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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석 Apr 07. 2025

레드 콤플렉스 38화(3부 5화)

우리, 달라지는 건 없겠지?(2)


“잘 지냈어요?”


그녀가 다시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돌아온 그녀와 벌써 몇 마디가 오고 간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차분히 서로를 마주하고 일상적인 상황으로 돌아왔다.


테이블에 둘러 앉은 다른 일행들은 최근에 인기 있는 어떤 드라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본 적 없었지만, 성이는 주말 재방송을 몇 번 봤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


“네, 무료 카지노 게임 씨도 잘 지냈어요?”

나는 되물었고 무료 카지노 게임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입에 댔다. 그리고 술잔을 입에 댄 채로 살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냥 뭐 그럭저럭. 좀 심심하긴 했죠. 크리스마스 때는 뭐했어요?”


그러고 보니 어느덧 한 해가 거의 저물고 있었다. 학교라는 영역을 벗어나 사회에 나온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다니, 새삼 시간이 빠르게 느껴졌다.


“크리스마스 땐 장사했죠. 나름 대목이니까.”

“크리스마슨데 낮에도 뭐 없었어요? 이브든, 당일이든.”

“그냥 평범했어요. 쉬고, 장 보고, 밤에는 일하고.”


나는 있는 그대로 말무료 카지노 게임. 나의 하루는 늘 같았다. 정오를 넘겨 일어나서 혼자 점심을 챙겨 먹고, 설거지와 청소 따위 집안일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씻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일터로 나와 포장마차를 열고, 냉장고 상황을 점검해 성이에게 장 볼 목록을 전달하고, 성이가 장을 보고 돌아오면 첫 손님을 기다리며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주로 전날 남은 안주의 재료들을 이용해 볶음밥이나 비빔밥 종류로 간단히 챙겨 먹었고, 성이가 장을 보고 돌아오는 시각에 맞춰 준비하곤 무료 카지노 게임.


쉬는 날에는 정오보다는 일찍 일어나 빨래를 한 뒤, TV를 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집에 필요한 물건이나 먹거리 등을 사 오고, 오후에는 몇 시간 더 낮잠을 자며 부족한 잠을 보충무료 카지노 게임. 그리고 저녁에는 TV를 보고 인터넷으로 기사를 조금 보는 식이었다. 행위를 하는 속도는 굉장히 여유로웠지만, 동시에 규격화된 활동들로 꽉 차 있는 일상이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


크리스마스도, 크리스마스 이브도 내게는 그냥 늘 같은 하루하루였다. 평소보다는 조금 더 바쁠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말 많이도 아니고 그냥 조금 더 바쁜 정도에 그쳤던 그런 날이었다.


“그게 끝이에요?”

“네, 뭐 특별할 게 없어서…….”

“아니, 내가 물어봤으니까 동규 씨도 뭐 안 물어봐요? 술 더 마셔야겠네. 술 마시면 말 잘하면서 꼭 전에는 이렇게 말 끊긴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피식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술잔을 부딪쳤다.


“무료 카지노 게임 씨는 크리스마스 때 뭐 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동네 친구랑 영화 봤어요. 애니메이션인데 ‘치킨 런’이라고 알아요? 좀 웃기는 영환데.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는 TV에서 ‘나 홀로 집에’를 보고, 아빠랑 치킨 시켜서 맥주 마셨어요. 나도 별 거 없었어요.”

“그래도 영화를 두 개나 봤잖아요. 영화 좋아해요?”

“그냥, 뭐 할 거 없으니까 보는 거죠. ‘나 홀로 집에’는 한 세 번 본 것 같은데.”


‘치킨 런’이라는 웃기는 애니메이션 영화는 어떤 내용인지, ‘나 홀로 집에’를 세 번 보면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정말 궁금해서라기보다는 그렇게 말을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그런 질문이 뭔가 작위적인가 싶은 기분도 들었다.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오이를 집어 물었다. 겨울인데도 초저녁까지 탄탄했던 오이는 시간이 지나자 약간 푸석해진 식감이 되어 있었다.


“어색해요?”

“네?”


그녀가 물었고, 나는 또 되물었다.


“동규 씨는 뭔가 어색해 보인다 싶으면 일단 뭘 먹더라고요.”


무료 카지노 게임도 오이 조각 하나를 집어 끝을 살짝 잘라먹으며 말했다. 그때 한 테이블에서 사장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역시 단골로 자주 오는 40대 남자 둘이 앉은테이블이었다. ‘소주요’가 아닌 ‘사장님’을 부르는 것을 보니 내 손이 필요한 일인 듯싶어 나도 자리를 일어섰다.


그는 서비스 안주로 나가는 홍합 국물 리필을 요청무료 카지노 게임. 성이가 받아 든 빈 그릇을 내가 채가듯 가져갔다. 홍합국 한 그릇을 퍼내는 일은 성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성이도 잠시 어, 하며 멈칫했지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주방으로 향무료 카지노 게임.


테이블에 홍합탕 한 그릇을 다시 내어주고 무료 카지노 게임와 지영 일행이 있는 테이블을 건너다봤다. 자정이 넘어 아르바이트가 끝난 지영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어느새 꽤 술이 오른 듯 깔깔 웃어대고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 사이 자리를 비웠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잠시 바람을 쐴 겸 밖으로 나갔다. 가로등 빛이 잘 비취지 않는 어느 벽에 누군가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무료 카지노 게임가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하세요?”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다가가자 담배 냄새가 훅 풍겨왔다. 아마도 두 대를 연달아 태운 것 같았다.


“어, 왔어요? 혹시 저 찾아 나온 건 아니죠?”


그 말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소리는 나지 않았고, 표정만 잠시 움직였다. 어두워서, 그 표정이 그녀에게도 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담배 한 대 이상이 탈 동안 그곳에 머물렀던 그녀이므로 어느 정도 어둠이 눈에 익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근데 친구들은 일찍 왔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 씨는 왜 자정이 넘어서 왔어요?”

나는 대답 대신 물음을 던졌다. 그냥 문득 궁금무료 카지노 게임.


“이건 진짜 질문 같은데, 맞아요?”

“진짜 질문이란 건 무슨 뜻이에요?”

“말을 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생각나고 묻고 싶어서 하는 그런 말.”


다시 한번 웃음이 나왔다. 이번에는 가볍게 피식, 하는 소리도 묻어나왔다. 동주도 가볍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녀는 아무 의미 없는 대화가 오가는 중에도 그렇게 종종 나를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넘겨짚는 솜씨가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저녁 차려주고, 같이 먹고 왔어요. 나 나가면 아빠 혼자 저녁 드셔야 해서, 어차피 지영이랑 잘 거 그냥 늦게 나왔죠.”

“어머니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말에 또 생각나는 대로 말을 꺼내려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아빠랑 나 중학교 때 이혼했어요. 아빠랑 둘이 살아요. 아, 내가 얘기 안 했구나.”


아차 싶은 지점은 사실임이 밝혀졌지만,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하긴 그녀도 내 아버지의 부재와 엄마가 아닌, 어머니의 존재를 이미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


“아빠는 외로움을 좀 많이 타는 사람이에요. 처음에 자취 안 하고 오산에서 여기까지 통학을 한 것도 아빠가 마음에 걸려서였어요. 그래봐야 맨날 노느라 집에 일찍 들어간 날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집에서 자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좀 마음이 놓여 보였어요. 그래서 방학 때는 집에 있는 거기도 하고.”


말을 잇는 동안 담배를 다 태운 동주는 손가락으로 불똥을 떨어내고 옆에 놓인 쓰레기봉투에 꽁초를 버렸다. 이제 들어갈까요? 내가 물었고, 고개를 끄덕였는지 미처 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녀는 나를 스치듯 앞서 질러 포장마차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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