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Lee Mar 03.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전에 썼던 글들을 읽어보았다. 퇴고를 끝낸 글은 여간해선 잘 안 읽는데, 문득 생각난 글이 있어 읽다 보니 다른 것들도 읽게 되었다.

불과 두 해 전에 쓴 글인데도 내가 쓴 건가 싶게 낯설었다. 읽다가 덜컹덜컹, 마치 가다서다 하는 차를 탄 것처럼 자꾸 걸리고 거슬리는 대목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어색한 비유, 부족한 설명, 치기 어린 문장들.. 깊은 밤 써놨던 글을 아침에 읽을 때처럼 낯이 뜨거워지고 마음은 이내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고쳐도 고쳐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늘 쓰는 글도 훗날 읽어보면 이런 느낌이 들까, 부끄러워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라도 숨고 싶었다.


오후에 남편과 플러싱(Flushing)에 갔다.

플러싱은 맨해튼 동쪽에 있는 도시로, 한국 마트와 식당, 병원 등이 몰려있는 곳이다. 요즘은 중국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들이 운영하는 가게와 중국 온라인 카지노 게임점들이 성황 중이다.

늘 붐비는 거리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냄새가 가득하고, 억양 센 중국어가 영어보다 많이 들리는 곳이지만, 풍미 가득한 중국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생각날 땐 어김없이 플러싱을 찾게 된다. 미국 속의 중국 같은 곳, 이국적인 매력이 가득한 곳이 플러싱이다.

전에 딤섬을 맛있게 먹었던 식당에 다시 갔다. 좁은 홀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은 대부분 중국어였다. 마치 중국에 여행온 기분, 게다가 식당 한가득 고기 볶는 냄새는 황홀감마저 느끼게 했다.

가까스로 빈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사이, 우리 옆 테이블도 비워지더니 곧바로 새 손님이 들었다. 먹는 데 집중하느라 옆 테이블에 누가 앉아있는지 모를 때도 많은데, 이 식당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옆사람을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다. 노부부와 딸로 보이는 내 또래 여자가 옆 테이블에 앉아 우리처럼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고르고 있었다.

배도 고프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냄새에 홀리기도 한 우리는 볶음 우동에 오이 샐러드, 딤섬을 여섯 가지나 주문했다. 그런데, 다른 식당 딤섬보다 1.5배 정도는 더 큰 이 집 딤섬의 크기를 깜빡했던 남편과 나는 주문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나오자 당황스러워졌다. 너무 많이 주문했다는 생각, 요즘 들어 식탐이 늘었다는 생각에 후회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먹으며 포만감이 불쾌감으로 바뀌려는 순간, 나는 무심코 옆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깨끗하게 비운 접시 두세 개가 놓여있었고, 어느새 식사를 마친 그들은 겉옷을 입는 중이었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아버지를 식사 내내 챙겨주는 딸의 모습을 나는 곁눈으로 봤었다. 서로 별로 말은 없었지만, 주문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을 나누어 맛있게 먹는 옆 자리 풍경이 참 따뜻해 보였었다.

옆 테이블과 비교도 안 되게 많은 접시가 놓인 우리 테이블이 갑자기 부끄러웠다.


어릴 때 엄마가 빵이나 과자를 동생과 똑같이 나눠주면, 아끼고 아꼈다가 먼저 다 먹은 동생을 약 올리며 먹던 기억이 났다. 그러다 동생에게 빼앗겨 울기도 하고, 아끼려고 책상서랍에 넣어뒀다 잊어버리는 바람에 빵의 참혹한 최후를 목격한 적도 있다. 아끼지 말고 먹을 걸, 백만 번도 더 후회했었다.

지금보다 먹거리가 다양하지 않고 귀한 시절이었다. 이제는 아낀다는 게 희귀한 개념이 돼버린 것만 같다. 옛날보다 풍요로운 세상에서, 뭔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점점 사라져 가는 듯하다.

식탐도 욕심이다. 무심코 한 행동에서 나도 모르게 늘어가는 욕심의 단면을 본 건 아닌지, 머릿속에서 알람이 울리는 기분이었다. 글도 그렇고, 식탐도 그렇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언제나 나는 나를 보고 있구나 새삼 깨달았다.

이래저래 부끄러운 날,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숨고 싶은 날, 그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볕 들길 바란 날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볕 들 날 ⎯ 내가 쓴 글을 읽고 부끄럽지 않을, 더 좋은 글을 쓰게 될 봄볕 같은 날을 기다린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내가 살고 있길 바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