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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남순 Sep 04. 2024

24년 9월 4일 수요일

지난주 비가 내리고 난 뒤부터 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다. 피부에 닿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옷장 정리를 해야 것 같다.결코 물러날 것같지 않던 올여름이었다.고집스럽이 여름도서서히 꼬리를 내리며물러서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이제 좀 살 것 같다'며호미를 들고 밭으로 간다. 이제 겨울 채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묵은 것들을 뽑아내고 밭을 고른다. 무, 배추, 카지노 게임 추천상추, 대파, 쪽파, 갓, 순무 뿌릴 씨앗이 많다. 지금 심는 것들로 겨울 곳간이 채워질 것이다.


우렁찬 물소리가 들린다. 들 수확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와 어울리지 않는 물소리다. 수로로 떨어지는 소리가 지리산 피아골 여름 계곡에서 흐르던 물소리처럼 우렁차다.

벼농사의 태반은 물을 다루는 기술이다. 하지만 벼 수확을 멀리 두지 않은 9월에는 물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 기술은 모내기를 하는 시기와 벼가 한창 자라는 여름에 필요한 기술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벼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논으로 이어지는 수로에 물이 찰랑찰랑 넘칠 듯 흐르고 있다.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이 들었지만 글로 배운 농사지식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것이 많다.

멀리서 점으로 움직이던 작은 물체가 가까워지며 형태를 갖춘다. 반가운 노인회장님이다.

"안녕하세요, 논에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운동 나오셨어요?"

누구에게나 깍듯하고 존칭을 아끼지 않는 노인이시다.

"그런데 회장님, 지금 물대는 때인가요? 이제 곧 벼 벨 시기인데요."

"그렇죠. 그런데 지금 땅이 너무 말랐어요. 땅이 갈라질 정도로 마르면 또 안 되거든요. 저도 지금 어제저녁에 물을 좀 댔다가 아침에 물꼬 막고 돌아오는 중이었어요."

"아... 그러셨군요. 근데 벼는 언제 베죠?"

"이달 말께나 돼야 시작하게 될 거예요."

"벼 잘 되었죠. 풍년인가요?"

"이만하면 풍년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근데 올해는 수매가가 얼마나 되려는지... 농사꾼들은 그나마 이걸로 돈 좀 만지게 되잖아요."

벼농사가 잘 되어 풍년이 들어도 활짝 웃지 못한다. 수입쌀도 남아도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농산업은 농부만의 문제요, 시름으로 남게 된 것 같다.


물이 귀했던 시절에 논농사는 특히 짓기 힘든 농사였다. 우리 동네 아저씨가 들려주었던 '이야기'에서 보았듯이 내가 사는 지역만 해도 물을 대면서주민들 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싸움이 끝나게 된 것은 양보나 도덕심이 아니었다. 경지정리와 수로정비가 되고 난 뒤였다. 인심도 최소하나마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너그럽다.


청산도 여행하면서 특별한 논을 보게 되었다. 청산도는 관광객을 위한 순환버스를 운행했고 버스기사님은 가이드를 겸했다. 청산도에는구들장 논이 있다고 한다. '다랑논' '라이스테라스' '다랑 전' 같은 말은 듣고 또 보기도 했지만 구들장 논은 듣기로도 난생처음이다.


구들장 논은 그러니까, 물이 귀한 섬에서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서만든최고의 발명이었다. 발명의 시작벼의 생태를아는 것카지노 게임 추천 시작되었다. 벼는뿌리를 깊이 내리는 작물이 아니다. 30센티 흙만 있어도 벼는 자란다. 사람들은 30센티 깊이로 흙을 걷어내고 구들장을 깔았다. 땅으로 흡수되어 소실되는 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리곤 벼가 성장할 수 있는 깊이로 흙을 덮는다. 논에 구들장을 까는 방식으로 청산도 사람들은 가장 높은 다랑논부터가장 아래 다랑논까지 물을나누어 쓰며 벼카지노 게임 추천를 지어왔다. 구들장 논은 4백 년 전 청산도 사람들이 평화와 조화로운 삶의 방식에서 찾아낸 지혜의 결정체였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윤슬을 따라 삼거천을 걷다가 제1교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집으로 향한다. 30분 남짓한 산책 중 반을 걸었다. 가르마처럼 갈라진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물들어 가는 벼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노란색들에서 보드라운 카지노 게임 추천바람이 분다. 코를 벌름거려 카지노 게임 추천 냄새를 맡는다. 아직 카지노 게임 추천 냄새는 이르다. 여름의 , 아니 카지노 게임 추천햇살의 돌봄이 조금 필요하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짙어지면들은구수한밥 짓는 냄새로가득하다. 밥 짓는 냄새는 따가운 카지노 게임 추천볕이 빚어낸 원숙한 카지노 게임 추천향기다.

노란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물결을 이룬다.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이런 풍경과 감상을 눈으로만 담는 것이 못내 아쉽다. 고흐에게 있었던 선한 안목과 손재주가 부럽다. 이문세의 저녁놀과 휘파람 같은 노래를 만든 작곡가의 재주가 아쉽다. 절로 마음이 절로 순해지는 이 순간의 풍경을 담아내고 싶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카지노 게임 추천 들녘이다. 벼는 깊이 고개를 숙여 마주 오는 카지노 게임 추천을 향해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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