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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Nov 22. 2024

카지노 게임

Art이자 Heal, 나의 치료제

앞 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저는 굉장한 성취중독자입니다. 사실 성취중독이라는 것은 결핍에서 비롯됩니다. 스스로가 뭔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거나, 부족해 보이는 구석을 찾았을 때 뭔가 그걸 채워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성취를 얻지 못해서 중독이 된 모양입니다.


2023년 12월. 그 겨울도 역시나 성취에 고픈 벌건 눈으로 허덕이며 공허한 카지노 게임의 허기를 채우려 찾은 것이 바로 '카지노 게임(文人畵)'였습니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의 보조석 시트에 널어져서는, 쏜 살같이 지나버린 1년과손에 쥐어진 것들의 무게를 재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사실 올해도 아등바등 열심히 살았음에도) 허무감과 죄책감에 절망하던 때였습니다. 게다가 회사생활은 십수 년을 해도 왜 매년 힘든지, 그리고 힘든 주제에 왜 별것도 없는지를 한탄하며 마음이 잔뜩 소란한 순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 순간 차창 밖에 스치는 카지노 게임 화실간판에 하필이면 마음이 시큰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길로 큰 고민 없이 등록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성취중독으로 찾았던 카지노 게임는 성취중독 치료제가 되었습니다.


우선, 카지노 게임가 무엇인고 하니(이건 저희 아버지가 즐겨 쓰시는 추임새입니다.)


카지노 게임란, 동양화의 일종으로 사대부, 카지노 게임들이 그렸던 그림을 말합니다. 실제 사물이나 현상에 담긴정신을 중시한다는 특징이 있지요. 그런데 민주주의, 평등사회인 현대에는 사대부라는 개념이 없으니, 요즘 시대에 맞춰 말하자면 작가 개개인이 현상이나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기 철학을 담아 수묵화로 의식을 풀어낸 그림이라고 이해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나름대로 어릴 때부터 그림깨나 그린다고 했었는데도, 얇은 종이에 물을 잔뜩 먹인 먹과 붓으로는 선 긋기부터가 난항이었습니다. 카지노 게임먹은 대로 선이 잘 안 그어지고, 갈라지는 붓끝을 바로 잡는 게 어렵고, 먹 농도를 잘 맞추는 것이 그토록 어려울 수 없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획, 한 획 정직하게 열심히 집중해서 그려내는 것뿐이었습니다. 선이 잘 안 그어지면 여러 번 그려 잘 그어지게 하면 될 일이고, 갈라지는 붓끝은 몇 번이고 물에 담가 다시 다듬으면 될 일이고, 농담(濃淡)도 여러 번 연습하면 감이 오는 날이 있겠지 하면서 말입니다.


결국 이 모든 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하다 보면 정직하게 내 안에 고스란히 쌓이기 마련이더라고요. 아무리 감이 안 와도 감이 안 오던 국화가 언제부턴가 손에 익어 제법 모양을 잡아가기 시작한 게 보였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일은 늘 열심히 했지만, 하다 보면 회사의 방향성에 따라 나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없어지는 프로젝트도 있었고 누구라도 알아달라 꺼내보이지 않으면 이름이 불리길 한없이 기다리는 무명의 꽃처럼 눈에 띄지 않기도 하고.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건그래도 내 안에 소복이 쌓여 있다는 것이 조용하지만 대단한 성취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카지노 게임'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를 꼽자면 아마도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정신을 수양하고 카지노 게임을 가다듬기 위해 붓을 들어 먹으로 종이 위에 표현하는 행위라고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최근 들어 정신관리나 마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억누르고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잘 분출하고, 다듬고, 위로하는 것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카지노 게임는 그 맥락에서 하나의 해답이라고 생각됩니다.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찾고(그것이 단연 성취가 아니더라도), 그 가치를 표현하는 방법으로서의 제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제게카지노 게임는Art이지만, 더 넓게 보면 Heal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예술 작품이 그렇겠지만, 카지노 게임가 제게 주는 의미는 단순히 작품 그 자체를 넘어 그 작품을 담아내기 위한 과정의 가치도 포함하기때문입니다. 그래서 요가나 명상처럼 Healing으로 접근하고 싶습니다. 제가 치료받았던 성취중독의 사례처럼요.


스스로를 믿고 그저 묵묵하게 하다 보면 어느덧 내 것이 되는 것.

카지노 게임를 배우면서 터득한 저의 개똥철학(너무 기성세대의 언어인가요), '스묵화론'입니다.


여기까지, 카지노 게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고백해 봅니다.

각자에게 이런 숨쉴 구멍, 치유의 구석이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가만히 한번 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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