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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Apr 11. 2025

생긴 카지노 게임 추천 값 하는 봄꽃

지난달은 산불로 해서 그야말로 잔인한 한 달을 보내야만 했다. 산불의 피해를 직접 입은 이재민의 망연한 심정이야 온전히 공감할 수 있을까마는 모든 국민들이 시시각각으로 전해 오는 소식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워했다. 특히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헐벗었던 시간을 지나 울창한 모습을 되찾은 우리 산하가 다시 피폐해지는 현실을 영상으로 확인할 때 더욱 상실감을 크게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안타깝기로는 비할 바가 없겠지만 자연에 깃든 모든 생명(우리도 예외가 아니다)과 생태계의 유지를 생각할 때 이는 다른 차원의 심각성을 지니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산불과 같은 재해로 파괴된 생태계의 복원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훼손되었던자연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할 때까지 적지 않은 인내가 요구되는 일인 것이다.


미국의 시인 토마스 엘리엇(그는 훗날 국적을 영국으로 바꾸고 영국에서 활동했다)은 그의 대표작 '황무지'에서 사월을 일컬어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문명비판을 내용으로 하는 시 '황무지'에서시인은 현대를 황무지, 즉 문명이 피폐해진 시대로 인식했다. 물론 시인이 노래한 현대란 20세기를 뜻하지만 21세기라고 다르지 않으리라. 이 시는 이 황무지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와 꽃을 피워야 하니 꽃이 피는 사월이 잔인하다는 역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엘리엇의 시와는 방향이 다르지만 요즘처럼 공기가 탁해 시야가 뿌연 날에 피어난 꽃을 바라보면 괜히 만개한 꽃이 안쓰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이 세상을 잘 못 건사했다는 자책(?)이 마음에 걸려서다. 그래도 이 계절을 흐드러지게 수놓은 꽃이 있어 황사와미세먼지에 찌들어 시름시름 앓고 있을 것만 같은 봄이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꽃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바라보는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눈에 담기에도 바쁘게 벌써 가지는 푸른 새순을 내기 시작하고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해마다 떠올리는 말이지만 야속하게도 서둘러 우리 곁을 떠나 흘러가는 꽃의 시간을 생각하면 생긴 대로 값을 한다는 투정에 가까운 생각을 아니할 수가 없다.그냥 꼴값한다고내뱉듯비아냥거리기라도 하고 싶지만 사람에게 한 것 같이 말로 상처를 준 이유로 내 마음만 두고두고 불편할 것 같아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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