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리아와 뎅기를 한 번에 걸리다니
브라질의 보니또에서 바닥까지 다 보일 정도로 맑은 물에서 수영을 즐긴 후 와이프의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 장시간 물놀이를 한 다음이라 처음엔 감기 몸살인 줄 알았다. 몸의 에너지가 없어지는게 느껴졌다. 대도시인 캄포그란데로 이동하여 보험사에서 알려준 종합병원에 갔다.
증상을 설명하고 피검사를 했는데 말라리아 진단을 받았다.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말리리아는 우리나라 질병청 같은 국가기관에 보고하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브라질 종합병원의 의사가 우리에게 지난 6개월간 여행한 국가를 적으라고 한다. 6개월 전이면 인도에 있었다. 인도부터 중동 나라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을 적으며 우리도 당황했고 의사도 당황했다. 역시 직전 여행지인 아프리카가 가장 의심스러웠지만 알아낼 방도가 없다.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의사와 환자가 만나 서로만의 영어로 소통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라리아에 걸린 외국인을 진료해 본 적이 없었을 거 같다.구글번역기에 의지하여 증상을 설명하고 검사를 받았다.
말라리아라니…..
링거를 맞고 진단서와 처방전을 받아서 나왔다. 그냥 앉아서 기다리기만 한 나도 너무 힘들었다. 시간을 보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온지 7시간이 지났다. 나중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다시 갔는데 그때는 9시간 걸렸다. 접수하고 기다리는 게 더 아팠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멈추고 숙소에를 연장하여 요양을 하기로 했다. 땀을 흘리며 더워하다가 갑자기 오들오들 떨면서 추워하기를 반복한다. 약을 먹기 위해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약이 세서 밥도 잘 못 먹을 지경이다. 남아공 한인마트에서 사 온 말린 미역으로 미역국을 만들어 겨우겨우 배를 채웠다. 병원에서 말한 4~5일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다시 찾아간 병원에서 진행한 피검사는 충격적이었다. 이번에는 뎅기에 걸렸다고 한다. 그럼 말라리아 진단이 잘못된 거냐고 물어봤더니 두 가지가 한꺼번에 걸린 것 같다고 한다. 믿기 힘들어 이럴 수도 있냐는 질문에 검사결과를 보여주며 설명해 주었다. 둘 다 영어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번역기로 어찌어찌 소통했다.
뎅기라니…두 번째 뎅기라니…. 인도에서 한 번 걸렸을 때 이왕 이렇게 걸린 거 네 가지 종류의 뎅기 모두 항체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었는데 일단 절반은 성공(?)했다.
일주일 넘게 고열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와이프를 간호하며 느낀 말라리아와 뎅기는 고약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자도 아니고 코끼리도 아니고 모기였다. 와이프의 후기를 나중에 들었는데 여행 중 유일하게 집에 가고 싶었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한 가지 의아한 건 24시간 붙어있었는데 왜 그 모기들은 나를 물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다. 물렸는데 면역력으로 이겨낸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둘 다 동시에 아프지 않았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한식을 계속 먹으면서 처방해 준 약을 먹으니 점차 회복되었다.
이후 귀찮아도 모기약을 꼭 뿌리고 발랐다. 면역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 비타민을 사 먹기 시작했고 직접 한식을 해 먹었다.
말라리아와 뎅기 2번. 다행히 이후에는 크게 아프지 않고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