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와 9.11
동화 속이었다. 알록달록한 타일로 건물과 벽면, 벤치까지 꾸몄다.
한국의 놀이동산은 구엘공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단정해도 될 정도였다.
동심에 추진력까지 얹은 가우디의 펄떡펄떡 뛰는 상상력이 스민 곳에서
바르셀로나 시민과 일부 관광객은 파라솔을 단 접이식 탁자를 앞에 두고
앙증맞은 찻잔 속 에스프레소를 홀짝 댔다.
야외 카페를 흘깃 보던 지훈은 중앙광장의 흙바닥을 발로 긁어댔다.
먼지가 에스프레소 쪽으로 날아갔으면 좋겠다는 심보였다.
해는 쨍쨍하고 앞바람이 살랑댔다. 흙먼지는 지훈이 끄는 카트로 날아가 떨어졌다.
현수는 공원 구조상 아래층에서 중앙광장을 받치고 있는 기둥 쪽으로 내려갔다.
몇몇이 햇빛을 피해 쉼터 삼아 화단에 앉아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둘은 머뭇댔다.
아무도 경계하지 않았지만 상품을 꺼내지 못했다.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금발 남성이 자리를 잡았다.
지훈이 움직였다.
'헬시 푸드 프롬 코리아. 잇츠 김밥'이라고 쓴 영어 입간판을카트에서 꺼내화단에 걸쳐놨다.
입간판이라고 해봤자 하드보드지에 매직펜으로
긁적인 거였다.
결심을 했는지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다 뱉어낸
카지노 쿠폰 도시락을 들고 금발에게 갔다.
금발은 상체를 뒤로 약간 젖히고 도시락을 봤다.
당황했다는 표시다.
이내 뭔지 알았다는 듯 금발은
바지 주머니에서 우리 돈으로 계산할 때
3000원을 맞춰 카지노 쿠폰에게 줬다.
지훈은 흥분했고, 빠른 걸음으로 돌아오는 카지노 쿠폰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맛이 어떠냐고 카지노 쿠폰가 묻자 금발은 '그레이트'라고 했다.
스무 살로 스웨덴에서 출발해 전 세계를 배낭여행 중이라는 금발은,
어리숙하지만 착한 놈이라고 지훈은 생각했다.
이후 대략 두 시간쯤 좌판 아닌 좌판을 벌였다.
지나가는 관광객은 지훈과 카지노 쿠폰를 노숙자 보듯 했다.
죽상을 한둘은 집에서 가져온 김 빠진 탄산수를 나눠 마셨다.
그때, 제복에 선글라스를 낀 경찰이 순찰 오토바이를 타고 접근했다.
스페인말로 속사포처럼 쏘아대는데 무슨 말인지 카지노 쿠폰도 알아듣지 못했다.
영어로 말해달라니까 삿대질로 입간판을 가리키고
손가락으로 사각형을 그리며 던지는 시늉을 했다.
장사금지라고 하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지훈은 '오케이. 노 플라블럼. 피니쉬드'라고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카지노 쿠폰 김밥이 쓰레기통에 처박힐까 봐 카트 손잡이를 잽싸게 쥐고 자리를 떴다.
그야말로 망한 거였다.
현수는 집으로 가면서 어떤 놈이 신고했지, 신고를, 신고를 이라며 분해했다.
지훈은 그래도 금발이 팔아줘서 다행이라고 흰소리를 건넸다.
둘은 모레알 씹은 것 같은 기분으로 집에 들어갔다.
팔지 못한 김밥부터 먹었다.
대화는 없었다. 카지노 쿠폰 TV를 틀었다.
CNN에선 '브레이킹 뉴스'라는 자막과함께 비행기가 건물에 박히는 장면이 나왔다.
뉴욕, 트레이드센터.... 비현실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건물은 얼마 뒤 와르르 무너졌다.
구엘공원 흙먼지와비교할 수 없이 시커먼 게 불길과 더불어 무섭게 하늘을 집어삼켰다.
그날, 9월 11일은 그렇게 지훈과 카지노 쿠폰를 지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