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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종현 Mar 15. 2025

《카지노 쿠폰 찬트》 제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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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백종현 - 이별의 찬트


2020년 어느 날 우연히 어떤 리프—<카이로스 에서 L에 나오는 리프—를 떠올렸다. 그걸 곧장 루퍼에 넣었다. 아무런 해체·분석 없이 바로 다른 리프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R에 나오는 리프—또한 루퍼에 넣었다. 두 리프가 맞물리면서 연금술스러운 융합이 일어났다. 내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대조가, 비선형적인 리듬과 화성이 드러났다. 그건 새로운 choral music처럼 들렸다. 미래에서 발견된 제의ritual같았다. 무엇을 위한 제의인지는 몰랐다. 본래 음악이 먼저 오고 말은 나중에 오니까.


비선형적 루프 중첩, 이것을 레이어링이라고 부르자. 나는 <카이로스를 스케치한 이후로도 꽤 많은 레이어링을 했다. 그리하여 김연덕 시인의 동명의 시를 바탕으로 만든 트랙 <재와 사랑의 미래에까지 다다랐는데, 그즈음부터 사연이란 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레이어들이 개별로든 집합으로든 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말은 뭔진 몰라도 굉장히 슬픈 것이어서 내가 그걸 듣거나 연주할 때마다 울게 만들었다. 처음 <재와 사랑의 미래를 공연했을 때는 눈물을 참느라 집중이 안 돼서 곤욕을 치를 정도였다. 레이어들을 아무리 많이 듣고 연주해도 마음이 무뎌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게 나를 트럭처럼 치도록 놔뒀다. 그리고 <지나감을 만들었다. <지나감을 들은 사람들이 울었다.


아-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 지금 여길 떠나는 일.

그렇게 헤어질 때 부르는 노래- 아니, 차라리 주문에 가까운 《카지노 쿠폰 찬트》.


수직적 시간 <카이로스와 수평적 시간 <크로노스를 거쳐 <지나감을 통과해 <재와 사랑의 미래에 당도하는 것. 미학적으로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음악에 줄거리를 붙인다면 이런 식일 것이다. 이 네 곡을 마무리할 때까지도 나는 앨범 제목에 대해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었는데, 놀랍게도 이건 대자연 앞이나 깊은 사색 속에서가 아니라 게임에서 힌트를 얻었다. ‘로스트 아크’의 어떤 플레이어 닉네임이 바로 카지노 쿠폰찬트다. 내 캐릭터 앞을 지나가는 그를 보자마자 그의 닉네임을 제목으로 정했다. 어떤 영감은 가벼운 세계카지노 쿠폰마저도 눈부시다.


아주 나중에 추가된 짧은 곡 <Ascension은 일종의 hidden track 역할을 한다. 인터넷 관용어를 빌려서 표현한다면 ‘성불’song이다. 이보다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앞 트랙들카지노 쿠폰 누적된 심상을 3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러모아 한 번에 소천시킨다.


이러저러해서 《이별의 찬트》가 나왔다. 예술 애호가들이 주로 상상하는 바와는 다르게, 고된 창작을 끝내고 난 다음의 후련함 같은 건 없다. 영혼의 정점은 빛나는 모습이 아니다. 더는 내 안에서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





*카지노 쿠폰에 대한 깊은 연구

On farewell rituals in traditions and the ever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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