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어린이집에 와서 처음 보게 된 장면이 있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들의 ‘차모둠’ 시간입니다.매주 월요일 아침 나들이 가기 전에 늘 ‘차모둠’ 시간이 있었습니다. 7살도, 6살도, 5살도, 4살도, 네, 네 살 아이들도 ‘차모둠’을 합니다.
‘차모둠’은 월요일 아침,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 동그랗게 앉아서 차를 한 잔씩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작은 찻잔은 코스터 위에 반듯하게 올라앉아 예의 바르게 앉아 있습니다. 한껏 예의를 갖춘 찻잔들 앞에서 아이들도 왠지 월요일이면 단정하게 앉은 듯합니다. 선생님은 따뜻한 주전자에 차를 우려 아이들의 그 예의 바른 찻잔에 한 잔씩 따라 줍니다. 따뜻한 차를 코스터까지 갖추어 받아 들고 아이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월요일 아침이기 때문에 첫 이야기 주제는 주말에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이야기 나누는 것입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간 시점은 30개월이었습니다. 어린이집의 같은 방(공동육아에서는 ‘반’이 아니라 ‘방’이라고 부릅니다)에는 30개월부터 40개월쯤 되는 아이들이 모여 함께 생활합니다. 3살 전후의 소위 ‘아기’들이 둘러 앉아 ‘차모둠’을 하는 모습 자체가 저에게는 진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면서 이야기도 나누더라고요.
왁자지껄 각자 자기 얘기를 하고 있으면 선생님이 슬쩍 운을 뗍니다.
“벌써 얘기 시작했어? 우리 돌아가면서 얘기할 건데 오늘 먼저 얘기하고 싶은 사람?”
“효리!”
한 카지노 가입 쿠폰가 손을 번쩍 듭니다.
“효리가 손 들었으니까 먼저 얘기해도 되지?”
“응.”
선생님이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들의 동의를 구하면 카지노 가입 쿠폰들은 기꺼이 효리 먼저 모둠에서 얘기하도록 고개를 끄덕이며 “응.”하고 허락해 줍니다. 효리는 주말에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다녀온 이야기를 합니다.
“나느은,,, 엄마랑 아빠랑 할아버지 만나고 왔어!”
“만나서 뭐 했어?”
“그네 탔어. 할아버지가 밀어줬어. 근데 거의 하늘까지 올라갔어.”
“그래서 기분이 어땠어?”
“날아갈까 봐 무서웠는데 재밌어.”
선생님은 중간중간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 대화를 더 이어갈 수 있도록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을 키득키득 웃습니다.
“나는 엄마랑 놀이터 가서 놀았어. 근데 개미가 여기서 기어갔다!”
효리 옆의 카지노 가입 쿠폰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은 한두 마디씩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 카지노 가입 쿠폰들 중 한두 명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어! 나도 어제 개미 봤는데.”생각난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들은 동그랗게 앉아서 차례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야기하는 것도 배우고 듣는 방법도 배우겠지요.선생님 말씀이 카지노 가입 쿠폰들 모두 자기 주말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동그랗게 앉으면 모든 사람들이 다 보입니다. 동그랗게 앉으면 앞과 뒤가 따로 없습니다. 어디에서 시작해도 모두를 거쳐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도 주말 보낸 이야기를 나눕니다. 동그랗게 모여 앉으면 아이와 선생님의 구분이 없어집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회의는 어디로 나들이를 갈지 정하는 회의였습니다.
“나는 애기산 가고 싶어.”
“나는 OO공원에서 그네 타고 싶어.”
“나는 꽃 보러 ㅁㅁ 가고 싶어.”
선생님은 아이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내도록 합니다. 그다음 다시 전체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오늘 애기산 가고 싶은 사람!”
두 명이 손을 듭니다.
“오늘 OO공원 가고 싶은 사람!”
세 명이 손을 듭니다.
“오늘 ㅁㅁ 가고 싶은 사람!”
한 명 밖에 손을 안 드네요.
그러면 선생님이 얘기합니다.
“오늘 애기산 가고 싶은 사람은 두 명, OO공원 가고 싶은 사람은 세 명, ㅁㅁ 가고 싶은 사람은 한 명이거든. 그럼 우리 어디 먼저 가는 게 좋을까?”
“그럼 세 명이 가고 싶은 OO공원에 오늘 가면 좋겠어.”
“애기산 가고 싶은 효리랑 성우, 애기산에 내일 가도 괜찮겠어?”
“응. 내일 꼭 가자.”
“그럼 ㅁㅁ에는 두 밤 자고 가자.”
나들이 갈 곳들이 차례로 정해졌습니다.
이 곳에서는 네 살 아이들도 자기 의견을 말합니다. 각자는 자신이 낸 의견이 차례로 수용되는 과정을 지켜 보게 됩니다. 이런 회의 시간에 아이들은 떼 부리며 서로 내 뜻대로 하겠다고 싸우지 않더라고요. 자기 의견을 먼저 들어주지 않았다고 서운해하는 모습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3살 아이에게 이렇게 차를 '대접'한 적이 있던가, 문득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 내가 차나 커피를 마실 때 아이에게도 예쁜 찻잔에 코스터도 받쳐 차를 따라 주고 아이와 마주 앉을 기회를 만들어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낸 의견을 부모 마음대로 돼, 안 돼, 하지 않고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바꿔 보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의 회의는 수시로 열립니다. 미끄럼틀에서 내려오던 아이와 올라가던 아이가 부딪혀 한 명이 울었을 때도 선생님은 아파 우는 아이를 달래준 후 아이들은 불러 모읍니다. "방금 효리가 내려오는데 수민이가 올라가다가 부딪혔어. 부딪혀아프니까 수민이가 울었거든. 아무도 안 아프게 미끄럼틀 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묻습니다.
"미끄럼은 내려가야 되니까 안 올라와야 돼. 내려가기 규칙만 해야 돼."
"올라가는 것도 재밌단 말이야."
"그럼 한 번 올라가고 한 번 내려오자!"
"그러면 내려가기 전에 한 번 밑에 봐야 돼!"
"밑에 아무도 없으면 내려가도 되지?"
아이들이 내는 의견들로 결국 올라가는 아이, 내려가는 아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안'이 만들어지더라고요. 긴 시간 걸리지 않더라고요. 어른들이 이보다 더 좋은 안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종종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낫구나, 느꼈습니다.
어른들도 회의를 합니다.
어른들이 왜 회의를 하냐 하면 이곳 공동육아어린이집이나 공동육아방과후는 ‘원장님’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의 운영자는 ‘원장님’이 아니고 ‘양육자(부모)들’입니다.공동육아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 부모들은 공동육아 협동조합에 가입원서를 쓰게 됩니다. 공동육아어린이집, 공동육아방과후에서 부모들은 ‘소비자’가 아닙니다. 원장과 교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선생님들과 호흡을 맞추어 가면서 함께 터전을 운영하는 ‘주인’입니다. 아이만 보내면 되는 곳이 아닙니다.담임 선생님과만 소통하는 곳이 아닙니다. 부모가 운영자이기 때문에 부모들이 협력해 집단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회의’는 필수입니다.터전을 졸업하기 전에 누구나 한 번은 운영진의 역할을 1년씩 맡습니다. 회장단을 돌아가면서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운영진을 맡으면 매월 운영진들이 모이는 ‘이사회’ 또는 ‘운영위원회’를 하게 됩니다.
저는 어린이집 생활 3년차에, 공동육아방과후 생활 2년차에 ‘교육이사’라는 운영진 역할을 맡았습니다. 부모로 운영진에 참여하는 5-6명과 대표교사와 함께 회의를 하면서 회의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대학 시절 토론과 회의는 쉽게 논쟁으로 치닫는 경험이었고 회사의 회의는 음, 제 생각엔 대체로 진정한 의미의 회의는 아닙니다. 대표이사, 팀장 등이 이미 다 결정한 내용을 들고 와서 직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방식의 회의는 회의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교환될 때는 회의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회의가 아닌 순간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이곳 공동육아에서의 회의는 진짜 회의입니다. ‘여럿이 모여서’ ‘서로 의견을 교환’합니다. 다양한 생각을 나눕니다.
회의를 하는 날이면 운영진인 부모들은 터전으로 와 아이도 어른도 함께 저녁을 먹고 아이들은 2층에서 놀게 하고(아이들은 대체로 부모들이 없는 곳에서 놀기를 더 좋아했습니다) 1층에서 회의를 했습니다.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다 보면 회의가 길어집니다. ㅎㅎㅎㅎㅎ 어떤 날은 밤늦도록 끝나지 않아 잘 시간이 될 아이들을 쪼로록 방에 재우고 밤늦도록 회의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효율성이요? 효율성은 낮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ㅎㅎㅎ 그럼에도 공동체 생활에서는 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수많은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가운데 효율성도 추구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무엇이 우선이냐 하면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이렇게 회의를 하면서 어른들은 때로는 사회생활에서 배운 효율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빼기'의 의견이 아니라 '더하기'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의견이 다르다 해도 '그게 아니라'로 시작하지 않고, '거기에 덧붙여', '그럴 수도 있겠네'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회의를 하면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뿐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이렇게 회의를 하면서 ‘모든 의견이 동등하게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회의를 하면서 모든 의견을 담는 결정을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늘 자기 생각을 말할 기회를 가졌고 목소리와 의견을 내 보았습니다. 자기 생각이 누군가에게 가 닿고 내 의견이 반영되는 효능감을 경험했습니다. 아이들은 늘 다른 친구의 말과 의견도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다른 친구의 의견도 내 의견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모든 것을 이론과 교육을 통해서가 아니라 몸으로 배웠습니다. 어른들은 학교에서, 회사에서, 세상에서 이론으로 배웠던 것들을 이곳에서 몸으로 다시 배웠습니다.
※ 표지 이미지: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