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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May 01. 2025

카지노 게임

자기 방어

나는 모든 것에 거리를 둔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늘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려 노력한다. ‘노력한다’는 말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뜻일 것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함께해서 행복하다면, 나는 한 걸음 더 다가가고, 그 관계가 상처를 남긴다면 조용히 한 걸음 멀어진다.


그건 나만의 방어체계다.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그렇다.

내가 미워질 때는 한 걸음 멀어져서 나를 바라보고,
내가 좋아질 때는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간다.
기쁜 일은 더욱 기쁘게, 슬픈 일은 덜 슬프게 만들어주는 그 나만의 선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진심을 다하지 않는 건 아니다.
과거에 사람들에게 치였을 때,
나는 그 이유를 ‘정을 너무 많이 줘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만의 방어기제를 만들었다.


정을 주는 척만 하는 것.


나는 가면을 잘 쓰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하면 원만한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상처는 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진심은 결국 진심으로 닿는다는 것. 그리고 어떤 사람은,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을 알아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는 한순간 깨달은 것이 아닌, 숱한 경험으로 누적되어 정립되었다.


굳이 서로 찝찝하게 살아야 하나 싶은 마음에,
나는 카지노 게임이라는 나만의 선을 정해두었다.
가까이 가되, 완전히 놓지 않는 거리.


멀어지되, 영영 끊어지지 않는 카지노 게임.
그 선 위에서 나는 나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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