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처음 내가 선택한 유일한 가족.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기에 아주 새삼스럽고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저는 제 카지노 게임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살면서 얻은 가장 짙은 제 취향, 카지노 게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사실, 과거의 저는 비혼주의에 가까운 카지노 게임이었습니다.
꽤나 염세적인 성향인지라 혼자 살아내기도 버거운 세상에 굳이 다른 모양의 카지노 게임과 하나의 삶을 만들어 살아낸다는 것이 굉장히 비효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행복은 오롯이 나만이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으니까요. K-장녀 특징답게 1인분은 확실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쓸데없이 빠른눈치 때문에 사회생활하면서 스치는 카지노 게임들과의 관계만으로도 피곤하고 어려운데, 굳이 한 카지노 게임을 꼭 집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생각만 해도 부담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결혼을 하게 된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제 카지노 게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아주 요망한 부사입니다.
앞에 온갖 안 될 이유가 다 붙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에 다 괜찮아지거든요.
말 그대로 함께 하는 길이 고단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걷는다면 끝까지 걸어봐도 괜찮을 것 같은 결심이 들어 카지노 게임과 결혼했는데,그런 마음을 먹은 순간은 너무나 일상적이고도 사소했습니다.
회사에서 1시간 거리의 우리 동네까지 운전해서 바래다주면서 잠시 저녁 먹으러 들른 '반찬은 셀프'인 칼국수집에서 겉절이가 거의 다 떨어질 때마다 남은 조각은 제 앞접시에 덜어주고 몇 번이고 반찬을 다시 덜러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카지노 게임이면 같이 살아도 괜찮겠다' 결심했거든요.
평생 처음으로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으로 함께 할 결심.
이렇게 사소하고 귀찮은 일들을 기꺼이 대신해주면서도 생색내지 않는 것.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이란 말인지!
그렇게 겉절이 리필에 홀려서 결혼한 카지노 게임이 여기 있습니다. 말하자면 겉절이 플러팅이랄까...
어쨌거나, 끝까지 가보지는 못했으나 아직까지는 결혼은 제 인생에서 꽤 근사한 선택이었습니다.
보는 것, 듣는 것, 먹는 것이 같다 보니 느끼는 감정의 순간들도 거의 같아서 표정도 인상도 서서히 닮아가는 사람. 그래서 결국엔 완벽한 나의 취향이 되는 사람.
12월은 원래 감상적인 달이니까, 조심스럽게 고백해 보는 저의 취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