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한 꼼수
"인공지능은 XXX를 대체할 수 있을까?" 요새 어디를 가든지 떠오르는 화두다. 필자도 어쩔 수 없이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인공지능은 천문학자가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을까?이전 글 (빅데이터 천문학의 시대)의 말미에서 필자는 점점 영향력이 커져가는 인공지능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천문학에서도 인공지능이 천문학자들의 연구활동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천문학자들도 미래에는 결국 사라지게 될 직업군중의 하나가 될 것인가? 그리 가벼운 질문은 아니기에 한 번 생각을 해 보았다.
천문학자의 연구는 알고 싶은 천문현상이나 천체들에 대해질문을 던짐으로써시작된다. 그다음 현재 있는자료를 분석하여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그 질문에 그럴듯한 대한몇 가지 답을 제시한다 (우리는 이것을 가설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럴 거야'라는 '썰'을 푸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어떤 가설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관측자료를 수집하고 분석무료 카지노 게임 과정을 거쳐서 어떤결론에 도달하면, 하나의 연구 사이클이 끝나고, 연구동기, 그간의 과정, 도달한 결과를 정리하여 논문을 써서 투고하는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은자료를 수집하고분석무료 카지노 게임 일에 있어서 만큼은, 어떤 분야에서는 이미 천문학자들보다 훨씬 낫고 시간이 지나면 천문학의 모든 분야에서 천문학자들을 능가할 것 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질문을 던지고, 가설을 제시하고, 결론을 도출하는일인데, 인공지능은 스스로 이 모두를 할 수 있을까?
최근에 재미있는 논문하나를 발견하였다.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을 활용하여, 연구주제 (질문)를 던져주면 스스로 자료분석을 하여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후 그 결과를 정리하여 한 편을 논문을 써주는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등장한 것이다.그렇게 쓰인 논문의 저자 이름은 "The AI cosmologist"이다.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하긴 하지만 (아직은 주어진 질문과 기계학습에 최적화된 자료에 대해서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 같다) 전문분야의 지식을 계속 학습하고 학제 간의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하는 모델이 나온다면 많은 부분에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스스로 가설을 제시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 논문이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필자가 안도하는 점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연구주제를 찾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지는 못하는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질문은 흔히 우리가 하는 단순한 질문과는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오늘 점심은 어디서 먹을까?", "이번 주말여행은 어디로 갈까?"와 같은 질문들을 인공지능 에이전트에게 하면 꽤 만족스러운 답을 얻을 수 있겠지만, 호기심 많은 어떤 사람이 "우리가 보는 수많은 은하들은 왜 지금과 같이 각기 다른 모양들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인공지능은 아직까지 우리가 알아낸 것 이상의 새로운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오류가 있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 보다 더 본질적인 측면은 "과연 인공지능이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있다.
결국에는 뉴런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의발현 확률과 그 가중치에 따라 동작하는 인공지능이 모든 가능한 종류의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고차원적인 질문도 가능하겠지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탐구를 하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우리가 흔히 하지 못하는 (확률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창의적이고 근본을 흔드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러한 확률적인 비중이 별로 없는 문제를 선택하여 탐구를 할지는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것이 인공지능의 한계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최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양자장론의 대가 헤라르뒤스 토프트(Gerard't Hooft) 교수가 Scientific American과의 인터뷰에서 "양자물리학은 실험결과를 잘 설명하기는 하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 없다"는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에 관해 얘기하는 말미에 "정말로 힘든 일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에 관해서 더 새롭고 더 나은 질문을 찾아내는 일"이라는 말을 하였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발맞추어 살아가야 할 마음의 준비를 하긴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호기심의 발현에서 나오는 질문을 하는 것만은 영원히, 아니면 오랫동안 인간고유의 것이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그래서 필자는 좋은 질문을 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