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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Feb 13. 2025

빛이 카지노 가입 쿠폰 곳

<흰을 읽고

한강 작가의 책 <흰(2018)을 펼치다가, 문득 배려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책 표지는 검은색과 흰색, 회색으로 덮여있고, 제목과 작가 이름, 출판사 이름은 흰색으로 쓰여 있었다. 그런데 책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하얀갈피끈을 보는 순간, 마음 밑에서부터 감동이 일기 시작했다.

노랑이나 파랑 갈피끈이었다면 그러려니 했거나, 무채색의 표지에 악센트를 주고 싶어 그랬나 생각했을 것이다. 책과 동떨어져 보이는뜬금없는 색이 살짝 거슬렸을 뿐, 배려받는다는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흰 갈피끈 ⎯ 큰 배려보다 작은 마음씀에 더 고맙고 기분 좋을 때가 있다. 디자이너의 의도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내겐 독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였다.

책에 대한 감각적인 첫인상은 예비독자인 나를 책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주고, 또 내가 책을 사는 이유가 되기도 카지노 가입 쿠폰.


한강 작가는 <흰에서,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은 언니에 대해 말한다.


태어나 두 시간 동안 살아 있었다는 어머니의 첫 아기가 만일 나를 이따금 찾아와 함께 있었다면, 나로서는 그걸 알 길이 없었을 것이다. (p. 32)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해독할 수 없는 사랑과 고통의 목소리를 향해, 희끗한 빛과 체온이 카지노 가입 쿠폰 쪽을 향해, 어둠 속에서 나도 그렇게 눈을 뜨고 바라봤던 건지도 모르다. (p. 33)


세상에 나온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모두 허공을 떠돌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다가가 속삭일지 모른다. 종이에 찍힌 글자가 시간이 흘러도 남듯, 그리하여 세상에 나온 말들도 살아남는다.

<소년이 온다에서 어린 동호는 엄마에게 말카지노 가입 쿠폰.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빛이 카지노 가입 쿠폰 쪽, 꽃이 핀 쪽 ⎯ 밝은 곳, 삶이 카지노 가입 쿠폰 곳을 향하던 생명은 졌지만 남은 사람들은 먼저 떠나간 사람을 기억하며, 생명의 무게를 느끼며 살아간다.


이 도시의 외곽에서 그녀는 그 나비를 보았다.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십일월 아침 갈대숲 옆에 날개를 접고 누워 있었다... 지난 주부터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는데, 그 사이 날개가 몇 차례 얼었다 녹으며 흰카지노 가입 쿠폰 지워졌는지 어떤 부분은 거의 투명해 보였다... 날개는 더이상 날개가 아닌 것이 되고, 나비는 더이상 나비가 아닌 것이 된다. (p. 50)


아름다운 건 왠지 빨리 끝나버린다. 아름다움을 느낄 새도 없이 사라진다. 바로 그 순간보다, 지나고 나서야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게 세상 일이라 그럴까.

아름다움이 오래 남으라고 오히려 사라져 버리는 아이러니를 우리는 매일 겪으면서도 알지 못카지노 가입 쿠폰.


이 책은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목소리를 가진, 살아갈 이유와 소망이 카지노 가입 쿠폰 존재들에 대한 애정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들려주는 곡조 없는 노래 같았다.

한강 작가는 인간의 죽음과 고통을 그려내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사랑이 결코 부재하지 않음을 알게 해 준다. 그래서 어둠에서도 희망을 볼 수밖에 없으며, 궁극엔 우리가 인간임을 받아들이고 인간성을 지켜내게 한다.

인간이 인간을 귀하게 여기는 세상을 발견하게 카지노 가입 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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