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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론산바몬드 Jul 21. 2022

중간만 해도 좋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영어 바보는 그 후 어떻게 되었나

2009년 6월 17일에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정치인 안철수는, 입대하는 날 새벽까지 백신을 만들어 PC통신에 올리느라 정신이 없어 가족들에게 인사도 없이 입대를 했다는 에피소드를 얘기한 적이 있다. 이 일화는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천재상으로 상징되어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하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훗날 이에 대해 거짓말 논란이 일며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으나 본인의 입으로 진실 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입대를 앞두고 친구들과 원 없이 술을 마시는 것이 젊은이들의 대세였던 그즈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입대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스토리를 굳이 가미하지 않아도 공익을 위해 마지막까지 백신 개발에 몰두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것은 존경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입대를 앞두고 나의 일상은 변함이 없었던 것 같다. 국가를 위해 젊음을 바친다는 억울함도 없었고, 갇힌 생활과 가혹행위로 대변되는 군대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입대 버스를 타고서야 알았다. 내가 머리를 깎지 않았다는 것을.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의 군대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영하 27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추위와 무릎까지 쉬 쌓이는 눈이 부산에서 줄곧 살아온 내게 무척 생경하게 다가왔을 뿐 훈련소 생활은 그리 고되지 않았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철이 든다고 했던가. 자대에 배치받기 전 6주간의 짧은 훈련소 기간은 내 삶의 일부를 담금질하는 시간이었고, 그로 인해 나는 조금 더 어른에 가까워졌다.


훈련소에서는 조교의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식사시간을 알렸다. 그러면 우리는 식사 대열의 앞에 서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빨리 식사를 하려는 이유는숟가락이 부족한 때문이었다. 식판은 각자 소지하고 있었지만 숟가락은 공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늦게 식사를 하게 되면 앞사람이 사용한 숟가락을 씻을 틈도 없이 그냥 받아 사용해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더럽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호각소리가 울리면 우리는 막사 앞에 4열 종대로 서서 식당을 향해 행군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내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앞자리에 선다고 해서 빨리 식사를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식당으로 가는 도중에 우리는 ‘줄줄이 좌로’, ‘줄줄이 우로’ 등 조교의 구령에 따라 사열을 하며 갔다. 가장 당혹스러운 것이 ‘뒤로 돌아 가’였다. 그 한 마디에 맨 앞 줄은 순식간에 맨 뒷 줄로 전락온라인 카지노 게임.군대에서는 중간만 하라는 말처럼 덜 모험적이기를 원한다면 가운데가 가장 무난하다고 할까.


훈련소에서도 훈병들은 돌아가며 야간근무를 온라인 카지노 게임.한날은 막사 부근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데 어둠 속에서 주황색 활동복을 입은 훈병 하나가 화장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나와 파트너 훈병은 배운 대로 그 자리에 엎드려 총알 없는 총을 겨누며 암구호를 날렸다. 암구호는 전시에 피아를 구분하기 위해 주고받는 일종의 암호로, 라면, 소나무, 백두산과 같이 짧고 쉬운 명사를 정해 전 군에 전파되는데, 매일 바뀌는 탓에 간혹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불시에 날아온 암구호에 그 훈병은 답을 하지 못했고, 우리는 교범에 입각해 그의 양손을 머리에 올리게 한 채 본부로 압송해 갔다.


잔뜩 당혹한 듯한 그의 얼굴엔 같은 훈병끼리 심한 것 아니냐는 원망의 표정이 역력온라인 카지노 게임. 우리는 본부에서 당직을 서던 간부에게서 칭찬과 상점을 받았다. 반면 그 훈병이 속한 내무반은 전원 팬티 바람으로 막사 밖에 도열하여 얼차려를 받았다. 훗날 같은 자대에 배치받은 동기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 내무반원들은 그날 근무를 섰던 훈병을 찾아 보복하려고 이를 갈았다 한다. 살해당할 뻔온라인 카지노 게임.


훈련소에서의 6주가 끝나고 퇴소를 하루 앞둔 저녁, 우리는 입대 후 처음으로 목욕을 하게 되었다. 그 목욕은 우리의 청결을 위해서라기보다 퇴소식에 온 부모님들에게 깨끗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군대의 이미지를 고취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이었다.


4열 종대로 사열을 하며 도착한 목욕탕은 우리는 기대와 다르게 엄청나게 작았다. 10명씩 입실을 하게 되어 나머지는 찬바람 속에 서서 기다려야 했다. 탕은 두세 명이 들어가 앉으면 꽉 찰 정도로 작았다. 입실한 10명은 탕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탕 앞에 횡대로 섰다. 탕 속에는 병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몸을 담그고 때를 밀고 있었고, 두 명의 조교가 작은 세숫대야를 들고 서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향해 두세 번 물을 끼얹었다. 뜨겁지도 않은 데다 그 병장의 때가 떠 있는 불결한 물이었지만 우리는 가급적 물을 많이 맞으려 애썼다. 10여 초의 비누질 후 두 조교는 다시 우리에게 몇 번 물을 끼얹었다. 좌우 끝에 선 훈병들은 물을 제대로 맞지 못해 비누가 채 씻기지 않은 상태였지만 목욕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채 3분도 되지 않는 목욕을 마치고 수건으로 비누를 닦아내며 절실히 느낀 진리 하나, 역시 가운데 서야 그나마 물을 많이 맞을 수 있다.


모두가 1등 만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대충 중간만 해도 무난한 군대생활은 어쩌면 미덕인지도 모른다. 이상하지만 이상적인 사회가 군대가 아닐까 가끔 되짚어 보곤 한다. 하지만 요즘은 군대가 많이 달라졌다고들 한다. 병사들의 외출과 휴대폰 사용이 일상화되고 현대화된 시설에서 기거하며, 월급이 크게 오르는 등 좀 더 편하고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하지만 일반 사회의 병폐까지 닮아가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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