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예기치 않았던 남편의 응급수술로 마음이 몹시도 힘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며칠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2번의 입원과 퇴원, 2번의 엠뷸런스, 12시간이 넘은 응급실에서의 기다림, 레지던트들의 잘못된 진단. 무성의한 수술후의 케어 시스템. 명치부터 배꼽 아래까지 이어진 무지막지한 수술자국. 여기저기 구멍이 뚫인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으로 분노와 공포에 싸인 몇개월이었다.
그로인해 나는 몇 달동안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로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었다. 기억능력과 집중도가 떨어져 책을 펴도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인생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강력 펀치를 맞고 정신줄을 놓고 보니, 어느덧 2025년 3월이 되었다.
문득 가볍지만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여행기가 읽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카지노 게임 추천의 "오래 준비해 온 대답"을 펼쳐들었다. 그는 글을 참 잘 쓰는 작가다.독자로서 그의 책 한권을 펴기 시작하면 몰입도가 높아 책장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된다는 말이다. 정말 술술 읽힌다. 집중도가 떨어진 내가 읽기에는 최적의 글이다.
지금까지 이탈리아를 총 3번 갔더랬다. 20대 후반, 학생비자로 캐나다의 기숙사 청소와 카페테리아에서 일을 하며 번 돈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갔었다. 빵, 사과를 주식으로 이곳저곳 돌아보다가 이탈리아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홀딱 빼앗겼다. 그 때 다짐했다. 나중에 동반자를 만나면 꼭 같이 와보고 싶은 곳이라고.
마침내 시간과 자금의 줄다리기를 거쳐 그와 코비드가 닥치기 직전 카지노 게임 추천를 여행했었다. 초여름 로마에서소렌토, 폼페이, 아말피를 찍고 나폴리에서 비행기로 카지노 게임 추천를 갔다. 건강했던 그와, 또 건강하고 젊었던 내가 같이 시간을 보낸 곳, 카지노 게임 추천를 추억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마지막 3번째는 이스키아섬에서 한갖 여유로운 휴가를 보냈지만, 바로 닥친 그의 응급수술로 그 섬을 추억하는 것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8월 늦여름 이스키아의 휴양지에서 그는 반짝이는 햇살이 떠다니는 수영장을 유유히 가로질렀었다. 나는 그 숨막히게 아름다운 순간을 짧은 영상으로 남기며, 정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잘 나온 영상이라고 좋아했었다. 그에게도 보여주며 여행 내내 들여다 보곤 했으니까. 하지만, 수술 후 한동안 건강했던 남편의 사진들을 보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현실과 잔인할 정도로 대비되는 사진 속, 특히나 수영장을 가로지르던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아렸다. 그는 어쩌면 앞으로 수영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여행은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 경험한 마지막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맵도, 트립어드바이저도, 호텔스닷컴도 없던 시절, 우리는 현지에 도착해 그날 밤에 묵을 호텔을 공중전화로 예약했다. 렌터카 조수석에 앉은 아내가 종이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았다. 우리는 종종 이상한 길로 접어들어 헤맸고 일정에도 없던 곳에 가서 머물렀다. 스마트 폰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지 십년. 이제는 길을 읽고 싶어도 잃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을 예약하고 유트브로 미리 살피고, 다른 여행자의 리뷰를 꼼꼼히 본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플러들어가 놀라운 발견을 거듭하던 그 시절의 여행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젋었다. 그리고 (아니 그래서), 겁이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나도 그랬었지. 홀로 배낭여행을 하며 오로지 지도 하나 손에 쥐고 어찌어찌 길을 잘 찾아다닐 수 있었는지... 신기하게 스마트폰이 있어도, 배낭여행때 보다 더 길을 못 찾았던 순간들을 생각하니 어쩌면 나의 젊음과 겁없음이 낯선 곳을 배회하면서도 길을 잃지 않았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기특한 젊음이다.
저자는 카지노 게임 추천를 두 번 여행했단다. 첫번째는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위해, 두번째는 그의 아내와 함께. 두번째 여행을 가기 전 그는 한국에서의 모든 것들을 정리한다. 일과 집. 그 두가지를 정리한다는 것은 어쩌면 완벽한 노마드만이 할 수 있는 것이겠다. 물론 그의 노마드적 삶이 영속적이지는 않았다. 한국을 떠나 벤쿠버의 유비씨 대학 방문교수로 가기 전, 잠시 거처가 없어진 그들이 선택한 것이 카지노 게임 추천로의 여행이었므로.
읽다보면, 우리가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겪은 온갖 희노애락이 스쳐간다. 예컨데, 카지노 게임 추천는 그 곳의 이상한 철도 시스템에 납득이 안 간다며 젊잖게 불평한다. "이탈리아의 기차들은 시간표에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고 싶을 때 가는 것이었다(p.58)." 라며.
스마트폰이 있지만, 막상 스마트폰으로 해결하기 힘든 곳이 카지노 게임 추천였다. 실제로 운행되는 버스 시간표나 루트, 기차 시간을 알아내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이탈리아어의 기본을 아는 남편 덕에 어찌어찌 찾아가기는 했지만, 공표된 시간과 실제 시간에 차이가 많았다. 한번은 팔레르모에서 체팔루를 다녀오는데, 기차가 팔레르모를 향하다가 갑자기 거꾸로 움직여서 기차안의 여행객들이 모두 놀라기도 헀다. 우리가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본 지역인들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언젠가는 팔레르모에 도착할테니 걱정말라고 웃어주었다. 나는 짜증이 났지만, 남편은 카지노 게임 추천인들처럼 태평스레 웃으며 그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한발 더 나아가 기차의 시스템적 문제를 지적한다. "남부의 기차 이용객이 급격히 줄어들어 본래는 멀쩡하게 운영되던 구간이 폐쇄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구간을 이용하려는 몇 안 되는 승객들, 예를 들어 그녀나 우리 같은 여행자들은 작은 버스로 실어다주는 것 같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악순환인 거이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누가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기차를 타겠는가 (p.274)." 물론, 이는 마피아의 먹이감이 되어 부조리가 만연한 카지노 게임 추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캐나다의 기차 역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그 질이 급격히 떨어져 왔다. 가격은 오르고, 항상 늦으니 공공시설인 기차를 사용하기 보다는 개인 차를 이용한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빚과 오염은 늘어가고, 공공 교통에 대한 투자는 더 줄어들게 된다. 악순환인 셈이다. 비단 캐나다 뿐인가? 영국이며, 그 좋던 독일의 기차 시스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오로지 근시안적인 시야로 쓰여진 여행기는 웬지 꺼려진다. 물론 돈을 들여 "환상"과 "낭만"으로 그려진 곳으로 훌훌 떠나, 몸과 마음의 즐거움과 평온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여행객의 숙명이며 한계이긴 하다. 하지만, 결국 환상의 여행지란 말그대로 환상일 뿐, 그 안에도 누군가의 노동과 고뇌와 땀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지역적이지 않으며, 지구적이니까. 그래서, 카지노 게임 추천의 이런 가볍지 않은 시선이 좋다. 그의 관찰은 황량하고 낙후된 지역을 마피아의 횡포와도 연결 짓는다. 마치 카지노 게임 추천의 관광 지역이나 자본화된 일부만 보고 돌아온 무지한 관광객과 마피아의 낭만화에 대한 일갈로도 느껴진다.
책은 너무도 당연{?}하게 카지노 게임 추천 음식에 대해서도 지면을 할애한다. 본토 이탈리아인들에게도 카지노 게임 추천의 음식은 특별한 것이라 들었다. 내 기억에도 카지노 게임 추천 음식은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식전주와 함께 거하게 나오는 안주들, 얼음을 부수어 커피에 넣은 그라니타, 주먹만한 아란치니,시장통의 식당들 앞에 진열된 튀긴 해산물들, 소간을 넣은 샌드위치, 올리브에 절인 채소, 넉넉한 양의 젤라토, 장신구같이 화사하고 예쁜 디저트 등.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카놀리다. 몬레알레의 노르만식 성당을 살짝 벗어난 뒷길 카페로 더위를 식히러 들어갔었다. 그라니타를 마시고, 카놀리를 추가 주문 했는데, 카페의 젊은 청년은 우리 눈 앞에서 직접 손 거품기로 리코타 치즈를 만들어 카놀리 과자에 넣어주었다. 원체 카놀리 과자가 다소 눅눅한 걸로만 알았었는데, 신선하게 만든 필링을 넣어 먹은 그 카놀리는 인생 최고의 맛이었다. 굳이 번거로운 과정으로 카놀리를 만들어 준 친절하고 팔뚝 힘 좋은 청년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사찰리아의 여름 햇살 아래에서, 남편과 함께 먹고 마시던 그 즐거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미소로 차 오른다.
돌아와서 아직도 카지노 게임 추천 하면 기억에 떠오르는 곳은 단연코 아그리젠토의 폐허다. 폐허에 끌리는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지만, 나는 폐허에 쉬이 넋을 빼앗긴다. 게다가 아그리젠토의 폐허는 완벽했다. 색감이 빠지고 기둥과 무너저 내린 지붕이 남아 있는 신전들을 열렬히 관광화하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내판도 친절하지 않았고,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사막의 공기와 땡볕을 피할 수 있는 곳도 없었다. 한 신전에서 다른 신전으로 끝없이 발길을 옮기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일상을 그려보며 마치 나도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넓디 넓은 폐허의 한 집터를 골라, 그저 눌러 앉아 살고 싶어졌다. 심장이 격렬히 반응하고, 마음 한켠이 먹먹해졌다. 이영하는 여행자의 그러한 반응을 이렇게 묘사한다.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전해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그런 풍경을 다시 보게 될 때, 우리 몸의 일부가 갑자기 격렬히 반응한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124)."
카지노 게임 추천 여행에서의 기억을, 남편과 보낸 그 시간을 이 책을 통해 돌아보게 된다. 그 기억과 감각을 이야기로 풀어보라고, 넌지시 권유한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페리를 타고 떠나며 저자는 아내와 다음의 대화를 나누는데,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도 같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 다시 오게 될까?" 뱃전에서 아내가 물었다.
"다시 오게 될 거야"
"어떻게 알아?"
"그냥 알 수 있어."
나는 힘주어 말했다. 아내가 뱃머리에 부서지는 흰 물살을 굽어보다 말했다
"난 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어떤 사람?"
"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이었어"
아내는 정말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걱정을 해놓아야 그 일이 일어나더라도 감당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특히 여행 같은 거 떠날 때는 더더욱 그랬지. 예약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그런데 카지노 게임 추천 사람들 보니까, 이렇게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이렇게 사는 게 뭔데?"
"그냥, 그냥 사는 거지. 맛있는 것 먹고 하루종일 얘기하다가 또 맛있는 거 먹고."
"그러다 자고"
"맞아,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거야."
"가이드북 보니까 이탈리아에 이런 속담이 있대. 사랑은 무엇이나 가능하게 한다. 돈은 모든 것을 이긴다. 시간을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그리고 죽음이 모든 것을 끝장낸다"
"갑자기 끈금없이 웬 속담?"
"그러니까 여행을 해야 된다는 거야"
"결론이 왜 그래?"
"결론이 어떄서?"
우리 말고는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잡담이 거센 바닷바람에 풀어지는 사이,
카지노 게임 추천섬은 우리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카지노 게임 추천여, 안녕. Arrivederei, Sicilia! (286-288)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다.
다만, 카지노 게임 추천를 다시 가게 된다면 혹 가게 될 수만 있다면,
돌아오는 길목 어디에선가
남편과 함께 저토록 편안하고 평화로운 대화를 나누고픈 간절함이 있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고
푸르고 싱싱한 바다가 넘실대는 카지노 게임 추천를 뒤로 하며,
그 풍경을 닮은 모자를 쓴
그의 깊고 친절한 눈을 마주한 채
카지노 게임 추천여, 안녕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