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백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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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바 May 13. 2018

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한 달이 지났다. 두 눈에 초점을 잃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백 켤레를 지른지. 지르고 나면 모든 게 술술 풀릴 줄 알았는데.

방 한 켠, 택배 박스가 보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백 켤레. 큰일이다. "저기요 제발 저 좀 꺼내주세요"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만 같다. 매일 밤 귀마개를 끼고 잠에 들었다,

는 뻥.


제목이 필요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프로젝트는 뭔가 딱딱해. 프로젝트를 부르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한 달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어느 날 갑자기 띠링~ 하고 세상이 놀랄만한 제목이 뙇! 나올 줄 알았다.

안일했다.

생각을 안 하니 생각날 리가 있나. 그럼 생각을 해보자. 더 생각이 안 났다. 생각을 해도, 안 해도 생각이 안 난다면 생각없이 살ㅈ.....

어쨌든 점점 쫄렸다. 아 내 두 달치 월세... 제목을 지어야한다.

처음 잡은 키워드들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걸어두곤 하니까, 크리스마스나 산타는 어떨까? 봄의 크리스마스? 8월의 크리스마스가 떠오르잖아...

몰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걸어둘 거니까 선물이라는 표현은...? 인심쓰는 것 같아서 별로. 또 소소한이나 행복한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지양하자.


그렇게 스쳐간 35536725개의 제목 후보. 그중 몇 개를 소개한다.

- 비싼 : 비밀싼타의 줄임말. '비싸게 주고샀다'는 생색이 담긴 거 같아서 탈락.

- 우산 : 우사단산타의 줄임말. 우산이라고 해놓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 게 함정인 거 같아서 탈락.

- 바삭 :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바'와 socks의 '삭'을 따서 만들었으나 홍대의 맛있는 튀김집이 떠올라 ppl 오해 받을 것 같아 탈락.

- 문앞의 크리스마스이브 : 너무 길어서 탈락.

- 다시, 이브 : 가수 이브가 슈가맨에 나온 거 같아서 탈락.

- 당신이라는 세계, 가장 아래의 행복 : 너무 고백하는 거 같아서 탈락.


망했다. 이거다 싶은 게 없다. 제목 고민 시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우울했다. 단순하고 싶었는데. 이미 글렀다.


백분의 일?


또 한 달이 지났다. K와 카페였던 그날은, 결판을 내자! (고 나만 비장했다.)는 심정이었다.

마주 앉아 아이데이션으로 가장한 아무말 대잔치가 열렸다. 의미없는 단어들을 끄적거리던 내가 말했다.

백분의 일? 백 켤레 중 한 켤레라는 뜻도 있고... 또...

폭발적인 (1명의) 호응에 힘입어 드디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생겼다.

백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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