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야아!!”
깡패들이 내지르는 함성이 크게 들렸다.
“좋다!”
최운성이 이를 악물었다. 앞에 10m 절벽이 펼쳐졌다. 검디검은 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 아래 용감한 자만이 그 물을 이길 수 있었다.
주저하면 조폭들한테 잡힐 수밖에 없었다.
뒤로 깡패들이 긴 칼을 쳐들고 달려왔다. 솟구친 칼날은 애초 인정사정이 없었다.
최운성이 뒤에서 들리는 함성을 이기려는 듯
“야아!!”
크게 소리 질렀다. 그렇게 두려움을 떨쳐냈다.
이윽고 두 손으로 로프를 꽉 붙잡더니 망설임 없이 절벽에서 힘껏 뛰어내렸다. 몸과 다리를 로프에 착 붙였다.
거센 바람 소리가 들렸다.
똬리를 틀었던 로프가 순식간에 풀려나갔다.
그렇게 한 남자가 한가닥 로프에 의지해 10m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어? 저놈이!!”
그 모습을 보고 남궁철이 깜짝 놀랐다. 다른 깡패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절벽 끄트머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때 나무 기둥에 묶인 로프가 팽팽해졌다.
10m 아래로 떨어진 최운성이 계곡물 1m 위에서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의 귓가에 거세게 굽이치는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으으으~!”
로프가 팽팽해지자, 최운성이 신음을 내뱉었다. 커다란 통증을 느낀 듯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두 손바닥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붉은 피가 로프를 따라서 아래로 떨어졌다. 그 피가 계곡물을 적셨다.
“최운성!!”
남궁철과 부하들이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린 최운성을 보고 이를 갈면서 외쳤다. 극대노했다.
“이제 됐다.”
최운성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상황을 살폈다. 그러다 고개를 끄떡였다. 본격적인 탈출의 시작이었다.
이제 생사를 운명에 맡겨야 했다. 물이 불어서 넘쳐흐르는 계곡물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이는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최운성이 빙긋 웃었다.
그는 깡패한테 잡혀 매 맞고 칼에 찔려 죽는 것보다는 계곡물에 빠져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최운성이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굳게 잡았던 두 손을 로프에서 놨다. 그러자 몸이 계곡물을 향해 속절없이 떨어졌다.
그렇게 1m 아래 물속으로 떨어졌다.
커다란 나무 기둥이 힘없이 떨어지는 거 같았다.
풍덩! 소리가 크게 들렸다. 최운성이 계곡물에 빠졌다. 몸이 물속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췄다.
“저놈이 진짜로!”
남궁철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잠시 후 물 위로 머리 하나가 올라왔다. 최운성의 머리였다.
최운성이 계곡을 따라서 거침없이 내려갔다. 급물살이었다. 맹렬한 속도로 아래로 내려갔다.
“독한 놈! 정말 독한 놈!!”
남궁철이 그 모습을 보면서 화를 참지 못했다. 다 잡은 토끼를 놓쳤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혀를 내둘렀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궁철은 누구보다 악랄했지만, 최운성은 누구보다 용감했다.
그 용기를 남궁철은 이길 수 없었다.
그렇게 남궁철은 계곡물을 따라서 점점 사라지는 최운성을 보면서 멀쩡한 한쪽 다리를 동동 굴렀다.
**
어둠을 달리던 스쿠터가 외딴집에 멈췄다. 이곳은 시골 마을이었다. 민가가 드문드문 있는 곳이었다.
늦은 밤이라 무척 어두웠다. 시골이라 가로등이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스쿠터 시동이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
스쿠터에서 카지노 쿠폰, 차무혁, 차주리 남매가 내렸다. 그들이 앞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집은 1층 단독 주택이었다. 방 두 개에 작은 거실, 화장실 하나가 있었다.
현관문을 연 카지노 쿠폰가 거실 불을 켰다. 소박하지만, 깔끔한 집이었다.
“휴우~!”
카지노 쿠폰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안심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 뒤로 차무혁, 차주리 남매가 서 있었다. 둘 다 커다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둘은 병실에서 여기까지 스쿠터를 타고 달려왔다. 1시간을 달려왔다.
카지노 쿠폰가 남매를 바라보다가 방긋 웃었다.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배고프지? 뭐 먹을래.”
“배고파요!”
차주리가 그 말을 듣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크게 외쳤다. 배가 몹시 고픈 거 같았다.
임무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죽을 먹어야 해요. 일주일 동안은 죽을 먹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카지노 쿠폰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래. 알았다. 죽을 끓여줄게. 잠시만 기다려. 맛있는 소고기 죽을 끓여줄게.”
카지노 쿠폰가 말을 마치고 주방으로 향했다.
카지노 쿠폰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낯 설은 집이었다. 둘이 서로 쳐다봤다. 오빠 차무혁이 말했다.
“일단 앉자.”
“알았어, 오빠.”
카지노 쿠폰가 거실 바닥에 털썩 앉았다.
늦은 밤이었다. 카지노 쿠폰가 자야 할 시간이 지나도 한 참 지났다. 하지만 카지노 쿠폰는 두 눈이 초롱초롱했다. 그들은 오늘 밤 엄청난 일을 겪었다. 그래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잠시 후 카지노 쿠폰가 소고기 죽 두 그릇을 쟁반에 담아서 거실로 돌아왔다. 고소한 냄새가 풍기자, 남매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고소함의 결정체 참기름이 후각을 간지럽혔다.
카지노 쿠폰가 소반 위에 죽 두 그릇을 올려놨다. 남매가 죽을 보고 군침을 꿀컥 삼켰다. 너무나도 맛있어 보이는 죽이었다.
“어서 먹어.”
카지노 쿠폰의 말에 차무혁이 급히 말했다.
“먹자!”
오빠의 말에 동생 주리가 황급히 숟가락을 들었다. 죽을 퍼먹기 시작했다. 오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둘이 허겁지겁 죽을 먹었다.
“참 잘 먹는구나. 죽을 많이 끓여 놨으니 먹고 싶을 만큼 먹어.”
카지노 쿠폰가 아이들을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마치 자기 아이들을 보는 거 같았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애들아, 잘 들어. 이제 나와 같이 살아야 해.”
“네에?”
차무혁이 죽을 퍼먹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숟가락을 내려놨다. 이게 뭔 소리 인가하는 표정을 지었다.
카지노 쿠폰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너희 엄마가 될 거야.”
“엄마라고요?”
엄마라는 말에 동생 주리도 숟가락을 내려놨다. 두 눈을 놀란 토끼 눈처럼 떴다.
“응! 최운성 아저씨 부탁이야. 난 최운성 아저씨한테 큰 은혜를 입었어. 그 은혜를 갚아야 해. 너희를 내 자식처럼 키울 생각이야.”
차주리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참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엄마 있어요. 엄마가 곧 올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차무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무척 슬픈 표정을 지었다. 동생 주리는 엄마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그걸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카지노 쿠폰가 그 말을 듣고 울컥했다. 그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남매의 부모는 매향 북도 이장댁에서 독을 먹고 모두 죽고 말았다.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눈물을 닦더니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다.
“주리야, 엄마가 올 때까지 내가 잠시 네 엄마가 될게. 그러면 되겠지?”
“잠시요?”
차주리가 뭔가를 생각했다. 그러다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말을 이었다.
“잠시면 좋아요!”
그 말을 듣고 카지노 쿠폰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한 손으로 차주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차주리가 배시시 웃었다. 따뜻한 손길이 좋은 거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차무혁도 눈물을 흘렸다. 두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소반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차무혁, 차주리 남매는 카지노 쿠폰가 가슴으로 나은 아들과 딸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차무혁과 차주리가 죽을 다 먹고 작은 방에 들어가 꿈나라에 빠졌을 때
외딴집 앞에 한 차가 멈췄다. 차 문이 덜컹 열리더니 한 사람이 차 밖으로 나왔다. 그가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엇박자 발소리가 들렸다.
똑! 똑!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거실에서 초조하게 서 있던 카지노 쿠폰가 급히 현관문으로 달려가 문을 활짝 열었다.
문이 열리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온몸이 푹 젖었다. 그는 목숨을 걸고 남매를 구한 최운성이었다. 그가 애인 카지노 쿠폰를 찾아왔다.
“운성씨!”
카지노 쿠폰가 애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최운성이 빙긋 웃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희야. 애들은 잘 있는 거지?”
“그럼요. 방에 들어가 곤히 자고 있어요. 꽤 피곤했나 봐요. 소고기 죽을 든든히 먹고 잠들었어요.”
“그래, 잘했어. 난 작별 인사하러 온 거야.”
“자, 작별이요?”
“응, 삼촌이라 연락이 닿았어. 삼촌이 차를 끌고 약속 장소에 오셨어.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당분간 삼촌이라 지낼 거야. 그동안 카지노 쿠폰랑 잘 지내고 있어. 상황이 잠잠해지면 내가 연락할게.”
“그게 언제죠?”
“글쎄, 석 달이 될지. 6개월이 될지 알 수 없어. 1년이 될 수도 있어. 대신 돈을 넉넉히 보내줄게. 그 돈으로 카지노 쿠폰를 잘 키워.”
“운성씨!”
카지노 쿠폰가 크게 울기 시작했다. 최운성이 한 손을 들었다. 그 손으로 애인의 흘리는 뜨거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나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졌어. 카지노 쿠폰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운명 공동체야. 그래서 같이 살아야 해. 그리고 복수해야 해. 카지노 쿠폰가 크면 이 사실을 알리고 힘을 합쳐야 해.
만약 카지노 쿠폰가 복수를 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나 혼자라도 복수할 거야.
나를 죽이려 한 놈들과 내 다리를 이렇게 만든 놈들을 전부 찾아서 반드시 끝장을 낼 거야.
그때가 언제든 기회를 노릴 거야.”
“운성씨. 그러지 말아요. 복수는 포기해요. 너무나도 위험해요.
그놈들은 매향 북도에서 32명을 죽인 놈들이에요. 보통 놈들이 아니에요. 하나의 커다란 조직이 분명해요! 그냥 숨어서 살아요.”
“아니야. 놈들이 먼저 나를 건드렸어.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빚을 갚아야해. 그게 순리야.
난 부모님을 모두 잃었어. 내가 군에 있을 때 산책하시다 변을 당하셨어. 범인이 누군지 알 수조차 없었어. 그래서 경찰이 된 거야.
악인은 … 결코, 용서할 수 없어!
그럼, 가 볼 게 삼촌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카지노 쿠폰를 잘 부탁해. 그럼, 안녕!”
최운성이 말을 마치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차로 걸어갔다. 절뚝거리는 엇박자 발소리가 들렸다.
카지노 쿠폰가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벅차오르는 슬픔을 참고 참았다.
차에 시동이 걸렸다. 외딴집에 멈췄던 차가 다시 움직였다. 잠시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카지노 쿠폰가 하염없이 쳐다봤다.
그렇게 복수의 서막이 시작됐다.
당한 만큼 갚아줘야 했다. 그게 최운성의 뜻이었다. 그 뜻을 애인 카지노 쿠폰가 따랐다. 그리고 남매도 마찬가지였다.
차무혁은 임무혁이 됐다. 그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 남궁철이 보스가 된 물뱀파에 가입했고 김덕기 형사 과장이 주무르는 인천 남부 경찰서 경찰이 되었다.
남궁철과 김덕기는 매향 북도에 있었던 외지인이었다. 참상의 범인으로 유력했다. 그리고 매향 북도 생존자 여섯도 범인으로 유력했다. 그중에 이장 전해식과 그 부인이 있었다.
이장 전해식은 현재 인천시 국회의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