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여행가
가죽만 남아 바스러질 것 같은
당신을 안아 변기에 앉혔습니다
종잇장처럼 쓰러지려는 당신을
가만히 붙든 채
공기를 잠재웁니다
새의 깃털 하나가 천천히 날아와
바닥에 앉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오줌 누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게는 왜 맑은 샘물 떨어지는 소리였을까요
힘겹게 침대에 누운 당신은
너무 애썼어
저를 보며 말하지만
구십 가까이 애를 쓴 건
정작 당신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가여워
이제 그만 당신을 모셔가 달라고
하나님께 비는 죄를 지었습니다
티베트도 히말라야도 아닌 곳에서
당신의 육체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걸 보는 일이
그 어떤 벌보다 아팠습니다
고왔던 모습이 더는 무너지지 못하게
주변을 지키는 독수리 되어
오늘도 당신의 머리맡을맴돕니다