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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Apr 26. 2025

여보, '빨래바'가 아니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거든.

취미는 장비발

“여보. 거실에 있는 이거 뭐야? “

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이 거실에 놓여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바를 보고 물었다. 화이트 색상의 매끈한 재질로 마감이 된 1인용 카지노 게임 사이트바. 취미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시작한 지 4개월이 됐으나 도무지 늘지 않는 실력을 올리기 위해 구매했다. 처음엔 집에 이런 걸 사두는 게 과하지 않은가 싶어서 구매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취미는 장비발 아니겠는가? 몇 주간의 치열한 고민 끝에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역시 고민은 구입시기만 늦출 뿐이다.


" 남편~ 그거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예쁘지? "

30대 중반의 나이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바를 갖고 싶단 얘기를 하지 못해, 선구입 후설명을 했다. 남편이 아무렇지 않은 듯 소파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 응. 카지노 게임 사이트? "

일부러 잘 못 들은 척하는 건지, 진짜 그렇게 알아들은 건지 알 수가 없다.

" 아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아니라 발. 레. 바. "


남편이 나를 쳐다보더니 씩 웃는다. 눈빛은 묘하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아, 덥다. 그때, 자기 방에 있던 초등학생 아들이 거실로 뛰쳐나왔다.

" 아빠. 그거 엄마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연습한다고 산 거래. 엄마 이제 카지노 게임 사이트리나 할 거래."

아들한테 그렇게 까지 거창한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아직 2학년이라 그런지 말을 전달하는데 과장된 부분이 있다. 엄마를 사실과 다르게 높이 평가하는 점도 있고. 집에 보일러를 땐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덥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깔깔 대는 그를 보고 나는 경고성 멘트를 날렸다. 이건 '빨래바'가 아니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바'고, 여기에 빨래 널어두는 날에는 진짜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여기에는 수건이든 양말이든 아무것도 걸어선 안된다. 진지하게 말하는 나에게 남편은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내가 처음 본 순간부터 그건 카지노 게임 사이트바인 줄 알았지. 빨래를 못 널게 생겼잖아. "

칫. 순간 나도 모르게 표정이 풀렸다. 이 양반은 알면서 꼭 그러더라.


장비발이면 어때. 실력이라도 늘면 좋지.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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