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삐삐' 뮤직비디오, 씹힘과 침묵 사이에서
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
단지 고개를 돌리고,
눈동자는 화면 밖 어딘가를 응시한다.
“Yellow C-A-R-D”
경고는 너무 정중하고,
거절은 너무 우아하다.
아이유의 '삐삐' 뮤직비디오는 태도로만 구성된 시각 언어다.
사과, 애정도, 카지노 게임조차 없다.
대신 '경계', '간격', '선'이 있다.
그 경계는 가시가 아니라, 방어막처럼 투명한 유리다.
닿을 듯 말 듯, 연결되지 않은 채로 말한다.
"너랑 놀기 싫어."
우리는 종종 침묵을 무례하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침묵은 때때로 가장 큰 대답이 된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그녀는 화려한 옷을 입지만,
표정은 끝내 비어 있다.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쇼윈도 안의 무표정
틱틱대듯 손가락을 튕기는 제스처
정면을 응시하되, 정작 '시선'은 닿지 않는 방식
그녀는소리 없이, 모든 카지노 게임을 말하고 있다.
'삐삐'는 연결이 안 되는 상태를 뜻한다.
연결될 수 없는 마음,
이어지고 싶지 않은 카지노 게임.
그리고 나는 그 무표정의 리듬에서
이상하게도 해방감을 느꼈다.
왜 꼭 웃어야 하죠?
왜 대답해야 하죠?
왜 기분이 어떤지 말해야 하죠?
'모르겠다'는 말조차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이렇게 말하면 된다.
"삐삐"
현실에서 ‘경고’를 던지고
카지노 게임을 노출하고
스스로를 방어했던 아이유는
마지막 장면에서 조용히프레임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녀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의 시선은 편안해지고
그녀는 다시 비현실 속 존재가 된다.
그건 어쩌면 불편했던 현실 카지노 게임들로부터의 철수 일지도 모른다.
혹은 "이건 너희가 만든 경계고, 나는 이 안에서 사라질 뿐이야"
프레임을 넘는 게 아니라,
흡수되어 사라지는 것.
사라진 건 감정일까? 카지노 게임까? 아니면
진짜 그녀 자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