 해봤다라고 할 수 있게요.

- 영화『항거 : 유관순 이야기』중에서



문득 삼일절에 보았던 영화 주인공의 대사가 기억이 났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앞장섰던 그 시절의 어린 소녀가 했던 강인하고 단단했던 마음이 담긴 그 말이. 만세 운동으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옥중에서도 만세를 부르며 고문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유관순 열사 마음을 감히 떠올려 보았다.


수없이 많은 후회로 얼룩진 삶을 살아오며 왜 그래야 했는지를 미처 돌아보지 못했다. 그 이유를 찾는 여정 마저도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으로 느껴질까 두려웠다. 그저 '난 그런 아이니까.'라고 곱씹으며 아쉬운 기억과 감정들을 지워버리는 일이 나에게 더 중했다. 순탄한 삶을 살기 위해 비겁한 겁쟁이가 되어야 했다. 회피,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여겼다.


한 번의 카지노 쿠폰가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카지노 쿠폰를 더는 두려워하지 말자고, 무수히 많을 앞으로의 카지노 쿠폰의 연속에도 좌절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속삭여 본다. 그 실수와 카지노 쿠폰를 공의 발판으로 삼고자 나에게 카지노 쿠폰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그렇게오늘도 다시금 발걸음을 내딛는다. 카지노 쿠폰의 초등학교 취학 통지서를 제출하러 갔던 그처럼 발 찬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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