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지연아, 이거 비밀인데 알려줘?”
비밀을 털어놓으려는 선희는 야릇한 표정이었다.
“뭔데? 남자 생겼냐? 아니면 취직했어?”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답을 재촉했다.
“나, 자격증 나왔어. 우리 과 꼴찌로.... 대박이지?”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자격증이 그녀에게는 큰바람이었다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진~짜 건배.”
나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축하했고 그녀는 아이처럼 기뻐했다.
“나는 아직 재판이 남아서 여기서 학원 알아볼 거야. 너는유치원 알아보고 있어?”
“아빠는 병설유치원 강사 자리 있다고 들어가라고 하는데 나는 무조건 집을 떠날 거야.”
나는 대학입학에서 좌절된 새로운 삶을 꿈꾸고있었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부모님께 내가 알아서 한다고 큰소리쳤다.그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지만, 문제는 숙소였다. 부모님 도움 없이 독립을 꿈꾸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렸다. 집으로 돌아갈 마음이 생기기 카지노 게임 추천할 때 연락이 왔다. 서울은 아니었지만, 숙소가 제공되는 유치원이었다. 유치원은 시내에 있고 숙소는 사찰 안에 있었다. 살아보니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부지런한 스님들 생활에 나도 동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쉬는 날도 마음대로 쉴 수가 없었다. 낡은 방 한 칸에서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보냈다. 하지만 사계절이 주는 선물을 마음껏 즐겼다. 나는 그렇게 적응했고 살아남았다.
영우와 나에 만남은 시절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만화가로 데뷔를 했고 얼마 후에군대에 갔다는 소식을 영현이를 통해 가뭄에 콩 나듯이 들었다.
“지연아, 나 서울에 학원 차렸어. 한 번 놀러 와.”
서울에 학원을 차렸다는 그녀의 전화는충격이었다.서울에서 집을 못 얻고 산속에 사는 나에 비해서 그녀는 능력자가 분명했다.
“대박, 너 성공했다.”
그녀의 보습학원은 15평 남짓 교실 하나였다. 교실 옆에 작은 공간을 숙소로 쓰면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상현씨 군대 가면서 나도 서울로 왔어. 매주 면회 간다.”
그녀는 상현이가 군에 입대하면서 함께상경한 것이다. 고향에서 1년 동안 모은 돈과 대출을 받아,서울에 작은 학원을 차렸다. 상현이 자취방으로 김치를 퍼 나를 때부터 찐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거 집착은 아니겠지?
“제대하고 결혼해?”
참 진부한 질문을 하고 말았다.
“나는 그러고 싶은데 졸업은 하고 해야겠지?”
대답을 하는 그녀의 표정이 명쾌하지 않았다.
“너, 영우 소식 들은 거 없지?”
“네가 군대 갔다고 알려 줬잖아.”
영우에게 만화가로 연재를 카지노 게임 추천한 기쁜 소식 뒤에 아픈 소식이 숨어 있었다. 여자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군에서사고 소식을 듣고힘든 시간을 보냈을 영우를 생각했다.
“너네, 친했지?”
“상현 씨랑 영우 씨가 친구니까.”
맥주 한 잔을 이기지 못하고 끌려가던 신입생 영우, 많은 말 대신 웃음으로 대답하던 그에 얼굴이 떠올랐다.
삶과 죽음은 앞뒤로 붙어서 우리 가까이 있었다.
“지연아, 나 모르겠니?”
중학교 졸업 후,집회 장소에서 만난 친구가 있었다.중학교 때부터 나를 좋아했다는 말을 내뱉고 술을 마셨다.취중 진담이 아니라 취전 진담이는새로운 말을남긴친구는 군대 간다는 인사를 하고 떠나서 돌아오지 않았다. 타지에서 집도 없이 직장 다니는 손녀딸이 고생이라고 쌈짓돈을 쥐어 주시던 할머니도 내 곁을 떠났다.
"선생님, 이거 선물이에요."
색종이로 접은 꽃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려주던 작은 아이가 부모와 떠난 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삶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태어나면 죽고 만나면 헤어지는 당연함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에 우리는 성숙하지 못했다. 그래서 많이 아팠다. 이런 깨달음 따위는 조금 늦게 깨우쳐도 좋았을 것이다.
“선생님, 애인 있어요?”
동료 교사 질문에 즉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도중.고등학교 시절남자친구카지노 게임 추천만나고 있었다. 그 중에 K는 H를 소개했고 H가 보낸 학보 사연을 듣고 나보다 황당해 하며 나를 위로했다. 정확하지 않지만 화를 내던 날, 보이지 않던 K에 대한 마음과 내 마음이 보였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나에게 보낸 엽서가 우리 반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재수할때뜬금없이 보낸 한 줄의 낙서 같은 엽서가 나에게 감동을 줬던 친구. 내가 H와 헤어지고도 쿨했던 이유가 K 때문일까?
“야, 그 자식 신경 쓰지 마. 내가 있잖아.”
농담처럼 툭툭 던지는 말이 나를 헷갈리게했지만 나는 그 관계가 편하기도 했다. 친구보다는 가까운 사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K가 과외 아르바이트비를 받아서 강릉 바닷가에 데려다줬을 때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 잘 머물러 있었다. 매일 연락하고 만나면 손을 잡고 키스도 하는 로맨틱한 사이를꿈꾸다가도 결론은 부담스럽다는 생각에 머물렀다. 그 역시 속 마음을 말하지 않았다. 손을 잡거나 입을 맞추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너, 바보냐? 남자가 그렇다면 너를 여자로 보지 않는 거야.”
친구에 충고를 카지노 게임 추천 때면 한 번 대 놓고 물어봐? 고민했지만 생각에서 멈췄다. 그 정도 거리와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본전도 못 찾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지연아, 잘 지내니?”
잊을 만하면 영현이에게 전화가왔다. 그냥 심심하게 지낸다는 말에 영우 소식을 전했다. 군대 제대하고 집에 있는데 그에 집이 내가 사는 곳이라 가깝다고 했다.
“심심하면 전화해 봐. 기억할걸.”
일단 그녀가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받아 적었다. 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다. 날이 좋아서 청소를 했다. 창문을 열어 놓고 누웠다. 얼음이 녹아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명상음악같았다. 잎이 돋아나기 카지노 게임 추천한 나무 위에 새는 노래를 불렀다.
“여보세요. 거기 이영우 씨 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