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카지노 게임에게 휴일에 출근하는 것 만큼 우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기 싫어도 가야 하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카지노 게임이 월급을 받는 이유이다. 그렇게 따스한 봄바람을 가르며, 사무실이 있는 강남으로 향했다.
주말의 강남은 참으로 조용하다. 하루 종일 정신없는 사람들과 차들로 가득한 평일과는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학생 때 주말에 강남에서 몇 번 약속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조용한 거리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문을 연 식당이 거의 없어 식사 메뉴를 고르는 선택지가 한정적이었고, 카페마저도 대부분 닫아 갈 곳 없이 강남 거리를 헤맸던 기억이 있다.
이후 강남으로 출퇴근을 해보니 깨달았다. 강남, 특히 회사가 밀집한 지역들은 철저히 카지노 게임의 동네였다. 휴일에는 수많은 카지노 게임들이 강남으로 향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식당들도 문을 열 이유가 없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취업 기념으로 중고차를 한 대 구매했다. 하지만 차를 끌고 출근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20km도 안되는 거리를 두 시간에 거쳐 가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 과장해서 출근길에는 액셀을 밟을 일이 없었다.
그렇게 꽉 막혀있던 도로도 휴일이 되니 뻥 뚫려있었다. 집에서 나온 지 30여분 만에 사무실 책상에 앉을 수 있었다. 강남이 이렇게 가까웠던 곳이었는지, 새삼 신기했다.
휴일에 출근하는 것 자체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휴일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다. 한적한 도로와 주변 풍경들도 있지만,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무실만의 분위기가 있다. 평일에는 정신이 없던 사무실의 공기마저 주말이 되면 차분해진 듯한 느낌이다. 무슨 업무를 하던 나만의 페이스대로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휴일에도 나와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자그마한 보상이랄까.
다행히 해야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아 아침에 출근해서 점심쯤 퇴근을 했다. 해가 떠 있을 때 퇴근하는 것도, 출근길과 마찬가지로 교통체증이 없는 퇴근길도 휴일에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이었다.
9n년생인 나는 중학생 때까지 토요일에 학교에 가는 날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내 또래 사람들은 당시 토요일에 학교에 가는 것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해가 떠 있을 때 학교에서 나와 친구들, 가족들과 오후를 보내던 그 때에 대한 추억이 있다.
10대 시절 ‘학교’라는 곳에 가는 것이 다양한 교과목을 배우는 학문적 지식 습득에 의의가 있다면,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연습의 단계라면, 그 말에는 충분히 동의를 한다. 학교에서는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것을 배우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을 익힌다. 어쩌면 카지노 게임 생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우리는 12년간의 의무교육을 통해 훈련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랜만에 ‘갈토(학교 가는 토요일)’의 기분을 만끽하며 퇴근을 했다. 오랜만에 예전의 기억들을 회상하고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아니 앞으로는 ‘갈토’보다는 ‘카지노 게임(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가 더 많은 나날들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