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오두막의 주인
봉산이란 이름을 가진 마을에
현재의 삶이 남의 옷을 주워 입은 듯 이물스럽게만 느껴지는 카지노 게임가 하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의 귀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귀한 카지노 게임에 대한 소문이 들려왔다.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그 카지노 게임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한 번도 마주한 적조차 없지만
그는 그 존재라는 것 자체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 카지노 게임을 찾아 지도도 없는 길을 정처 없이 떠돌기 시작했다.
마주한 적도 없는 그 카지노 게임의 실체는
이상하리만큼 너무도 간절하게 느껴졌다.
간절함에 그는 제 배를 채우는 일도 잊고 살았다.
카지노 게임을 찾아 발길 닫는 모든 곳을 떠돌다 너무나 지쳤음을 깨달은 어느 날,
물 한 모금 얻어 마시려 어느 오두막에 멈췄다.
다행히 오두막엔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주인이 살고 있었다.
주인은 기꺼이 시원한 냉수를 내 주었다.
얼마만인지.
시원한 물을 한 사발 들이킨 카지노 게임는
그곳에서 오랜만에 낮잠에 빠졌다.
봄날에 햇살처럼 포근하고,
어릴 적 키우던 강아지처럼 다정한 잠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카지노 게임는 그곳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러다 마당 한편에 숨겨진 푸른 잎을 보았다.
땅 위로 삐죽 솟은 잎이 눈에 띄었다.
누가 심었던지, 저절로 자랐던지 알 수 없었다.
손가락으로 살살 잎사귀 아래 흙을 조금 긁어보았다.
흙 아래 동그란 뿌리가 제법 통통한 듯 했다.
'한번 뽑아보면 어때요?
찾던 게 그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주인이 다가와 이야기 했다.
'이 안에 내가 찾던 그 카지노 게임이 있을 거야.'
시원한 냉수와 달콤한 낮잠에 잠시 잊어버렸던
진귀한 카지노 게임에 대한 염원이 다시 생각났다.
단잠을 자고 일어난 그는 더이상 떠돌 마음도 없어졌다.
이제 이 알뿌리가 그의 마지막 염원이 된 것이다.
두 손으로 잎을 잡아 당겨 보았다.
좀처럼 뽑히지 않는다.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영차'.
옆에서 오두막 주인이 거든다.
'한 번 더 해봐요.'
한 번도 내 것인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떠돌이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몇 번 더 '영차, 영차'.
'쑤욱!'
드디어 뽑혔다.
한 덩어리의 흙뭉치가 세상에 나왔다.
이 흙뭉치 안에
카지노 게임을 품은 알뿌리가 있을 것 같은데,
흙덩이는 알뿌리에 딱 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아마.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주인이 또 한 번 곁에서 거들어 준다.
당장 들여다보고 싶지만
얼마간 기다려야 함을 수긍할 수 밖에.
뜨거운 볕에 며칠을 널어 말린다.
이리 저리 돌려주며 정성으로 말린다.
내가 게을러 잊으면
언제인가 누군가가 말리는 일을 돕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뜨거운 볕을 충분히 쬔 흙덩이는
저절로 부슬부슬 떨어진다.
'드디어!'
그 날, 오두막 주인은 여행을 간다 했다.
이제 오두막을 카지노 게임에게 지키라 말하고
카지노 게임를 힘껏 안아주고는 자신의 길을 갔다.
알뿌리를 모셔와 깨끗한 물에 씻는다.
땅 위로 푸르게 존재를 알리던 잎사귀는 이제 누렇게 말라 잘려진다.
주황빛 껍질을 사르륵 벗겨낸다.
얇은 껍질이 많기도 하다.
가슴이 뛴다.
처음 세상 빛을 보는 것 같은 하얀 껍질이 드러난다.
냄새가 알싸하다.
하얀껍질을 벗겨낸다.
어느새 코끝에 땀이 맺힌다.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알싸한 향기 때문인지,
그간의 간절한 염원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아마 둘 다 이었겠지.
한 겹,
두 겹,
세 겹,
네 겹,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끝도 없이 벗겨지다 마침내 멈추었다.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모두 다 벗겨냈으나
손에 남은 것이 없었다.
알맹이.
진귀한 카지노 게임 따위는 거기 없었다.
그는 한동안 주저앉았다.
아무도 없었지만
누가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어미 잃은 고라니같은 초점 잃은 눈동자로
멍하게 앉아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항문만큼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웃음이었다.
그리고 배가 고팠다.
일어나서
하얀 껍질들을 주워 모았다.
카지노 게임의 껍질일 뿐이라 여긴 그것들을
보듬어 안듯이 정성으로 손질해
자신을 위한 카지노 게임 한 그릇을 끓여 먹었다.
배속이 따뜻해 졌다.
간절한 염원은 잃어버렸지만
눈동자는 초점을 찾았다.
늘 메고 다니던 봇짐을 풀고
그는 가벼워졌다.
이따금씩 과거의 염원이 그를 다시 찾으면
이제 그는 따뜻한 카지노 게임을 끓인다.
카지노 게임가 오면 언제든 함께할 따끈한 된장국 한 그릇을.
사람들은 이제 그를 오두막 주인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