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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Feb 24. 2025

카지노 게임 치는 할머니가 될 거야

할팽의 탄생 1

사랑하는 나의 엄마가 올해 66세가 되었다. 예전보다 체력도 떨어지고 몸살도 자주 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이팔청춘 ^^


그런 엄마가 이번에 카지노 게임 연주회에 나가셨다. 초등학생인 손자의 카지노 게임 학원 연주회에 본인도 참석하신 거다. 그렇다. 우리 엄마는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동네 카지노 게임 학원에서 바이엘을 배우고 있다.




엄마가 연주회에 나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다. 우선 중도하차 선언을 정말 많이 하셨다.


“원장님. 악보가 기억이 안 나서 도저히 못하겠어요.”


엄마는 유독 연주회 당일날 악보가 기억이 안 날까 봐 걱정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처음 참석한 연주회에서 카지노 게임를 치던 중 정말 악보를 까먹으신 거다. 심지어 악보를 펼쳐놓고 연주 중이셨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연주를 할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순간 나와 관객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엄마를 지켜보았다. 다음 차례였던 아들도 무대뒤에서 할머니를 응원했다고 한다.


‘할머니, 힘내세요.’




다행히 카지노 게임 학원 선배인 손자의 설득으로 엄마는 중도포기 하지 않고 올해도 연주회에 나갔다. 이번엔 악보를 통째로 외우기 위해 연습시간을 배로 늘리셨다고 했다. 연주회 일주일 전에는 몸살이 나셔서 병원에 가서 링거도 맞았다. 요즘 무리 했냐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엄마는 쑥스러워하면서 대답했다고 한다.


“ 제가 다음 주에 카지노 게임 연주회가 있어서요...”


“환자분 중요한 일정이 있으셨네요. 제가 좋은 약으로 처방해 드릴게요.”


엄마는 그때 가슴 안에서 무언가 몽글몽글하게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카지노 게임 연주회가 있다고 얘기하다니...’



당일 연주회장에 도착해 보니, 아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그랜드 카지노 게임에 앉아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다. 우리 집 학생들은 어디에 서있나 고개를 쭉 빼고 찾아보았다. 무대 끝 부분에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이가 지긋하게 든 엄마가 긴장한 듯이 두 손을 가지런하게 모으고 서계셨다.


‘할팽’

우리가 지어 준 엄마의 애칭이다. 할머니와 쇼팽의 합성어. 엄마는 65세의 나이에 카지노 게임를 배우기 시작했다. 언젠가 엄마가 원하던 쇼팽의 곡을 치길 바라는 마음에 지어드린 애칭이다.


Holiday in paris

엄마의 연주가 시작됐다. 카지노 게임 학원의 유일한 시니어 연주자였다. 이번 연주회에서 엄마는 악보를 아예 카지노 게임 위에 올려두지 않았다. 기필코 외워서 치겠다는 각오였다. 솔직히 아들 연주보다 엄마의 연주를 지켜보는 일이 100배는 더 떨렸다. 친정아빠는 도저히 참석 못하겠다며 오시지 않았다. 야속한 우리 아버지.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카지노 게임의 음율이 무대를 가득 채워 나갔다. 엄마의 연주회를 보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 카지노 게임를 배워봐도 될까? 라며 내게 조심스레 물어보던 우리 엄마. 딸내미는 초1부터 중1까지 카지노 게임 학원을 보냈으면서 정작 자신은 가지 않았다.

배우고 싶은 걸 배워보는 건데 왜 다른사람의 눈치를 보는 걸까? 그깟 카지노 게임가 뭐라고 우리 엄마 어깨를 이렇게 움츠려 들게 하는 건데...


작년 이맘때쯤 엄마의 가방 속에서 본 책이 떠올랐다.


‘카지노 게임 치는 할머니가 될래. ‘


엄마의 취미는 정말 카지노 게임가 되었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있으면 나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무엇이든지...


‘짝짝짝’

엄마의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엄마의 얼굴이 한껏 들떠 있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엄마 얼굴이 15살 소녀처럼 앳되다. 엄마는 정말 카지노 게임 치는 할머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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