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하늘은 무너지고(2)
“동주에게는 내가 연락할게.”
카지노 가입 쿠폰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저 고맙다는 한마디밖에 해줄 말이 없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와 통화를 끝내고 녀석의 말대로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모두에게 문자를 넣었다. 잠시 뒤 번호를 잘못 안 것 같다는 답변 몇 개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정중한 답변이 몇 개 문자함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조금은 놀랍게도 이곳에 찾아오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을 한 적이 있던 명균이, 진수, 재형이었다.
아무 답장도 받지 못할 줄 알았던 내 예상은 어긋났다.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상당히 오랜 시간 갖고 있던 오해와 착각의 이면이 마치 세상에 나만 빼고 모두가 알고 있던 것처럼 덤덤하게 나의 시간과 세계를 둘러쌌다. 고마우면서도 당혹스러운 현실이었다. 어머니의 비극을 마주한 직후의 순간이라는 사실이 더욱 그 상황을 당혹스럽게 했다. 나는 그 순간 뒤늦게 또 하나의 감정과 관계를 배워가고 있었다.
통화를 끝내고 몇 안 되는 조문객을 맞는 사이 저녁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한겨울 해가 거의 져가는 그때 카지노 가입 쿠폰는 지영과 함께 빈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예를 갖춰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나는 상주로서 처음으로 맞는 내 조문객인 그들과 식사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지영은 눈물을 글썽였고, 카지노 가입 쿠폰는 잔뜩 흐린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와줘서 고마워. 진심이었지만, 어딘지 의례적으로 들리는 그 한마디 이후로 한참 이어지던 침묵 끝에 카지노 가입 쿠폰가 물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나도 모르는 병이 있었던 사실과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내 곁을 떠나 고향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를 간단히 전했다.
“너도 많이 놀랐겠다. 가게는 일단 좀 쉬자. 삼우제까지 어머니 잘 모시고 돌아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울었다. 눈물이 나오고, 이내 소리를 죽인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내 울음에 지영도 글썽이던 눈물을 떨어뜨리며 작은 소리로 울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옆자리로 옮겨와 한 팔로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 동안 식사 대신 울음을 나눴다.
울음이 겨우 좀 진정된 후에야 식사라도 들라는 할머니의 말에 우리는 겨우 수저를 들었다. 말없이 밥을 입에 넣고, 국물을 입에 넣고, 씹었다. 반찬도 거의 건들지 않았다.
“지영 씨는 돈 벌어야 하는데, 그나마 벌이도 얼마 안 되는 거, 저 땜에 죄송해요.”
“아니에요. 저야 어차피 그냥 용돈벌이잖아요. 신경 쓰지 마시고 여기 일 잘 보세요.”
밥을 먹다 내가 말했고, 지영이 답했다. 그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말로 미안함을 전하고 감당할 수 있는 답을 들으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이제 올라가야지? 운전하려면 피곤할 텐데 너무 늦지 말고 이제 출발해.”
지영까지 식사를 마치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내 손을 잡고 말했다.
“난 안 가. 여기 있을게.”
“난 괜찮아. 지영 씨도 바래다줘야 하고, 너도 여기서 고생할 필요 없고.”
카지노 가입 쿠폰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나는 대답했다. 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오늘까지 이럴 거야? 그냥 받아들일 땐 받아들여. 만약에 우리 누나 죽었을 때, 네가 알았다면 안 왔을 거야? 그때 이미 나도 아는 사이였다면, 내 옆에 같이 안 있어 줬을 거야?”
“저도 오늘은 대전으로 가면 돼서 카지노 가입 쿠폰가 굳이 서울에 데려다주지 않아도 돼요. 청주에서 대전은 금방 가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카지노 가입 쿠폰에 이어 지영도 말을 더했다. 나는 그들을 말릴 수 없었다. 고마워. 대신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그리고 지영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럼 난 지영이 터미널까지만 바래다주고 이따 다시 올게.”
지영을 바래다주러 나간 성이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빈소로 돌아왔다. 이미 포장마차를 운영한 지도 6개월이 되어 가는 데다 꽤 어른에 가까워진 나이에 장례를 경험했던 그는 능숙하게 조문객들 사이를 오가며 음식을 내오고, 중간중간 부족한 것이 없는지 살피며 일손을 도왔다. 그 덕분에 나는 상주로서 조문객을 맞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빈소가 차려지고 둘째 날에도 예상대로 친척들 정도 외에는 조문객이 많지 않았다. 그 와중에 전날 조문 의사를 밝혔던 고등학교 동창들이 빈소를 찾았다. 그들은 몇 명의 다른 동창들과 함께였고, 미처 올 수 없었던 다른 친구들의 부의금 봉투도 같이 챙겨왔다.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서로 묻고, 각자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에 진심을 다해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나는 지난 꽤 오랜 시간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의례적인 질문과 답변, 대화에 대한 의무감 같은 동조와 경험의 공유로 일관해왔다. 기회도 많이 없었고, 늘 지금 마주하는 순간보다 생존과 관련된 다른 내 상황, 그리고 앞날을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데 더 많은 힘을 쏟았다. 관계라는 단어 앞에서 나는 그야말로 감정 없는 통나무, 그리고 껍데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장례식에서 그 껍데기 같은 관계에 잠시나마 연결되어 있던 그들을 마주하며,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 당시의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가 아닌 세계의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나는 건조하게 굳은 채 멈춰 있었지만, 세상은 그런 나조차 버리지 못하고 후에 추억으로 남을 진심과 즐거움과 반가움과 연민과 우정의 세계 안에 함께 품어 내고 있었다.
그 소중한 시간을 알아채지 못한 채 그들의 진심을 지금까지 외면해왔던 스스로가 부끄럽고, 그런 스스로에 또 미안해서, 나는 더욱 온 힘을 다해 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지금 내 소중한 사람이 된 카지노 가입 쿠폰를 소개하고, 그들과 카지노 가입 쿠폰와 나, 우리 모두의 소중한 인연을 되새겼다. 그들이 돌아갈 때마다 서울에 올라가면 꼭 우리 포장마차에 초대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으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명씩 끌어안았다.
어머니의 비극으로 충격과 우울이 가슴과 머리를 모두 가득 메운 상태였던 나는, 그렇게 성이를 시작으로 하나씩 마주하는 관계의 의미와 그 앞에 미숙했던 나에 대한 후회를 떠올릴 때마다 또 한 번씩 복받치는 울음을 쏟아냈다.
외삼촌은 나를 찾아온 친구들을 제법 신경 써 챙겼다. 맞절 뒤에는 그들의 손을 꼭 잡아주었고, 반드시 테이블에 들러 부족한 것이 없는지 물었다. 분주하지 않은 빈소였기에, 그들이 가는 길에도 늘 현관에서 배웅에 주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이 빈소에 남는다고 했을 때만 해도 옆에서 조금 어색하게 지켜볼 뿐이었지만, 오다가다 마주치거나 여유가 있을 때면 물이나 음료를 건네고 말을 걸기도 했다. 나와는 영정 앞에 앉아 있을 때도 거의 말 한마디 없는 분이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는 오히려 격 없이 대하는 느낌이었다. 몇 차례 외삼촌이 녀석에게 고생한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대학생인 친구들은 대부분 낮에 다녀갔고, 해 지기 전까지 남은 오후 시간은 친척들과 어머니의 학교 동창이었다는 몇 분이 잠시 다녀간 것을 빼고 대체로 한산했다.
그 시간 카지노 가입 쿠폰 주로 영정 앞에 앉아 혼자 시간을 보냈고, 이따금 할머니와 이모가 다가와 마실 것을 챙겨주고 식사는 제때 잘했는지 살펴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빈소에 조문객이 아무도 없게 되었을 때, 외삼촌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여기 계속 앉아 있는 것도 힘든 일이야. 사람 없을 때 잠깐 들어가서 눈이라도 붙여.”
내 시선과는 완전히 틀어진 정면을 응시하며 그는 말했다.
“괜찮아요. 밤에 충분히 잤어요.”
내 대답에 그는 별말 없이 내 왼쪽 어깨를 짚었다. 힘주어 누르지 않고 가볍게 토닥이듯 누르는 그 손길이 왠지 애달프게 느껴졌다.
외삼촌이 다시 돌아서려는 순간, 누군가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금발로 탈색한 한 젊은 남자가 어색하고 민망한 모습으로 두리번거렸다. 낯이 익었다. 두리번거리던 그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안도한 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고 그가 누군지 알아챘다. 고등학교 때 같이 축구를 했던 형주 선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