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같은 눈이 펑펑 쏟아지다
순식간에 세상을 다 덮어버린 시계視界
벌거벗은 나무의 윤곽을 빼고
하얗게다 덮어 감춰주는 마음 씀씀이가
슬겁기 그지없다
어설픈 겨울 햇살에
마음이 푹 놓이고
훈훈한 기운이 감돌다,
묵혀두었던 어떤 기억들이
스멀스멀 고개를 치켜들다 눈과 섞이자
얼얼하다
‘어떤 사나이의 검은 손때처럼
눈은 검을 수도 있다*’는 시구처럼
차갑고 냉정한 민낯이 질척거린다,
검은 눈이 번들거리며
세상을 차지하고 있다
* 김춘수, 《눈에 대하여》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