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지 Nov 05. 2023

내 생애 첫 카지노 게임 도전

평소 운동을 전혀 안 합니다만


나는 내일 새벽 Jtbc 카지노 게임 대회에 나간다.

풀 코스가 아닌 카지노 게임 코스이지만


나라는 사람은 태어나서 카지노 게임를 뛰어본 적이 없다.

열심히 뛰어본 것이 미사 조정경기장 한 바퀴를

7살짜리 아들을 얼러가며 같이 한 시간이 걸려 뛰었던 5km 경험치가 전부이다.


내가 올 연초에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고 쌩쌩할 때여서 풀코스를 뛰어야 하나 10k를 뛰어야 하나 가 최대의 고민이었고, 내가 과연 뛸 수 있을까는 의심한 적 없었다. 그러나 연말이 되어가며 30대 중후반이 되어가니 한 해 동안 여기저기 아팠고, 더구나 최근에는 위염 장염 콤보로 심하게 고생을 해서 대회 시작 1달 전부터는 못 가겠네 생각이 들었다.


7만 원이라는 참가비가 아까워서 취소를 하려고 알아봤다. 그러나 이미 취소가능기간이 지나버린 시점이었다.


그래. 그럼 나 말고 남편 보고 뛰라고 해야지.

그냥 그렇게 카지노 게임은 안녕- 을 고하려고 했다.




대회 전날인 어제, 회사 선배들이랑 밥을 먹으러 가는데 선배가 탄수화물을 챙겨 먹어야 하니 짜장면을 먹으러 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 탄수화물을 챙겨 먹어야 한다? 이런 말은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아 평소 카지노 게임 기록이 있는 선배들인데 혹시 대회 준비용인 건가?


그랬다. 풀 코스를 위해 준비를 열심히 했고 대회를 위해 몸을 만드는 중이었던 것이다.


'아 사실 저도 카지노 게임 신청했었는데.. 근데 저 안될 것 같아서 그냥 안 뛰고 남편 보내려구요'


약한 소리로 변명처럼 이야기 했다. 풀코스 완주자들인 선배들이 카지노 게임를 포기하려 한다는 말에 가볍게 미소 지으며 격려해 준다.


"아 그런데 차 다 막고 아스팔트 위 찻길로 달려보면 진짜 재미있는데?"


재미있다고?


나는 카지노 게임 해보려던 이유 중에서 '재미'는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선배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짜 차도를 몇백 명이 우르르 달려본다는 것은 아주, 매우, 재미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못 뛰면 어쩌지 아프면 어쩌지 관절도 걱정되고

....


못 갈 이유를 만들었던 이런 마음이 갑자기 눈 녹듯 사라졌다.


못 뛰면 어때.

재미있다가 좀 힘들면 그만둬도 되지 뭐.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난 포기 못하겠다!

간단하고도 명쾌한 결론이 내려졌다.




나는 내일 뛸 거다.


-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의 문장들을 보내주며 달리기와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배변호사님 화이팅! 이라고 써준 선배의 메신저가 내 카지노 게임 참가에 쐐기를 박아주었다.


태어나서 카지노 게임를 한 번도 (러닝머신으로도) 뛰어본 적 없지만!


내일 나는 무조건 죽어도 뛴다.


카지노 게임


재미있는 건못 참거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